"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그의 제스처-천성적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는 곧 나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고 당시 한참 말이 분분했던 그의 시의 표절시비와 더불어 더욱 그를 멀리하게 했다."

위의 글은 요즘 한창 표절시비로 시끄러운 신경숙씨의 부군 비평가 남진우 씨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무크 {언어의세계 제2집}에 게재한 비평문 [순환과 회귀]의 도입부 일부분이다.

이 글은 현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등으로 유명한 류시화(본명 안재찬)의 시세계를 다루고 있다.

 

한때 표절 저격수로 알려졌던 남진우의 일면을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는 여기서 표절때문에 류시화를 멀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는 신경숙이 문단에 데뷔하기 이전이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점은 표절 시비가 있는 아내 신경숙씨를 그가 과연 멀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그의 태도로 보면 그는 멀리할 것같지만 또 부부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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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 2015-11-0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느 표절가의 몽상적 이야기
(88 ~89 이야기)


탁자 위에 신문을 패대기치며
그대는 말했다 이건 너무 죽으라는 이야기에요
우리 보다 은사들의 이야기를 해요, 그렇소
그들은 먼저 표절의 꿀물을 마시고 전했소
은사들은 늙어버렸고 우린 인터넷 검색 아래서
시를 쓰지요 대학교수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
언론에선 관심이 끝나가고 기자증을 감춘 기자는
봉투 가득한 촌지 세봅니다 너무 몽상적인가요
표절, 표절적, 누가 우릴 이 좁은 문단에 유폐시켰나요
실은 어제 그대에게 고백을 할 예정이었소
표절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없다고 그러나
우리 문인 전체가 돈을벌기엔 너무나 많은 문인들이
넘친다오 달밤의 두 연인 해변에 겹쳐지는 두 그림자
너무 낯익어서 신물이 날 삼류소설의 한 문구를 당신은 표절적이라는 건가요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을 펼쳐봐요
비난과 욕설이 옹호와 침묵과 그리고 또 무슨 표절이 지구 어디선가 기생충처럼 꿈틀거리고
출판회사는 떼돈벌고 평론가들은 칭송의 아부노래만 앵앵거리고
표절을 조심하세요 그건 당신의 머릿속을 습격하여 참을 수 없는 노여움을 가져다주지요
세계는 점점 표절이대세라 믿고 어디선가
표절이 터지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강간하고 돈을풀어 입을 막는
시간 쌈을 할줄알지요 몽상 몽상
몽상적, 해가 뜨고 있소 세계는
점점 표절이대세요 곧 날이 저물고
부부는 황금을 쓸어담을 것이오
 

그저께 친구랑 술자리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기업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친구는 금융업 종사자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의 책임 의식이 약한 것 아닌가 하고 물었더니 어떻게어떻게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진전됐다.

 

그 친구는 함량 떨어지는 책을 쓰는 사람들도 책 구매자에게 피해 보상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황당한 논리에 말문이 막혔다. 그런 법이 있으면 책 쓸 사람 아무도 없겠네 했더니 그 친구는 말문을 닫았다. 법적인 거랑 윤리적인 거랑 비교를 하다니...

여하튼 세상의 독자들 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세상의 필자님들이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이 친구 대통령 되면 분서갱육가 일어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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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0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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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한 건 <변신> 한 편을 읽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독서는 고교생 시절이었다. 그때도 그리고 그후 한동안 명작을 읽었다는 지적 허영 하나만을 자산처럼 가지고 살아왔는데 최근에 지적 허영이고 뭐고를 떠나 삶의 절실한 욕구가 이 작품을 찾도록 했다.

이 작품을 다시 읽기 전까지 단편 분량의 간단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길었고 의외로 많은 인물이 등장했다.

그리고 고교때와는 달리 그레고르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한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온 아들이 무능력자로 전락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그를 잃은 가족은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레고르를 어쩌지 못해한다.

그레고르는 여동생 그레테를 음악학교에 진학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벌레로 변한 오빠에게 연민을 느끼며 잘 대하던 여동생은 어느 순간 오빠가 짐스러워져서 오빠가 죽기를 바란다. 그 말을 들은 오빠가 죽자 가족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새생활을 설계한다.

슬픔을 애써 부추기는 태도는 어디에도 없지만 이 작품은 20세기의 가장 슬픈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변신이란 내게 무얼까. 가장 현실성 있는 변신은 아무래도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경제력을 상실하고 한 가정의 짐이 되는 상황일 게다. <변신>은 그런 상황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졌다.

올해는 1915년작 <변신>이 발표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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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 시인선 32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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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어둠의 시대와 대결한 가장 뜨거운 열정을 가장 차갑게 표현해낸 기록. 1980년대 이후 나온 시집들은 모두 이 시집의 변주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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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붉은 딱새 - 무릉日記
오규원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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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어디서 살까

한참 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가끔 생각해 본다.

딱히 지역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적어도 대도시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그렇지만 만약 불의에 병이라도 찾아온다면

그 선택은 좀 더 빨라야할 수도 있겠다.

가급적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일 충분히 하다가 자연에 귀의하고 싶지만.

 

인간이란 각자 다 자기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있으니

한치 앞을 분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노심초사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가끔 나는 아주 나이가 들지 않았음에도

불의의 병마로 인해 자연을 찾는 사람들을 tv에서 보게 된다.

물론 대체로 그 방송 속의 사람들은 자연에 깃듦으로써

자신의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설령 치유가 어렵다 하더라도

인간이 마지막 기댈 곳은 자연의 넓은 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규원은 꽤 유명한 시인인데

70을 넘기지 못하고 작고했다.

 

폐에 병이 든듯 한데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고생한 것같다.

 

이 책은 그가 병들고서부터 강원도 영월 무릉이란 곳에

쉼터를 마련해서 틈날 때마다 안식하면서 쓴 일기 모음집이다.

 

일상사를 늘어놓는 정말 '일기'라기보다는

무릉의 자연을 관찰하면서 얻은 감상과 몽상과 성찰이 함께 하는

에세이라고 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에세이들에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글도 글이지만 그의 사진이 오히려 무척 마음에 들어서

방 벽에 붙여두고 싶을 정도다.

 

이 책에는 화가 장욱진에 관한 다소 긴 글도 한 편 들어가 있는데

평소 잘 모르고 있던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게도 되었다.

 

중년에 병을 얻어서 때때로 안식이 필요해진다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깃들 것인지.

 

책 제목이 왜 가슴이 붉은 딱새인 걸까.

폐병으로 고생하던 오규원 자신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에세이가 씌어진 것인 1990년대 초반이고

그가 작고한 것이 2007년이므로

이 시인은 오랫동안 아파왔던 것일 터다.

 

아, 오고 가는 건 그 누구의 뜻일까.

새삼스레 시인의 명목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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