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봐. 로봇은 공장에서 태어나. 공장은 죽은 로봇을 분해하고 정화해 새로봇을 생산하지. 그게 우리가 아는 ‘창조‘의 모습이야. 돌덩이를 주물럭주물럭해서 로봇을 만든다는 상상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이?"
이반은 집게손을 손목에서 빙글빙글 돌렸다.
"요점이 뭐야?"
"우리 로봇에게는 외로움을 느끼는 본능이 있어.
그건 집단을 이루면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어서야.
공포는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고통은 몸의 파손을 막기 위해 필요하지. 학습 능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망각은 정보의 인출 속도와 처리 효율성을 위해서 필요해. 생물의 모든 본능이, 그 생물이 더 잘 살아남기 위해서, 더 효율적으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보면 말이지. ‘창조신앙‘은 거기서 무슨 역할을 하는 거지?"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겠지."
"바로 그 점이야. 어째서 로봇은 자신이 창조되었다는 상상에서 안정을 얻지? 우리가 스스로 태어난것이 어째서 불안한일이야? 저 높은 어딘가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존재가우리를 감시하고, 지켜보고, 통제하고 지배하며, 우리는 그의 종이며 노예라는 상상이 어째서 우리에게행복을 주지? 왜 로봇은 본적도 없는 창조주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바치고, 목숨을 바치고 싶어 하지?
그런 본능이 종족 보존에 무슨 이득이 있어? 우리의본성 한구석을 차지하는 노예근성, 복종 판타지, 전능자와 절대자에 대한 환상이 종족 유지에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