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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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을 좋아합니다. 그녀가 지어낸 이야기도 좋지만 담백하고 멋내지 않은 산문들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지요. 고고하면서도 속물스럽고 여리면서도 단호하고 냉정하면서도 다정한 그녀의 모습을 온전히 내보이는 글들이가득합니다. 요즘 에세이라 불리는 글들의 뺀질함과 허영기가 없어 따듯한 보리차 같은 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만일 내가 인기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온 세상이 부끄러워 밖에도 못 나갈 테니 딱한 일이지만,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니 또한 딱하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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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에서이집의 글을 5개 정도 밖에 못본 상태지만 따듯한 보리차같은 글이라는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ㅎ 너무 좋은 표현이네요! 즐건 주말되십시요!

vooc 2021-02-09 16: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마침 따듯한 보리차를 마시고 있어서 더 좋았나봐요.
 

수년전에는 21세기가 무조건 찬란하고 편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맞이한 모든 편리함에는 무서운 것을 넘어 공포스러운 부작용이 함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인간의 무지와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하게 되고 닥쳤을 때 또다시 허둥대고 놀라겠지요.
김초엽작가님의 ‘지구 끝의 온실’ 을 읽어 보니 ‘더스트 시대’를 ‘코로나 시대’ 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어떻게 종식되어 어떻게 기록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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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마치 더스트 폴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식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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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폴은 2055년에 시작되어 2070년까지 지속되었다. 더스트대응협의체는2062년에 국제 공동 대응을 시작하였다.
초기에 거대 흡착 그물 설치, 다공성 포집기둥 등 여러 방법이 시도되었으나 효과는 미비했으며, 더스트에 대응하는 증식형분해제를 공기 중에 광역 살포하여 더스트를 맞분해하는 디스어셈블러 방식이2064년에 공식 대응책으로 채택되었다.
협의체는 2070년 5월에 더스트 완전종식을 선언했다.
유엔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55년대비 2070년에는 세계 인구의 87%가감소했으며, 그중 90% 이상이 더스트 및 더스트 폴이 초래한 간접 요인으로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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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후후후의 숲
조경란 지음, 이정환 그림 / 스윙밴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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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이라기도 너무 짧은 이야기)이라 틈나는 대로 짬짬이 읽었습니다. 매 이야기마다 박하냄새 숲냄새 밥냄새가 나는 듯하고 다정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길게 풀어 쓰면 멋진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겠지요? 마지막 ‘시작이다’의 나와 엄마와 배트맨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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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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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구운 빵처럼 따듯한 글들이 가득합니다. 저도 빵만드는 것을 즐겨 합니다. 즐겨하다가 잘해보고도 싶어 제과제빵기능사자격증까지 얻었지요. 그래도 빵으로 평가받는 직업이 아닌지라 썩 훌륭하지는 않습니다만 가끔 누군가에게 정성을 담은 선물을 해주고 싶을 때는 빵을 굽곤 합니다.
빵을 만드는 일은 먹는 것에 비해 무척이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설을 쓰는 일도 그렇겠지요. 챕터마다 소개된 빵들과 글들을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먹어 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뿐이다.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을 품은 이상 우리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단지 기록하는 일뿐이라는 설터의 말을 이미 진실이라 믿고 있는사람들일 테니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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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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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범인을 드러내 놓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좋아하고,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찾아가며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상황을 이해하기도 하고 함께 분노하는 등장인물을 만난다면 더할나위 없지요. 하지만 이번에 읽은 이야기는 너무 전지전능하신분이 등장하여 주구장창 설명만 해대니 이건 정말 ‘설명충’이 따로 없습니다.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가까운 글이었습니다. 이 잘난 형사님과 맞장구 쳐가며 읽지 못해 아쉬움이 남고, 재빠르게 눈치채지 못해 송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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