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삼 년쯤 전이다. 그때 나는 맙소사, 내가 저 사람을, 저런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하며 놀랐다. 만약에 어느 날 엄마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신체의 일부를 훼손당하거나 죽기라도 하면, 틀림 없이 나는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겨우 추스르고 나서도 몇 날 며칠을 통곡하겠구나, 어쩌면 식음을 전폐한 채 따라 죽으려 할지도, 이런 미친•••••• 하며 당혹을 금치 못했다. 그렇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일생을 함께 보냈음에도, 그래서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 게 되었음에도, 나는 도무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여태껏 한 번도 엄마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좀 우스운 구석이 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 는 걸 깨달은 순간이라니?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특성으로 타인과 구별되지 않는가. 모두가 예외 없이 서로에게 별종이 아닌가. 그런데 누군가는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자살을 생 각하게 된다.
나는 이제부터 변할 거라고,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멀 어지게 될 거라고,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둔 채 살아가게 될 거 라고, 선배가 울 뻔했던 이유는 그걸 다 알고 있어서라고, 왜냐하면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지금도 자식이긴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를 사랑했던 것과 지금 부모를 사랑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으니까, 그건 아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니까, 그런 걸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게 시간이 지닌 또다른 힘이라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놓을 수 있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런 건 소설 속에서나 이렇게 쓰일 뿐이니까.
나는 엄마의 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예전 같았으 면 엄마가 일방적으로 쏟아놓는 폭언에 맞대응하며 나도 목청을 높였을 것이다. 아니면 경멸하듯 노려보다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겠지. 그런 식으로 날을 세워 엄마와 대립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엄마와 겨루고 싶지 않았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엄마의 말에서 오류나 비약을 조목조목 짚어낸 뒤 내가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엄마를 변화시킬 수 없으리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번번이 그것을 시도했다. 맞서다보면, 부딪치다보면 언젠가는 조금이라 도 달라질 줄 알았으니까. 더디게나마, 아주 약간이나마 우리 가 포개질 수 있으리라 믿었으니까. 그러나 엄마는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시 간이 지나고 보면 그대로였다. 정녕 손톱만큼도 달라진 구석 이 없었다. 내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전혀 다 른 모양의 퍼즐 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도 서로 끼 워 맞출 수 없는•··•·• 그러므로 나는 있는 그대로의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했다. 이제부터라도 그래야 했다. 서른일곱 살이 되어서야 나는 마침내 그 연습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사실이 너무도 한심하여 헛웃음이 나올 지경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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