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콘택트 Nobless Club 7
박치형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로스트 콘택트




  『로스트 콘택트』는 노블레스 클럽에서 7번째로 나온 소설입니다. 작품의 소재는 매우 독특합니다. 독도를 노리고 일본의 명목상 반란 잠수함 4대가 동해를 침범합니다. 여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지요. 독도를 둘러싼 잠수함들의 전쟁이라는 소재는 매우 잘 포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노블레스클럽이 단순히 판타지 소설만 출간하는 곳이 아니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내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로스트 콘택트』는 그러나 작품의 재미라든지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다는 느낌을 받기 보다는 아쉬운 점들이 더 눈에 많이 띄는 작품입니다. 작가분이 한양대학교 해양환경학과 수중음향 석사라고 되어 있는데, 따라서 수중음향 부분에서는 진가를 발휘할지는 모르나, 소설은 굉장히 초보가 쓴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먼저 주제에 집착하면서 이야기를 흐린 것 같습니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보면 주제를 생각하지 말라고 적혀 있지요. 소설을 쓸 때 작가가 일단 자기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만 생각하면 글은 고리타분해지고 단순해지고 이야기의 힘을 잃는 법이니까요. 이야기 자체에서 주제가 형성되게 써야 합니다. ‘사랑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대신 죽는 ‘사랑’ 그 자체를 보여주어야 하는 법이지요. 소설은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일본이 독도를 노리는 진짜 이유는 독도 해저의 지하자원,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작가 소개란에 버젓이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말한 주제를 소설로 써서, 소설 속에서 캐릭터들의 대사로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이미 이렇게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굳이 소설로 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작품이든 작가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작가는 글로 말합니다. 독자가 글을 읽고 스스로 느껴지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가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교훈적인 이야기를 독자에게 강조하고 주입하는데 급급합니다. 이러니 독자가 이야기를 읽는 것인지, 연설문을 읽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소설은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논설문 같은 게 아닙니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독자가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합니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처음 작가의 의도를 말하기 위해서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소설을 닮은 어설픈 모형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 소설이 모형 같은 느낌은 바로 ‘클리셰’들로 인해 일어납니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셰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사들은 경직되어 있고, 뻔하고 작위적입니다. 살아있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보기에는 80년대 드라마 속 대사 같이 느껴지는 진부한 대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대사도 톡톡 튀고 개성 있는 대사가 없습니다. 독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니라, 과거의 유물을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친 문장들 속에서 수사들은 전부 낡고 오래된 것뿐입니다. 평범하고 진부한 문장들 밖에 없어 독자는 쉽게 피로해지고 읽는 재미가 없습니다. 문장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고 전형적입니다. 또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설명적이기도 합니다. 항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재들이 다니는 대학이라는 식으로 직접적인 설명 밖에 없습니다.

  구성 역시 너무 뻔히 들여다보여서 읽는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소설은 처음 진행부터 어떤 식의 과정을 거쳐 결국 결말이 어떻게 될지 뻔히 짐작됩니다. 그 동안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쓰인 기초적인 구성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부한 클리셰로 만들어진 소설을 독자가 새롭게 읽을 여지가 없습니다. 재미를 느낄 수도 없지요. 하나씩 문제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결국 잠수함의 함장이 되어서 위기를 물리친다는 구성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차라리 잠수함의 전투 장면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이야기를 엮어나갔다면 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앞의 이야기들은 기존에 수많은 이야기들의 클리셰에 불과하니까요. 있으나 마나 별다른 차이가 없지요. 캐릭터들도 개성이 있는 게 아니라 전부 딱딱하고 단순합니다. 정말 오래된 영화 속 캐릭터들 같지요. 대사들도 너무 진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읽는 사람이 창피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지요.

  이런 점들뿐만 아니라 상황 자체도 독자를 납득시키기 힘듭니다. 여러 가지 정황이 지나치게 부자연스럽습니다. 이는 처음에 말했듯이 작가가 주제에 집착하여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재미는 생각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주제를 전달할 수 있을까에 온 신경을 쏟은 탓입니다. 이렇게 만들면 내 말이 전달되겠지, 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그냥 처음에 작가 소개만 봐도 전달되는 내용이고, 이야기는 진부하고 흥미가 없고 지루하기까지 하니, 직접 구입하는 독자들이라면 돈만 아까울 것입니다. 이런 소설보다 차라리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관해서 자세하게 써놓은 인터넷 글이나 동영상이 훨씬 효과적이겠지요. 아마 그것이 인터넷 곳곳에 퍼지는 파급력이 이 소설보다는 몇 배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군비 증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소설은 결국 소설 본연의 자세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소설의 주제마저도 전달시키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소재는 좋았습니다. 잠수함들의 전투도 몇몇 씬에서는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이 소재가 좋으면 좋을 수록 이 소재를 살리지 못한 이 소설이 참으로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조금 더 소설을 읽어보고 구성을 어떻게 잡고,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 되어서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지 생각했다면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제보다 먼저 이야기에 집중하면, 주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놀아들고 독자가 스스로 파악해내게 됩니다. 작가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소설을 도구화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결국 독자는 소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책을 덮게 되겠지요.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주제까지 체득할수록 그 주제는 독자에게 선명하게 기억되고 자기 스스로 발굴한 주제인 만큼 더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너무 드러내고 직접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육성이 소설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소설 자체의 매력이 전혀 살아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독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교훈을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주십시오. 그러면 독자는 재미있게 읽고 나서 만족감 속에서 주제 또한 느끼게 될 테니까요. 재미있는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을 넘어서야 합니다. 독자가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지 않고 항상 다르게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는 재미있게 느끼지 않습니다. 모든 게 예상한대로만 가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결국 안 봐도 무방한데 말입니다. 작가분이 독도에 관한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그건 작가 소개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캐릭터들이 이게 정말 중요하다. 이것 때문이다. 이렇게 몇 번이고 되뇌이고 반복해서 주입시키고 강요할 필요는 없겠지요. 작가분이 소재를 정하고 나서는 어떻게 주제를 전달할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는 소설을 들려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노블레스클럽이 단순히 판타지 소설에서 벗어나 이런 소재까지 발굴하려는 노력은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책이 나오기 전까지 편집자도 작가와 함께 좀 더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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