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 - 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조현 지음 / 시작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가 몰랐던 이 땅의 예수들, 울림  

  이 책은 이 땅에 예수라고 불릴 사람들의 행적을 차분하고 상세하게 적고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예수들을 보면서 감동하고 역사와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 기독교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유지될 수 있었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이 땅에 예수들이 살아갔기 때문에 지금의 기독교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 기독교 100년에 이렇게 울림을 주는 사람들은 인상적이었다. 또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익히 아는 이름들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우리 학교 건물에도 이름이 붙어 있는 조만식, 한경직 같은 분들이나 보통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문익환 같은 분도 자주 언급되어서 반가웠다. 또 이 수업을 가르치시는 고진하 교수님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정말로 말이 아니라 ‘삶’으로 유언을 남기신 분들이었다. 이 분들의 삶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접하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맘몬 숭배와 교권주의, 배타주의로 악명 높은 현재 한국 교회가 어떻게 잘못되었고 또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 책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이 책을 선물해서 읽게 하고 싶었다. 신앙의 유일성 속에서도 초기 기독교 선구자들은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영성적 깊이를 지니면서 동시에 신앙과 민족과 이웃이 화해하는 현실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그런 모습을 세세하게 담고 있다. 읽으면서 과거에는 이렇게 멋진 분들과 훌륭한 기독교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한 편으로는 안타깝고 아쉬웠다. 도시를 돌아다닐 때마다 웬만한 백화점보다 더 큰 교회 건물들을 보면 이 책에 등장한 분들이 보실 때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소개된 분은 동화 작가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님이었다. 나는 단지 좋은 동화 작가라고만 알고 있던 분이 이런 삶을 사셨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강렬한 충격이었고 놀람의 연속이었다. 평생 십자가를 짊어진 삶을 산 분. 이 분의 말씀 중에서 “모두가 자기는 잘하고 옳은데, 상대방이 문제라고 한다”고 말한 부분이 너무나 공감이 갔다. 정말로 불화와 고통의 원인이 거기에 있다. 또, “나는 죽어서 가는 천당,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는 동안만이라도 서로 따뜻하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은 가슴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 정말 맑고 순수하신 분이었다. 유언장조차도 유머가 있으면서 진솔한 느낌이 배어나왔다. 
  

 『울림』(조현, 시작, 2008년 12월)은 저자가 “내 친구이던 ‘그런 사람’ 채희동 목사가 세상을 떠난 후, 한국 기독교 100년에 왜 또 울림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겠는가라는 생각이 《한겨레신문》에 ‘숨은 영성가를 찾아서’란 기획연재를 하게 했다.”(12쪽)고 밝히고 있다. 5~7부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그러한 의도에 부합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앞서 1~4부에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널리 알려진 이들이 주로 나왔다면, 5~7부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수많은 업적을 세운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면서도 경건한 신앙심과 예수를 닮은 생을 살아가면서 자기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 주위에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인들처럼 막연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이 피부에 와 닿았다. 내가 닿을 수 없는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살다간 이웃들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발자취가 진정으로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역사에 남은 위대한 사람들보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지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기독교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지만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 기독교의 많은 문제점들이 이들의 삶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들의 삶은 진정 예수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책장 사이마다 깃들어 있었다.  

  책의 후기에서 저자는 “구한말의 선각자들이 기독교를 ‘선택’한 이유는 기독교 자체보다 그 시대와 사회, 기존 종교의 실상에서 찾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외세에게 나라를 잃지 않았고, 전쟁의 참화에 빠지지 않아 안정되었고, 기존 종교들이 제 구실을 감당했다면 기독교 그리도 빨리 이 땅에 착근하기는 어려웠으리라.”(311)고 말한다. 그러는 한 편 선각자들은 국민의식을 바로 세워줄 새로운 정신과 사상으로 기독교를 선택했다. 또한 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된 지역부터 개신교가 널리 퍼졌고, 기독교와 상당히 가까운 교리의 틀을 갖춘 동학이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이미 한차례 전국을 휩쓴 덕분에 기독교가 보다 더 쉽게 스며들 수 있었다. 

  “나라를 잃고 이런 고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일제나 외부에 있기보다는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313쪽)는 기독교인 도산 안창호의 말은 간디보다 10년 먼저 민족을 깨워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그 방법 중 하나로 기독교를 내세웠다.

  한국 기독교는 이제 물신주의와 성공주의에서 벗어나 사람을 평안하게 하고 화해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영성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제 교회가 불열과 갈등의 늪에서 벗어나 모두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와 문화, 종교와 종교 간의 반목과 갈등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현대에 한국의 기독교는 회통과 화해의 문명으로서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을 위해 죽어간 선구자들. 그들이 보인 예수님의 사랑이 한국 기독교의 희망이다.

  이 책의 선각자들이 전하는 ‘울림’이 희망의 밀알이 되어 우리 가슴에 심어지길 바란다.(316쪽) 

  316쪽 마지막 세 문단이 이 책의 의미와 가치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선각자들의 모습은 한국 기독교 100년 역사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기독교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신학적이 찬반이나 논리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 책은 신학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선각자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은 예수를 닮은 이들의 삶과 행적이다. 실천으로 기독교 문화를 새롭게 하고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용과 배려가 가득한 헌신하는 삶을 살아간 우리 조상들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읽을 만한 책이다.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사와 인물들을 보고 알 수 있는 기회이며, 또한 삶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스물 네 명의 선각자들의 삶을 읽으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하고 때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면서 인상 깊게 읽었다. 평소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분들을 마치 눈앞에 보듯이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뜻 깊은 독서였다. 어떤 책은 때론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삶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아직도 가슴에서 울림이 멎지 않고 있다. 이 울림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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