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단점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 재료가 가진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힘들다는 점을 나는 꼽고 싶다. 또 한 가지는 더불어 맛보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요즘 책 읽기가 대체로 패스트푸드 먹기와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충분히 음미하지도 못하고 더불어 맛을 논하지도 않고, 가끔은 무슨 맛인가를 모르고도 먹는 패스트푸드처럼.
나이를 먹어가며 절실히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예전에 봤던 영화나 책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 다시 읽게 되면 또 새로운 의미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새로 나오는 책들이나 영화들에 거의 관심이 없다. 예전같으면 의식적으로 검색을 해서 찾아내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눈에 걸리면 한번 관심을 가져주는 정도가 돼버렸다. 새것보다는 헌것에 오히려 애정을 가지고 찾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본 것들 중에 다시 보면 좋은 영화나 책들을 생각해보고 찾아보는 식이다. 그렇게 보면, 세상에는 필요 이상의 책들이나 영화들로 넘쳐난다. 출판업이나 영화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싫은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슬로리딩'이란 프로를 보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학기 국어 수업을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한 권만 가지고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학습 태도나 독서 태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추적하는 실험 다큐다. 다큐 초반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니, 하루에 3권씩 책을 읽는다는 아이들이 흔했다. 그런데 그 3권 읽기가 마치 햄버거 3개 먹기같은 느낌이었다. 한 학기면 적어도 100권은 읽을 시간에 소설책 단 한 권으로 수업하기는 누구나 반신반의하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한 학기 지난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EBS 다큐의 극적 결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프로의 경우 그런 포맷을 에누리하고도 감동이 남았다.
책 읽기를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북플 회원님들도 일람해보시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