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암스테르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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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너무 늦게 읽고 말았다. 수년간 위시리스트에 있었으나 잊고 지내다가 문득 생각났는데 이렇게 찗은 소설인지도 몰랐었다. 작가는 문장을 없애는 방법으로 퇴고를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간결하고 깊은 어른의 소설이 탄생하였을 것이다.
한 여자로 인한 세 남자의 질투와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나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너의 몰락을 그럭저럭 관리해줄 수는 있어도 그 몰락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니 멀찌감치서 너 자신이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주시하라. 그러다가 더는 일을 할 수 없거나 품위 있는 삶이 불가능해졌을 때 스스로 끝을 내라.

이전 시대는 말로만 개성의 신장을 내세웠을 뿐 현실은 탐욕과 위선이 점철된 시대였다. 이제 우리는 좀더 이성적이고 배려할 줄 알며 관용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공인이라할지라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사적 취향은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명백히 공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낡은 수법을 쓰는 협잡꾼이나 독선적인 밀고자가 설 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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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어달리기
조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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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가 생각났다. 내 옆에 훌륭한 어른이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과 위로가 되는지 나이를 먹으며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꼭 내 옆에서 찾지 않더라도 TV나 책에서 만나는 좋은 어른들은 얼마나 멋져 보이는가?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그들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성희 이모에게서 받은 게 정말 많아요. 어린 시절에 만난 어떤 어른이 보여준 태도가 삶을바꿀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이렇게카페를 하게 된 것도 다 이모와 미션 덕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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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확신하는자가 자신을 포기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그걸 패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패배의 반대편에는 승리가있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는 승리라는 단어를 거머쥐기에 정당하지 못했다. 커커스가 바랐던 것은 노동의 대가였고, 회사가 쥐고 있던 것은 커커스의 목숨이었다. 정당한 전투가 아니었다. 무기가 달랐고, 걸어둔 것이 달랐다. 회사는 승리하지 않았다. 커커스는 패배한 게 아니라, 밟혔다.

증오에는 웃음이 필요해. 대상을 우습게 만드는것만큼 좋은 게 없어. 효과가 길지는 않아. 웃음 뒤에는 더 큰 증오가 오니까. 고작 그까짓 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감전들이 비선형적으로 마구 번져나가. 주체가 안 돼.

사전 점검을더 철저하게 하고, 사고의 가능성이 제로가 되었을때 사람을 투입하면 그만인 일인 것을.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사람을 가는 거야. 믹서에 넣어갈듯이, 사람도 재료로 같이 갈아버리는 거라고. 너의 안전을 미리 신경써주는 것보다 클론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이 이제 더 쉽고 싸서 그런 것뿐이라고.

우리는 그가 죽고 나서야그것들이 자신을 살리기 위한 발악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팀원들 모두가 안타까워했지만 그를 애도할 시간은 그가 남긴 업무로 채워졌고 우리는 빈자리에 새 주인이 들어올 때까지 힐끔힐끔 서로를 쳐다만 보다가 어느 순간 애도를 끝냈다.

‘나무는 복수하기 위해 자살한 거야, 인간들을 몰아낸 거지. 이 행성에서 자신들이 없으면 안 된다는걸 알았던 거야. 자신을 찾아오던 새와 다람쥐, 뱀, 그리고 나비와 벌이 더는 오지 않음에 분노를 느낀거야.‘
그 애가 악몽을 꾸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무의치열한 복수극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그래, 인간은 그렇게 지하로 쫓겨난 거야.

"감시 카메라가 꺼지면 지하 도시 전체에 비상 경고음이 울릴 수도 있어."
"아니."
마르코의 말에 의주가 자신 있게 받아친다.
"울리지 않아. 비상 경고음은 지하 도시에 혼란을 가져오니까."

"유별난 건 별로야."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의자가 나뒹굴지만 상관 않고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다 유별나게 억울하고 슬프면 도대체 일은 누가해? 언제 일을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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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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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씨와 반희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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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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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정원이 씩 웃으며 해보자는 건가, 했고 우리는 해보았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돼.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
너는 어떤 소설을 쓸 거야?
나는 어떤 소설이든 쓸 거야.
정원과 나는 이런 대화법을 의젓한 사슴벌레식 문답이라고 부 르기로 했다. 뒤집힌 채 버둥거리며 빙빙 도는 구슬픈 사슴벌레의 모습은 살짝 괄호에 넣어두고 저 흐르는 강처럼 의연한 시슴벌레 의 말투만을 물려받기로 말이다.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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