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붉은 딱새 - 무릉日記
오규원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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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이가 들면 어디서 살까

한참 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가끔 생각해 본다.

딱히 지역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적어도 대도시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그렇지만 만약 불의에 병이라도 찾아온다면

그 선택은 좀 더 빨라야할 수도 있겠다.

가급적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일 충분히 하다가 자연에 귀의하고 싶지만.

 

인간이란 각자 다 자기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있으니

한치 앞을 분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노심초사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가끔 나는 아주 나이가 들지 않았음에도

불의의 병마로 인해 자연을 찾는 사람들을 tv에서 보게 된다.

물론 대체로 그 방송 속의 사람들은 자연에 깃듦으로써

자신의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설령 치유가 어렵다 하더라도

인간이 마지막 기댈 곳은 자연의 넓은 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규원은 꽤 유명한 시인인데

70을 넘기지 못하고 작고했다.

 

폐에 병이 든듯 한데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고생한 것같다.

 

이 책은 그가 병들고서부터 강원도 영월 무릉이란 곳에

쉼터를 마련해서 틈날 때마다 안식하면서 쓴 일기 모음집이다.

 

일상사를 늘어놓는 정말 '일기'라기보다는

무릉의 자연을 관찰하면서 얻은 감상과 몽상과 성찰이 함께 하는

에세이라고 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에세이들에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글도 글이지만 그의 사진이 오히려 무척 마음에 들어서

방 벽에 붙여두고 싶을 정도다.

 

이 책에는 화가 장욱진에 관한 다소 긴 글도 한 편 들어가 있는데

평소 잘 모르고 있던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게도 되었다.

 

중년에 병을 얻어서 때때로 안식이 필요해진다면

도대체 나는 어디에 깃들 것인지.

 

책 제목이 왜 가슴이 붉은 딱새인 걸까.

폐병으로 고생하던 오규원 자신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에세이가 씌어진 것인 1990년대 초반이고

그가 작고한 것이 2007년이므로

이 시인은 오랫동안 아파왔던 것일 터다.

 

아, 오고 가는 건 그 누구의 뜻일까.

새삼스레 시인의 명목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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