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입한 건 <변신> 한 편을 읽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독서는 고교생 시절이었다. 그때도 그리고 그후 한동안 명작을 읽었다는 지적 허영 하나만을 자산처럼 가지고 살아왔는데 최근에 지적 허영이고 뭐고를 떠나 삶의 절실한 욕구가 이 작품을 찾도록 했다. 이 작품을 다시 읽기 전까지 단편 분량의 간단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길었고 의외로 많은 인물이 등장했다.그리고 고교때와는 달리 그레고르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한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해온 아들이 무능력자로 전락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그를 잃은 가족은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레고르를 어쩌지 못해한다.그레고르는 여동생 그레테를 음악학교에 진학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벌레로 변한 오빠에게 연민을 느끼며 잘 대하던 여동생은 어느 순간 오빠가 짐스러워져서 오빠가 죽기를 바란다. 그 말을 들은 오빠가 죽자 가족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새생활을 설계한다.슬픔을 애써 부추기는 태도는 어디에도 없지만 이 작품은 20세기의 가장 슬픈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변신이란 내게 무얼까. 가장 현실성 있는 변신은 아무래도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경제력을 상실하고 한 가정의 짐이 되는 상황일 게다. <변신>은 그런 상황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졌다.올해는 1915년작 <변신>이 발표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