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두 시에 깨서 한 시간 넘게 책장 정리를 하다가(원래 하려던 칸이 아닌 다른 칸), 읽고 있던 <인듀어런스>를 마저 보고 7시 넘어서 잠들었다. 늦게까지 잤으면 좋을텐데,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았더니 길에서는 이미 시끌벅적이다. 10시쯤 기상. 세탁기 돌리고, 방 청소하고, 게임 좀 하다가 나갔다.
교보에서 1시간 정도 동화책을 보았다. 로렌 차일드, 그림도 유머도 진짜 맘에 든다. 롤라와 찰리 시리즈도 좋지만, 좀 더 큰 여자 아이 클라리스 빈의 얘기가 훨씬 재밌다. 안 에르보의 그림도 마음에 들었고, 앤서니 브라운의 뒤통수치기에 깜빡 당하기도 했다. ㅎㅎ





한창 책을 보고 있자니 안내 방송이 흐른다.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 사인회가 있단다. 뭐 저자 사인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얼굴이라도 보려고 그쪽으로 가 본다. 뭐라고 사인을 하는지 책을 오래 붙들고 앉았다가 사인이 끝나면 일어서서 책을 건네주고 악수를 하고 꾸벅 인사를 한 다음에야 독자를 보낸다. 혼자 웃으며 힘들텐데, 생각했다. 본디 신인 작가의 마음가짐이란 그런 것인가. 예전의 긴 생머리를 자르고 어깨에 닿지 않는 길이의 퍼머 머리로 바꾸었는데, 좀 더 세련되어 보인다. <카스테라>에 실린 단편을 하나 읽었다. 표지 그림은 박민규가 직접 그린 것이라 한다.
친구와 만나서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전날 오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쓰러지기 직전. 노대통령이 가서 유명해졌다는 <토속촌>에서 삼계탕을 먹었다. 오후 네시, 밥때가 아닌데도 손님이 많다. 식사 시간에는 줄을 길게 서야 한단다. 뭘 넣었는지 국물이 걸쭉하다. 당연히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줄 알고 소금을 넣었다가 짜게 먹어야 했다. 간이 되어 있으면 미리 말을 해 주든지. 그것만 빼면 맛은 꽤 괜찮다.
밥을 먹고 나서야 드디어 목적지인 대림 미술관으로 향한다. <보드리야르 사진전>이라니, 이 할아버지 학자가 대체 어떤 사진을 찍나 궁금해서 가보자고 한 것이다. 사진들은 대개 뉴욕, 상 파울루, 부에노스 아이레스 하는 식으로 지명이 제목으로 붙어있다. 그렇지만 지역의 특색이 드러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어디라고해도 상관없을 사진들이다. 담벼락, 차, 오토바이, 거리 등 평상시 익숙한 것들이 카메라에 잡혀 낯선 대상으로 둔갑한다. 보드리야르는 사진은 찍히는 순간 사진을 찍는 사람이 생각하거나 바라본 것과는 관계없이 자체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했단다. 보드리야르가 찍은 사진대로라면, 확실히 그래 보인다. 그렇지만, 뭐랄까,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별로 재미없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만화책을 빌렸다. <바사라 1~10권>과 <미녀는 괴로워>의 작가 스즈키 유미코의 2권짜리 <미녀 망가지다>. <바사라>는, 몇 페이지 읽지 않아 인물과 상황 설정과 대략의 줄거리를 전부 파악해버렸다. 나온지 오래된 만화라서 그런건지, 원체 뻔한건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미녀 망가지다>는 키득키득 한참 웃었다.


일요일, 책장 정리,라기보다 끌어안고 있던 것들 버리기. 이거저거 녹화해 놓은 비디오테잎 20여개와 러시아어 관련 책들(졸업하고 한번도 펼치지 않은), 요리책을 비롯한 안 보는 책들을 모조리 끌어내 버리고 나니 책장이 세 칸 빈다. 정리는 무슨, 사이즈 같은 책들끼리 모아서 마구 꽂아버렸다. 판형이 너무 다양해서 꽂기 힘들다고 투덜투덜. 책상 위와 방바닥에 쌓아놓은 책들을 전부 넣고도 조금 남았다. 겹쳐 쌓으면 회사에 있는 것까지 커버된다. 그래놓고는 '이제 저만큼은 책을 더 사도 되겠군.' 생각한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바로 책 주문. -_-;




아아아, 몰라요,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