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은 지렁이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바로잡아 준다. 지렁이는 토양 속에 있는 유기물과 기생물을 먹이로 하여 생존한다. 썩어가는 작물의 뿌리나 잎사귀, 땅 속에서 죽은 벌레, 그 밖의 여러가지 미생물들을 먹이로 하여 흙과 함께 섭취한다. 지렁이는 특성상 배설을 할 때는 지표면 위에 하기 때문에 땅속을 왔다 갔다 하면서 토양에 작은 통로를 만들어 결국 쟁기질을 하지 않더라도 경운하는 효과를 준다. 지렁이가 낸 통로를 통해 땅 속 깊숙한 곳까지 산소가 공급되고 그곳을 통해 빗물이 공급된다.
또 지렁이는 일년에 1천배 이상 증식하는 등 증식률이 매우 뛰어나 1~2년간만 퇴비를 주면 산성화된 토양이 살아있는 토양으로 변하게 된다. 지렁이가 살고 있는 토양은 비옥하고, 특히 질소량이 증가되는데 그것이 지렁이의 시체가 흙속에서 썩어 분해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지렁이가 땅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셈이다.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과학 칼럼니스트인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에서 저자는 생태계의 엑스트라 기생충에게 '생태계의 파수꾼'이라는 새 역할을 부여한다. 기생충이 숙주와 경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숙주와 기생충 모두 진화한다는 것. 그 사이 먹이사슬은 정교해지고 지구 생태계는 탄력을 유지한다.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는 빼앗기고 착취하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고 발전하는 공생의 관계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상생과 보완의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몇몇 기생충은 숙주의 면역체계를 보호한다.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의 세차원들은 주혈흡충증에 자주 감염되는데 흡충은 흡충과 에이즈에 동시에 감염된 사람들보다 흡충에만 감염된 '깨끗한' 숙주에 더 많이 알을 낳는 것으로 조사됐다. 숙주가 면역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흡충이 나서 도와야 하는 이유다. 한번 주혈흡충에 감염된 사람은 새로 흡충에 감염되기 어렵다는 연구도 있다.

 

 <똥은 참 대단해>에서 똥은 더럽고 불결한 존재라는 인상을 깨끗하게 지운다. 똥이야말로 참으로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거름이 있어야 하고, 거름으로는 똥만큼 좋은 게 없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밥은 줘도 똥은 못 준다"는 말을 하셨던 것이다. 허은미, 김경호 저자들은 지렁이, 달팽이, 코알라 등 동물의 똥이 동물의 몸집과 먹이, 사는 곳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재미있는 글과 그림으로 알려준다. 똥은 쇠똥구리 애벌레나 새끼 코알라에게는 중요한 먹이가 되고 씨앗을 멀리 퍼뜨려 식물을 번식하게 하기도 한다. 또 흙이 되어 과일과 채소, 곡식을 자라게 한다. 허은미는 자기가 눈 똥을 변기에 버리면서 "안녕, 똥아. 또 만나!"하고 인사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며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면 좋을 책이다. 똥을 더럽다고만 생각하면 우리는 자연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의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벌레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이 얼마나 부당한가를 알려준다. 편협한 생각과 편의주의로 매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곤충은 해충으로만 보이기 쉽다.곤충은 해롭고 나쁜 것이라는 일반적인 교육 개념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성장하면서 그런 것들이 습관화되면 곤충이란 무섭고 해로운 것이라는 개념만이 마음속에 자리잡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잘못된 편견을 깨뜨리고 곤충이란 이롭고 아름답고 멋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첫 걸음을 내딛게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좋지 못한 시각으로 바라보던 곤충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있으며 우리의 생각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일깨워준다.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교사. 출판인회의 이달의 책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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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10-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좋은 책 정보 많이 봤습니다.
오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감각의 박물학 2005-10-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블로그에 있는 이하석의 시는요 제가 대학때 아주 좋아했던 시였습니다.
당신을 읽으면 언제나 나는 무한으로 열리는/내 몸을 느껴요. 도꼬마리 풀섶 청석 위에서/도꼬마리 노란 꽃이 팔월에 피고/그 꽃이 시월 밤 별로 돋아날 때 우린 이 빈터에서/약혼을 했죠. 도꼬마리 풀섶 청석 위에서,/이 도시의 버려진 빈터에서 내 사랑은/수억 년 전부터 이미 이루어졌던 것. -빈 터 中- 이하석

님의 시를 읽고 옛날을 떠올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