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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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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마치 시계가 기록하는 한 시간이 1분에 불과한 것처럼. 50여 년이며칠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나니 내 인생이 흐릿하게한 덩어리로 쏜살같이 흘러가 버린 듯한 느낌이다.
나는 늙었지만, 날들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나의 많은 부분이 아직 젊게 느껴진다. 따라서 손에 연필을 쥘 수 있고 눈앞의 문장을 볼 수만 있으면여기 도착한 아침 이후 해온 일과를 똑같이 할 생각이다. 마침내 더 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일어나 떠나면 그뿐이다. 그때 너무 늙어 걸을 수 없다면 교도관에게 도와달라고 할 것이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나를 배웅해 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는 오랜 세월 머릿속에 그 이상한 이미지들을 지닌 채로 돌아다녔다. 수백만에 또 수백만의몸-영혼이 서로 연결된 엄청난 양의 도로와 고속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운전대를 잡은 각 사람은 벌레 같은차의 금속 껍질 안에 갇힌 인간 크기의 단자(單子)이고,무수한 수가 모인 무리에 속하는 각 사람이 종종 위험한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차들의 흐름 가운데 홀로 있고, 운전대를 잡은 몸, 정신 또는 영혼 또는 지성이기도한 몸은 이 차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조종해 가기 위해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지 마라, 도로에 어수선하게깔린 파인 곳이나 떨어진 물체를 피해 방향을 틀어라. 어떤 경우에도 다른 차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충동적인 모험은 절대 하지 마라. 충돌은 사실 치명적일 수있고, 일단 죽으면 영영 죽은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것이든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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