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형 SE - 일반판
안권태 감독, 원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형제의 우애를 회복하는 길
   -영화<우리형에 대한 단상>


한국에서 살다간 어린이와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어린이가 말다툼을 할 때 한국 출신의 어린이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한다. “너 도대체 몇 살이야?” 이럴 때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로서는 말다툼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대체 왜 이런 느닷없는 질문을 하는지, 대체 말다툼 중에 나이를 알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해서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고 한다.

“너 도대체 몇 살이야?” 묻는 아이는 “너는 대체 몇 살이기에 너보다 나이가 많은 나에게 건방지게 구느냐”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한국처럼 중시하지 않는 미국사회에서 이 아이의 질문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이지 나이가 아니다. 나이가 논리를 압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미국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는 서열을 무척이나 중시한다. “어른이 말씀하시면 그런 줄 알지. 무슨 대꾸냐?” 호령을 하는 어른들께 이치를 따져가며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른의 말씀이면 일단은 순종하라는 것이 가부장제의 논리다.

서열을 중시하는 가부장제에서는 차남보다 장남이 중시된다. 어른들과 겸상을 할 수 있고 고기반찬을 동생보다 먼저 먹을 수 있는 것이 장남들의 특권이었다. 장남은 집안의 기둥이니 동생들보다 더 배워야 한다. 그러니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형은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니 품행도 바르게 하거라. 장남들에게는 어른들의 과도한 주문이 주어진다. 특권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것이 장남이라는 지위다. 그러나 동생들에게는 형의 과도한 책임이 눈에 보일 리가 없다. 동생들의 눈에는 형의 특권만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왜 부모님은 형에게는 주는 것을 나에게는 주지 않을까. 동생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형은 형대로 과도한 책임이 부담스럽다. 나도 동생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면, 부모님의 기대로부터 벗어나 내 생각대로 살아보았으면 하는 것이 장남들의 은밀한 희망이다.

영화 <우리형>에서 형은 동생에 비해 몸이 약하다. 그러나 공부는 동생보다 월등히 잘한다. 부모님은 형에게 관심을 쏟는다. 공부를 잘하면 자식이고 공부를 못하면 자식도 아닌가. 동생은 불만이다. 지적인 면에서 내가 뒤떨어질지는 몰라도 형보다 내가 못한 것이 뭐야. 동생은 형을 제압하고 싶다는 내면적 욕망을 키운다. 우애로 가득해야 할 형제들의 내면은 때로 서로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차기도 한다.

동생들은 왜 형만이 특권적 입장을 누려야 하느냐, 시기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형은 내가 누려야 할 특권에는 엄청난 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왜 몰라주느냐는 억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형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무겁겠구나. 동생은 형의 입장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동생이 입장에서라면 억울하기도 하겠는 걸. 형은 동생의 처지에 서볼 필요가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것이 우애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감독:안권태. 주연:신하균, 원빈,김해숙. 제작: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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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SE - [할인행사]
데이비드 린 감독, 오마 샤리프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을 생각하는 혁명
  -영화 <닥터 지바고에 대한 단상>
 

혁명전야의 러시아. 일단의 테러리스트들이 황제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을 폭탄으로 암살하려고 한다. 대공이 탄 마차에 그의 어린 두 조카가 함께 타고 있다는 이유로 폭탄 던지기를 포기한 칼리아예프를 동료인 스테판은 강하게 비판한다. “그 두 아이를 죽이지 않음으로써 수천 명의 러시아 어린이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두고두고 굶주려 죽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칼리아예프는 이렇게 반론한다.“내가 확신할 수도 없는 먼 미래의 세상을 위해서 지금 내 형제들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후려치지는 않겠어.” 이상이 알베르트 카뮈의 희곡, <정의의 사람들>의 한 대목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선한 방향에서 벗어나서는 안되며 그러나 부득이 한 경우는 악한 방향도 따라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한 대목이다. 선하게 행동하라는 원칙을 지키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악을 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흉기를 들고 설치는 정신이상자의 어깨에 총을 쏜 경찰관에게는 마키아벨리의 이 구절이 무척이나 고마울 것이다. 나의 행동은 공공의 안녕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경찰관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움 없이 변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수단과 절차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물리적 힘을 동원해 정권을 획득했다고 한다면 목적과 이념의 숭고함 때문에 그들의 폭력적 행위는 용서될 수 있는 것일까. 민중들을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것은 분명 고상한 명분이다. 그러나 그 명분의 고상함을 내세우며 정치 지도자들은 숱한 고통을 민중들에게 강요한다. 엄청난 대량살상 무기인 원자폭탄도 전쟁의 종식이라는 명분 아래 사용된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흉기가 아닌 이기(利器)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피폭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아픔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칼리아예프는 자신이 죽음이 아닌 삶의 편이며 미래가 아닌 현재의 편임을 강조한다. 미래의 목적을 위해 현재의 윤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칼리아예프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카뮈의 메시지다. 마침내 칼리아예프는 대공을 암살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칼리예프는 특사 제의를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테러로써 남의 목숨을 빼앗고자 한다면 그 대가로 테러리스트 자신의 목숨 또한 내놓아야 한다." 어떤 명분이나 이념도 인명을 살상하는 테러의 변호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혁명가들은 테러리즘에 응당하는 처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도 지바고는 칼리아예프와 같은 고민을 한다. 죄 없는 젊은이들의 죽음 위에 세워지는 이념의 공화국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사회주의 왕국을 건설한다는 목적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테러리즘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의 피를 담보로 하는 목적이 과연 정당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열성적인 혁명가들은 지바고와 같은 '회의하는 인간'들이 혁명의 방해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수많은 테러가 버젓이 고상한 명분의 옷을 입고 자행되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아직도 더 많은 칼리아예프와 지바고가 필요하다. 의심하는 인간, 그는 바로 인간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혁명은 바로 인간을 생각하는 혁명이다.
 
감독:데이빗 린. 출연: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제작: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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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SE - [할인행사]
데이비드 린 감독, 오마 샤리프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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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생각하는 혁명
  -영화 <닥터 지바고에 대한 단상>
 

혁명전야의 러시아. 일단의 테러리스트들이 황제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을 폭탄으로 암살하려고 한다. 대공이 탄 마차에 그의 어린 두 조카가 함께 타고 있다는 이유로 폭탄 던지기를 포기한 칼리아예프를 동료인 스테판은 강하게 비판한다. “그 두 아이를 죽이지 않음으로써 수천 명의 러시아 어린이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두고두고 굶주려 죽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칼리아예프는 이렇게 반론한다.“내가 확신할 수도 없는 먼 미래의 세상을 위해서 지금 내 형제들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후려치지는 않겠어.” 이상이 알베르트 카뮈의 희곡, <정의의 사람들>의 한 대목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선한 방향에서 벗어나서는 안되며 그러나 부득이 한 경우는 악한 방향도 따라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한 대목이다. 선하게 행동하라는 원칙을 지키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악을 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흉기를 들고 설치는 정신이상자의 어깨에 총을 쏜 경찰관에게는 마키아벨리의 이 구절이 무척이나 고마울 것이다. 나의 행동은 공공의 안녕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경찰관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움 없이 변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수단과 절차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물리적 힘을 동원해 정권을 획득했다고 한다면 목적과 이념의 숭고함 때문에 그들의 폭력적 행위는 용서될 수 있는 것일까. 민중들을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것은 분명 고상한 명분이다. 그러나 그 명분의 고상함을 내세우며 정치 지도자들은 숱한 고통을 민중들에게 강요한다. 엄청난 대량살상 무기인 원자폭탄도 전쟁의 종식이라는 명분 아래 사용된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흉기가 아닌 이기(利器)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피폭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아픔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칼리아예프는 자신이 죽음이 아닌 삶의 편이며 미래가 아닌 현재의 편임을 강조한다. 미래의 목적을 위해 현재의 윤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칼리아예프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카뮈의 메시지다. 마침내 칼리아예프는 대공을 암살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칼리예프는 특사 제의를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테러로써 남의 목숨을 빼앗고자 한다면 그 대가로 테러리스트 자신의 목숨 또한 내놓아야 한다." 어떤 명분이나 이념도 인명을 살상하는 테러의 변호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혁명가들은 테러리즘에 응당하는 처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도 지바고는 칼리아예프와 같은 고민을 한다. 죄 없는 젊은이들의 죽음 위에 세워지는 이념의 공화국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사회주의 왕국을 건설한다는 목적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테러리즘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의 피를 담보로 하는 목적이 과연 정당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열성적인 혁명가들은 지바고와 같은 '회의하는 인간'들이 혁명의 방해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수많은 테러가 버젓이 고상한 명분의 옷을 입고 자행되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아직도 더 많은 칼리아예프와 지바고가 필요하다. 의심하는 인간, 그는 바로 인간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혁명은 바로 인간을 생각하는 혁명이다.
 
감독:데이빗 린. 출연:오마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제작: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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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워킹 - Cinema English(영어자막)
Newmarket Press 지음 / 홍진기획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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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Beatles - I Will
 
법의 이름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는가
     -영화 <데드맨워킹>에 대한 단상
 

레니 쿠싱, 그는 미국의 하원의원 출신으로 살인범에게 아버지를 잃은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쿠싱은 아버지의 피살로 충격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처럼 사형제를 반대하는 살인사건 유가족을 만나 모임을 꾸리기 시작했다. 쿠싱은 현재 ‘화해를 위한 살인피해자 유족회’ 대표로 전세계를 돌며 사형제도폐지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가 2004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연을 가졌다. 레니 쿠싱은 “사형으로는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없으며, 사형은 폭력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또 다른 살인의 멍에를 덧씌우는 폭력일 뿐이다.”라며 “사형이라는 폭력적인 행위보다 우리가 먼저 신경 써야 할 일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위한 사회적 치유”임을 강조했다.
 
일벌백계(一罰百戒), 죄를 범한 한 사람에게 큰 벌을 내림으로써 백 사람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겠다는 것이 형벌제도의 목적이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사형은 법이 보장하는 살인이다. 죄에 대한 징벌 혹은 예방적 차원에서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역사적으로 사형은 사회적 안전장치로서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집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1975년 ‘인혁당’ 사건은 사법살인의 대표적인 예다. 훗날 이 사건의 판결이 부당성이 드러났지만 당시 사건 연루자 8명은 선고가 있은 지 하루도 안 돼 사형이 집행되었다.
 
잘못된 판결로 인한 피해는 대체 누가 보상을 할 수 있는가. 6.25때 한강다리 폭파사건으로 사형 당한 최창식 대령은 사형 당한 후 10여 년 후에 오판임이 밝혀졌다. 오판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씨는 후에 대통령까지 되었다.
 
유엔에서는 사형폐지 권고안을 내놓고 있으며, 유렵연합에 들어가려면 의무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이미 130여 개국이 넘는 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지난 2005년 4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제17대 국회와 노무현 정부에 사형제도 폐지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 <데드맨 워킹>. 매튜 폰스렛은 연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다. 그는 자신의 죄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다. 하지만 헬렌 수녀를 만난 매튜는 가난 때문에 변호사를 대지 못해 주범은 사형을 면하고 자신만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았을 뿐, 무죄라고 주장하며 도와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영화는 그의 범죄사실 여부를 묻지 않는다. 영화의 초점은 사형수가 죄가 있건 없건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있다. 영화의 주인공 헬렌 프리진 수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형이 존속한다는 것은 범죄자의 생명이 전혀 가치 없기에 죽여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죄를 범했다 할지라도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죽일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형제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감독:팀 로빈스. 출연:수잔 서랜든, 숀 펜. 제작: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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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 비디오테이프 1개 - 영어자막
드림윅스 픽쳐스 지음 / 스크린에듀케이션(애플리스외국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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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영화 <슈렉>에 대한 단상

아저씨에게 엄마 없다고 말하렴. 아이는 당장 손님에게 가서 말한다. “우리 엄마가요 아저씨에게 엄마 없다고 말하래요.” 그 말을 듣는 아저씨야 화가 좀 나시겠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사심없이 웃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 이야기가 웃음의 이론인 ‘우월이론’을 잘 말해준다.'우월 이론'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부류들이 자신에게 고통이나 피해를 입히지 않는 과오나 추악상을 보여주는 인물을 향해 심리적인 우월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웃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하는 행동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는 입장, 아이보다 우월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아이의 하는 짓을 귀엽다고 생각하며 웃는다.
 
덩치 큰 남자에게서 우람한 목소리를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여자처럼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웃는다. 비장한 표정의 무사가 멋진 칼을 뽑으면 우리는 멋진 액션을 기대 한다. 그러나 그 무사의 칼이 정작 사과를 깎게 되면 우리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이런 유의 웃음을 고찰한 데서 나온 웃음의 이론이 이른바 '대조 이론'이다. 예상과 결과의 불합리한 대조에 의해 웃음이 촉발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아름다운 공주는 반드시 멋진 왕자와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예상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치를 영화 <슈렉>은 여지없이 깨어버린다. 오 마이 갓, 피오나 공주의 짝은 엄청 못생긴 초록괴물 ‘슈렉’이다. 공주와 짝이 되는 배우자라면 준마를 타아 한다는 것이 우리의 예상인데, 영화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 겁 많은 수다쟁이 덩키가 준마를 대신한다.
 
공주도 보통 공주는 아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도 되는 양 얌전떨고 누워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해야 한다고 조르질 않나, 산적들이 나타나면 공중 제비를 돌며 <매트릭스> 발차기를 하지 않나. 우리가 예상했던 공주와는 딴판이다. 한마디로 기존상식을 뒤엎는다.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 마법에서 풀린 공주가 늘씬한 미녀가 아니라 작달만한 키에 살이 피둥피둥 찐, 일반적인 미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공주다. 영화는 계속해서 기존의 상식과 동화가 가지는 전통적 이야기 방식을 뒤집으면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세상은 복잡하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단순화시켜서 이해한다. 아이들은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답고, 노인은 노인답다고 우리는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단지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세상을 보라. 당장 오늘 저녁의 뉴스를 보라. 우리의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일들, 예상외의 일들이 벌어진다. 자식이 부모를 해치고,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해쳤다는 뉴스까지 접하고 보면 오히려 몰상식한 행위들이 일상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은 우리의 기대와 예상과는 달리 돌아가는 데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한다. 바로 웃음은 우리의 이런 단순한 생각을 깬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은 단순하지가 않다. 아이들은 조폭보다 무섭고,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유치하다. 바로 이것이 세상의 실상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순진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 순진한 당신의 의식을 깨고 세상을 바라보고 세계의 실상과 용기 있게 대면하라. 진정한 코미디는 두려움 없이 세상의 실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웃음의 인식적 기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감독:비키 잰슨,앤드류 아담슨. 제작: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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