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삶의 활력소를 갖고 있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말이다.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노래가 될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진 삶의 활력소는 무엇이 있을까? 내게 있어 삶의 활력소 중 하나는 축구다. 오래전부터 축구팬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축구 보기를 좋아한다. 울적할 때, 짜증이 날 때, 머리가 복잡할 때 내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안정제이다. 공 하나를 보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선수들, 각종 기묘한 드리블 기술과 민첩한 몸놀림 그리고 마침내 터지는 천금 같은 결승골. 카타르시스.

  이런 내가 알라딘 서평단 도서 중에 『스포츠 키드의 추억』이란 책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스포츠라면 당연히 축구 이야기도 제법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서평단을 신청했다. 오랜만에 신청한 까닭인지 다행히 서평단으로 선정이 되었고 책을 받게 되었다.

  처음 책을 받아본 감상은 무게는 가볍게 느껴졌고 깔끔하게 편집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모두 흑백이긴 했지만 사진들도 제법 들어가 있었고 재미있는 제목이 달린 글들도 있어서 흥미가 유발되었다. 무엇보다도 축구 이야기도 많아 보였다. 마음에 들었다.
  제목만 보고 신청한 터라 사실 이 책의 정체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한겨레21』에 문화부 기자인 신윤동욱 기자가 「스포츠 일러스트」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책이었다. 일단, 그런 사전 지식을 숙지하고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는 아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반씩 나누어서 읽었다. 일단, 축구 칼럼만 찾아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자 한 것도 축구 이야기 때문이었고 워낙 축구를 좋아하는 터라 축구 이야기부터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의 감상은 약간은 실망이었다. 칼럼이기 때문인지, 전문적 지식이나 새로운 정보보다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와 비슷한 감상을 가졌거나 내가 아끼는 선수를 마찬가지로 칭찬하는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굳이 책으로 읽는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약간의 실망을 안고 이번에는 나머지 글들을 읽어보았다. 이러니, 이건 완전 다른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내가 모르던 스포츠들에 대한 정보들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만약 이 책을 쓴 필자와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의 사람이라면 추억을 회상하기 딱 좋았을 이야기들도 나는 어렸을 적의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읽어야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축구라는 메이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 종목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십 년이 넘게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들이었고 신화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땀을 흘리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관심 밖이었던 올림픽이 무작정 기다려졌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의 활약상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올림픽은 금메달 개수만 확인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의 이름이며 경기를 직접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책 한 권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사람에게 이토록 영향을 끼칠 수 있다니.

  전체적으로 깔끔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들이라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유머 섞인 재치 있는 글들이기 때문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읽을 수 있다. 애국주의 관점에서 보는 스포츠에서 벗어나자는 작가의 시선도 반갑고 건강하다.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쿨한 선수들의 등장도 좋았다. 그리고 또한 노장 선수들의 애환과 노력을 엿볼 수 있고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팬이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2008년이 되면, 오래 뛰는 ‘언니’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앙골라 여자 핸드볼 팀을 응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 나만의 응원팀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 삶은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때로 스포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우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드라마를 발견하여 위안을 얻고, 또 은퇴하지 않고 꿋꿋하게 경기장에 서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또 좋아하고 싶은 독자라면 권하고 싶다. CF에서 성룡이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방법은 비자 카드라고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론 이 한 권의 책으로도 베이징 올림픽을 갈 수 있는 좋은 티켓이 아닌가 싶다. :D

 

 

※ 이 리뷰는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알라딘 서평단 도서를 읽고 쓴 서평단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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