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서점에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있어야 한다‘라는 다섯 가지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독서 문화의 마치스모‘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종이 냄새가‘, ‘책장을 넘기는 감촉이‘, ‘왼손에서 점점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의 긴장감이‘라고 문화적 향기 넘치는 표현을 줄줄 내비치기만 하면 되는 비장애인은 아무 근심 걱정이 없어서 얼마나 좋으실까. ‘출판계는 비장애인 우월주의 (마치스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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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외딴집(하)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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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부적에는 훌륭한 효험이 있다. 너를 지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너를 염려해준 처녀다. 그러니무서워할 것 없다. 잘 기억해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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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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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는 선생들의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우스운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노력하는 사람을 비웃었으 니까. 학생에게는 노력하라고 말해놓고, 어른끼리 있을 때 는 노력을 하찮고 안타까운 짓으로 만들었으니까. 우연히 들은 그들의 말은 일화를 계속 간섭했다. 노력하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노력은 비굴한 안간힘이 니까. 한편으로는 그들의 생각이 편견이며 거짓이라는 것 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1등을 놓칠 수 없었다. 1등을 갈구하는 자신이 좌절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처럼 느껴졌다.
일화는 노력하면서 노력하는 자신을 비웃었다. 1등을 놓치 지 않으면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신을 경멸했다. 어른 이 되면 잘 살고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불행해질 것 같았 다. 자기는 노력하는 인간이니까. 결국 오태수 같은 애들이 치고 올라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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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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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그건 됐다. 소설 생각은 접어두자. 슬슬오늘밤의 경기가 시작될 참이다. 자, 팀이 이기기를 빌어보자. 그리고 동시에 (남몰래) 지는 것에 대비해보자.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아마 대개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 중요한 분기점이 몇 곳 있었다. 오른쪽이나 왼쪽,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오른쪽을 선택하거나 왼쪽을 선택했다(한쪽을 택하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한 적도 있지만, 그런 게 전혀 보이지않았던 경우가 오히려 많았는지도 모른다. 또한 항상스스로 선택해온 것도 아니다. 저쪽에서 나를 선택한적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여기이렇게, 일인칭 단수의 나로서 실재한다. 만약 한 번이라도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거울에 비친 사람은 대체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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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하필 그 순간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 널 만나게 됐어. 그 덕분에지금 우리는 이렇게 이 방에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날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내려갔더라도 네가 그냥 갔을 수도 있지. 그 상황은 지금 우리 세계에선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니야. 지금 여기의 우리가선택하지 않은 삶들이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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