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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20210606.
유발 하라리 '인류사 3부작' 읽기 완료. 읽은 순서 호모데우스 - 사피엔스 - 21세기. 좋았던 순서 사피엔스 - 호모데우스 - 21세기.
3부작을 다 읽고 나면 엄청 뿌듯할 줄 예상했는데, 웬걸 의외로 덤덤해서 심심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하라리 글에 익숙해진 탓인지 망치질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하라리의 명료함은 이 책에도 이어진다. 문제의식이 분명하고, 내용은 방대하며, 서술방식은 논리적이다. 하라리는 역사가로서 자신의 소임을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종의 미래에 관한 토론에 참여할 힘을 얻"게 하는데 있다고 말했는데, 자신의 저작물을 통해 그 소임을 멋지게 해냈다고 여겨진다.
이 책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라리가 유대인으로서 유대인 선민 사상을 시원하게 비판한 점이었다. 가장 좋았던 장은 소년 하라리가 어떻게 어른 하라리로 성장했는지 개인사를 털어놓은 21장이었다. 끝까지 파고 들라. 그렇게 판 우물의 바닥에서 하라리가 발견한 것은 명상이었다. "오직 관찰하라."
하찮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는 명료성이 힘이다. - P8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가 고령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었고, 기아로 숨진 사람이 비만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었으며, 폭력에 의한 사망자가 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적었다. - P39
인간의 행복은 객관적 조건보다는 우리 자신의 기대에 더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기대는 조건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조건도 포함된다. 상황이 좋아지면 기대도 높아지며, 그 결과 여건이 극적으로 좋아진 후에도 이전처럼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보편 기본 지원이 2050년 평균인의 객관적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꽤 높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주관적으로 더 만족하는 것과 사회적 불만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P78
국민투표와 선거는 언제나 인간의 느낌에 관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다. - P83
근대 후반에 이르러 평등은 거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 이상이 되었다. 여기에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부상이 일부 작용했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대중이 전례없이 중요해진 요인도 있었다. 산업 경제는 평민 노동자 대중에게 의존했고, 산업화된 군대 역시 평민 병사 대중에게 의존했다. 민주주의와 독재 정부 모두가 대중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대거 투자했다. 생산 라인을 가동할 건강한 수백만 노동자들과 참호에서 싸울 충성스런 수백만 병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P124
사람들이 민족이라는 공동체를 구축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일 부족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 P173
이제는 신경학이 신령학을, 우울증 치료제가 푸닥거리를 대신한다. - P199
테러리즘이란 말 그대로 물리적 피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퍼뜨리는 방법으로 정치 상황을 바꾸려 드는 군사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적에게 물리적으로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없는 아주 약한 일당이 주로 사용한다. - P239
아예 신을 믿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사회에 도덕은 존재한다. . . . . . / 도덕의 의미는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어떤 신화나 이야기를 믿을 필요는 없다. 고통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을 기르기만 하면 된다. 어떤 행동이 어떻게 해서 자신이나 남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지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 P301
20세기 초 시온주의자들은 가장 좋아하는 슬로건으로 ‘땅 없는 사람(유대인)의 사람(팔레스타인인) 없는 땅으로‘의 귀환을 내세웠다.
ㅡ 놀랍고 무서운 슬로건이다. - P349
오늘날 과학 기술 혁명의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진정한 개인과 진짜 현실이 알고리즘과 티브이 카메라에 의해 조종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자체가 신화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자 안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이미 자신들의 상자ㅡ자신의 뇌ㅡ안에 갇혀 있으며, 그 상자는 다시 더 큰 상자ㅡ무수히 많은 기능을 갖춘 인간 사회ㅡ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 P373
좋은 이야기는 무한정 확장될 필요는 없지만 지금 나의 지평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이야기는 나 자신보다 더 큰 무엇 안에 나를 자리매김함으로써 내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내 삶에 의미를 준다. - P415
만약 ‘자유 의지‘가 자신이 욕망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면 물론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다. 하지만 ‘자유 의지‘가 욕망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를 뜻한다면 인간에겐 아무런 자유 의지가 없다. - P453
인생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는, 이 진실을 타인에게 설명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그러다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과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강연도 하고 수도원을 짓는 데 돈도 기부하는 등의 일을 해나간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없음‘은 너무나 쉽게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 P463
실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고통의 가장 깊은 원천은 나 자신의 정신 패턴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뭔가를 바라는데 그것이 나타나지 않을 때, 내 정신은 고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반응한다. 고통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조건이 아니다. 나 자신의 정신이 일으키는 정신적 반응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더한 고통의 발생을 그치는 첫걸음이다.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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