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진에서 우주를 향해 해바라기처럼 고개를 쳐든 커다란 안테나들을 볼 때면 먹먹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인간이란 광막한 우주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보냈을지도 모를 희미한 신호를 기다리는,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게 새삼 느껴지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이 묘사한 것처럼, 태양계를 떠나는 보이저호가 뒤돌아본 지구는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작게 빛나는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그 무한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지구를 상상할 때면,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속에 어쩌면 우리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고독함이 문득 나를 엄습하곤 하는 것이다.
로마의 한 숙소에서 내다본 도시의 밤하늘은 건물 옥상마다 빼곡이 들어선 안테나로 가득했다. 저 건물 안에서 이태리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축구경기를 보며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터였다. 칸칸이 나누어진 공간 안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대신 안테나를 내밀어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웃고, 어떤 이들은 울고, 저마다의 일상이라는 맥락 속에서 저마다의 감정을 경험하고 있겠지만, 다투듯 밤하늘로 솟아오른 안테나에서 어떤 처연한 고독이 느껴진 것은 내가 낯선 땅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고 있는 이방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이 우주 속에서 고독한 존재인만큼, 우리 개개인도 그 고독을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도 난 안테나를 세운다. 누군가의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받는 이 몸짓으로야 겨우 존재라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우주로 쏘아보낸 신호만큼이나 기약 없는 몸짓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