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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7.6 - Vol.2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리뷰] 판타스틱 2호를 읽으며


  장르문학은 어디로 가는가?


  국내에서 장르문학이 태동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PC통신 등을 기반으로 발전한 장르문학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아직까지 매니아 층이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의 질이 좋아지거나 인구가 확대된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생존해 있던 장르문학이 2007년 5월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장르문학 전문 잡지가 탄생한 것이다. 그 이름 하여, 판타스틱! 판타지, SF, 미스터리, 호러를 다루는 이 장르 잡지는 무려 매달 출간되는 월간지다. 대부분의 순수문학 문예지들도 판매량이 저조하여 폐간하거나 계간지로 근근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그리고 수많은 잡지들이 사라져간 한국 출판 시장에서 독자층이 한정되어 있는 장르문학의 월간지가 출간된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지금껏 웹진으로는 여러 번 존재했었지만, 오프라인으로 국내에 장르문학 잡지가 정식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은 장르 소식을 매달 독자들이 교류할 수 있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수도 있으며 기존의 작가들에게 지면을 할애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장르문학 전체의 퀄리티 상승을 꾀할 수 있고, 다양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 확대의 측면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출간되기 직전까지도 필자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과연 판타스틱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출간되고 있는 SF나 판타지 소설 중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 그렇게 네임벨류가 있는 작가의 소설도 그러할 진대, 이제 막 출간되는 판타스틱이 과연 얼마만큼의 인지도를 얻고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제대로 모습을 선보이지도 못하고 시장에 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가? 이런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5월 창간호가 발간되고 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타스틱 창간호는 출간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구하기 힘들 정도로 매진이 되어버리고 온라인 서점 등에서는 잡지 통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그동안 장르문학 잡지를 원하던 독자층이 얼마나 많았던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 그들은 그 간절한 기다림 끝에 만난 판타스틱에 만족했을까?

  이제 6월호를 만나보도록 하자.

 

  6월호, 2호가 나오다!


  소설

이영도/팀프랫/조지마틴/박형서/폴 윌슨/복거일/루이스캐럴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해서 - 이영도

  이영도의 두 번째 SF단편이다. 웹진 크로스로드(http://crossroads.apctp.org/ )에 실린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이후, 이영도의 두 번째 SF단편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해서 고찰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다른 갈등이나 캐릭터가 부각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실망한 독자들도 많이 보이는 것 같지만, 모든 단편이 같은 구조와 같은 장점을 가지는 건 아니다. 이 단편은 어디까지나 의도한 바가 독자에게 오히려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목적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흥미로웠다. 사실 예전에 단편 키메라 같은 경우도 마지막에 이해 안가는 부분을 나중에 인터넷의 해설을 통해서야 이해가 갔는데, 이 단편 역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보다는 더 철학적이고 어려운 것 같아 보이지만 말이다. 순간이동에서 공간을 제하면 그것은 곧 영생이라는 의미 해석이 나오지만 그것은 기각 당한다. 그보다 더 진정한 순간이동의 의미란 무엇인가. 읽던 도중 박민규의 핑퐁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 우리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을까? 왜 우리는 반드시 생존(生存)해야만 하는 걸까? 어떤 우연이 우릴 그렇게 고안한 걸까? 인체를 통해 태어나고 길러져야만 인간일까? 반드시 그래야만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영문도 모른 채 남아서 뭘 하려는 걸까?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말이야.


- 핑퐁, page 172 中


  순간이동은 인간을 그 자체로 존재하게 만들 수 있다. 아아, 그래도 아직도 고민을 해봐야 할듯하다.


판타지 단편 - 팀 프랫/ 작은 신들

예전에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실렸던 단편인데 그때 읽어보지 못했다. 판타스틱을 통해 읽었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었다.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호러 중편 연재 - 조지 마틴 / 샌드킹<1>

얼음과 불의 노래로 유명한 조지 레이먼드 리처드 마틴의 작품. HBO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가 미니 시리즈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기대 중이다. 판타스틱에 실린 단편 <샌드킹>은 1979년 <Omni>지에 8월호에 게재되었고, 같은 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수상한 마틴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호러소설의 설정을 바탕으로 SF의 소도구를 깔끔하게 활용한 이 작품은 젤라즈니 이래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찬사를 받은 마틴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LDG 시절의 걸작이며, 1995년에 TV 시리즈인 <The Outer Limits>에서 영상화 되었다고 한다. 정말 호러 소설을 보는 듯한 긴장감과 SF의 느낌이 잘 섞여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어서 다음 내용을 읽고 싶다. 이런 몰입감이라니!


판타지 초단편 - 박형서 / 냄새가 나요, 가족의 기원

박형서의 글은 이걸로 처음 읽는 거지만 만족스러웠다. 이토록 짧은 분량에 이렇게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니.


SF 중편 연재 - 폴 윌슨 / 다이디타운 - 거짓말<2>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끝이 깔끔하고 멋졌다. 정말 매력적인 글이다. 이런 연재물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판타스틱의 장점일 것이다.


SF 장편 연재 - 복거일 / 역사 속의 나그네<2>

역시 창간호와 같은 이유로 읽지 않았다. 언젠가 완결되고 책으로 나오면 읽고 싶다.


판타지 장편 연재 - 루이스 캐럴 / 실비와 브루노 <1>

  창간호의 서문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언어유희가 많아서 읽기가 좀 힘들었다. 주석을 봐야만 이해하고 웃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 초반인 만큼 루이스 캐럴이 보여줄 환상 세계가 기대된다.



만화

단편 - 박도빈 / 로스트 앤 파운드

로스트 앤 파운드라는 SF단편을 만화로 옮겼다. 예전에 워터가이드에 번역본이 올라왔었고, 플래시 애니로 많이 퍼졌다는데, 필자는 아마도 플래시 애니로 접했었던 것 같다. 다시 봐도,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왔다. 좋은 만화다. 언제 봐도 좋을.

연재 - WAL / 돌아오지 않는 남자

재미있다. 마지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처럼 의뢰를 받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형사의 이미지는 언제 봐도 즐거운 것 같다. 연재물이라 다음 편이 더욱 기대 된다. 몬타나존스처럼 동물들이 주 그림체가 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특집 기획

Kurt Vonnegut Jr 1922-2007

트랄파마도어로 떠난 거장

커트 보네거트


  - 그의 작품은 아직 하나도 읽지 못했다. 국내에는 다섯권이 나왔다니,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이런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것 같다.


그녀의 마음을 훔치는 판타스틱 BGM

- 유쾌했다. 언제 음악들을 다 찾아 들어볼지.


인터뷰

2000년대 한국 소설의 최고 기대주

박형서


- 역시 그의 작품은 하나도 읽지 않았다. 인터뷰는 재미있었다. 그의 장편이 기대된다고 할까? 판타스틱에 실린 두 편의 짧은 단편도 좋았고. 지금 나에게는 박형서의 두 번째 단편집인 자정의 픽션이 있다. 이번 주가 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획연재

장르 토착화/한국 판타지 10년을 돌아본다

한국 판타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도 많았고, 짚어볼만한 책도 무수히 많다. 역사는 짧다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정말 오만가지 사건들이 다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겉핥기  식으로 되지 않고 좀 더 풍부한 정보가 담기기를 소망해 본다. 연재물이므로 다음호를 기대해보고 싶다.


  그 외에 칼럼이나 트렌드 기사 등도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잡지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은 역시 이런 기사들일 것이다. 장르 인사이드에서 장르의 개척자 - 올라프 스태플든을 소개해준 것은 흥미로웠다. 철학적인 SF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번역본이 아직은 없어서 아쉬웠다.


  리뷰를 마치며


  이제 고작 2호가 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다. 이런 잡지가 출간된 것만으로도 반드시 사야한다고 느끼는 장르 독자라서 그럴까. 아직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잡지다. 디자인도 페이지마다 잘 되어 있고 - 창간호에서 지적된 가독성 문제도 수정되고 있고 - 다양한 기사들과 광고가 정취가 있다. 예전에 마이컴이라는 컴퓨터 잡지를 매달 사본 적이 있었다. 그때 기사들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광고 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잡지의 재미 중 하나랄까. 판타스틱도 많은 판매량만큼이나 광고도 다양하게 많이 싣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더욱 번창하기를.

  호러, 미스터리, SF, 판타지를 다 다룬다는 게 좋기도 하지만 제대로 분배 하지 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될 문제이다. 아무쪼록 꾸준히 살 테니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예전에 내가 보던 마이컴이 재미있어 보인다고 정기구독을 신청한 친척이 있었다. 그 친척이 입금하자마자 마이컴이 망했던 기억이 있다. 판타스틱은 부디 십 년, 이 십 년 한국 장르 문학의 토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장르 소설들의 출간물 광고나 공모전 광고가 있어서 반갑다. 이런 지면이 있다는 게 역시 좋은 듯하다. 동호회 소식란에 JOYSF의 회지 소식이나 환상문학웹진 거울(http:/mirror.pe.kr )의 소재별 앤솔러지 시리즈 두 번째인 외계인을 소재로 한 <<제15종 근접조우>>의 홍보를 해준 것도 좋아 보였다. 이런 식으로 웹진이든 월간지이든 서로 도와가면서 장르 문학의 발전을 이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작품과 작가가 우리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장르문학이 어디로 가는지, 그 해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판타스틱이 망망대해의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든다. 꾸준히 따라가야겠다. 아직 망설이는 독자가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어서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 2호는 아직 매진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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