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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양식과 담론의 근대성
권영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리의 근대를 바라보는 소실점이라고 할 개화기에 등장한 문화 현상을 담론이라는 문화적 기획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근대적 언어가 확립되고 그 언어를 바탕으로 무수한 담론들이 난무하던 개화기를 주체-타자 담론과 신-구 담론 사이의 충돌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국어국문운동이라는 독특한 문화 현상이 융성하게 된 배경을 근대 민족 국가로서 발돋움하려는 조선의 자기 정체성 확립의 욕구로 묘사하고 있다.
영웅전기나 우화, 풍자가 정체성을 주체성의 차원에서 확립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라면, 신소설은 일본의 식민주의 담론에 긴밀한 상관 관계 속에서 근대성을 가속화시키려는 음험한 제국주의적 기획의 소산으로 살피는 관점에는 기존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국문학 풍토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목소리임에 분명하다. 푸코의 담론 이론에 기초한 미국의 탈식민주의 이론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료에 대한 해석적 타당성을 겸비함으로써 자칫 신식 이론에 경도되기 쉬운 학문적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권말에는 현대 독자가 굳이 도서관을 찾을 필요 없이 저자의 논의 대상인 실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칫 담론 자체에 대한 소홀한 파악 위에서 메타담론적 대상으로 화하기 쉬운 개화기 담론의 실상을 여실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방법론적인 혁신과 실증성을 아울러 보여주는 이 책의 기획은 학문적 성과가 대중적으로 수용되는 메커니즘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