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나치 논란에 공산주의 스파이 활동까지, 로마 가톨릭이 그늘진 `과거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7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교구를 이끌던 스타니스와프 빌구스(67) 대주교가 과거 공산주의 정권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한달 만에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빌구스는 이날 사퇴 성명서를 내고 "교회에 누를 끼친 점을 인정하며 교회법에 따라 사퇴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빌구스는 폴란드 동부 루블린의 가톨릭대학에서 신학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한 학자 출신의 성직자. 1970년대 현 베네딕토16세 교황이 뮌헨대학 교수로 있었던 시절에는 함께 근무를 하기도 했다. 1999년 폴란드 중부 플록의 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폴란드 가톨릭의 지도층으로 부상했고, 지난해 12월6일 바르샤바 대교구를 책임지는 대주교로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과거 공산주의 정권의 비밀경찰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빌구스 본인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다"며 부인했으나, 공산정권 시절의 의혹들을 조사해온 폴란드교회 내 특별위원회는 그가 스파이활동에 연루됐음을 인정하는 조사결과들을 공개해버렸다. 지난해까지 바르샤바 대교구장이었던 원로 성직자 요제프 글렘프 대주교가 나서서 "과거엔 많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정부와 타협을 해야만 했었다"면서 지나친 여론재판을 피해줄 것을 호소했으나 여론은 계속 나빠졌다. 결국 빌구스가 사임을 발표하자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합리적인 해법"이라는 논평을 냈다.
폴란드 출신이었던 고(故) 요한바오로2세 전임 교황은 극렬한 반공주의자였으며, 폴란드 가톨릭교단은 1980년대 `솔리다르노시치(자유연대노조)'의 민주화운동을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그 이면에서 일부 성직자들이 비밀경찰에 협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폴란드 내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사와 관련돼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유럽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톨릭 교회의 도덕성 문제와도 맞물려 파문을 일으켰다. 앞서 지난달에는 슬로바키아 대주교가 나치에 협력했던 체코의 옛 파시스트 통치자 요제프 티소 정권시절을 "편안했던 시기"라고 예찬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베네딕토16세의 `반(反) 무슬림 발언'에 이은 잇단 설화들 때문에 교황청의 권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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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0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역시 교황도 인간인지라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chika 2007-01-0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앙'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인간인 저들의 짓꺼리, 라고 흥분할뿐이예요. 달리, 뭘 할 수 있겠냐구요. ㅡ"ㅡ

딸기 2007-01-0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가톨릭은 저렇게 감시의 눈이 많고 과거사 청산의 노력이라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계몽되고 훌륭한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털어 먼지 안나는 종교 찾는 것이 아니라, 먼지를 털어내는 종교라는 것이 높이 평가해줄 부분이라는 거죠. 실은 가톨릭 외의 대부분 종교들이 '과거사' 따위에는 굳게 입 닫아걸고 있으니까요. 독재정권 예찬했던 한국의 개신교회들, 전두환에게 돈 받았던 절들, 지금 다 입 꾹 다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설적이지만 가톨릭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할까요.

물만두 2007-01-08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주소, 이름, 전화번호!!!
 

해마다 촌철살인 유행어와 눈에 띄는 신조어를 뽑아온 미국 방언협회가 7일 지난해의 최고 히트작으로 `명왕성되다(plutoed)'라는 단어를 선정했다.


언어학자, 역사학자, 민속학자 등 다양한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이 협회는 웹사이트를 통해 `2006년의 단어'로 `명왕성되다'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방언협회라는 이름이 우스워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이 단체는 전통이 117년이나 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 작년 초에는 ‘진실스러움(truthiness)’이라는 단어를 2005년의 단어로 선정했고, 뒤늦게 여러 언론들이 작년 연말에 1년이나 지나서 이 단어를 한해의 단어로 소개하는 해프닝도 했었다).





plutoed 라는 단어는 지난해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의 처지에 빗대, 사물이나 사람이 갑자기 평가절하되거나 추락하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 `명왕성 만들다(to pluto)'라는 동사나 `명왕성되다(be plutoed)'라는 수동태 형태로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가 순식간에 유행어가 되고 말았다. 지난 5일까지 실시된 인터넷 투표에서 ‘명왕성되다’는 협회가 선정한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명왕성급 천체를 가리키는 `플루톤(Pluton)' 같은 명왕성과 관련된 말들도 후보로 거론됐다.


이 밖에 옛날 탄광에 집어넣던 카나리아처럼 기후변화 위험성을 나타내주는 멸종위기 동물을 가리키는 `기후 카나리아(climate canary)', 유명 정치인이 인도계 청년을 지칭하며 썼던 인종차별적인 호칭 `마카카(동양계에 대한 비하 표현)', 미국과 유럽의 지나친 항공기 소지품 제한조치를 꼬집은 `금지된 액체(prohibited liquids)' 등도 경합을 벌였다.


다음은 협회가 발표한 분야별 눈길 끄는 낱말들.


▲ 가장 유용한 말=기후 카나리아, 플로그(fake blog·기업들이 정체를 숨기고 홍보글을 올리는 허위 블로그)

▲ 가장 창의적인 말=락타아드(lactard·젖당분해효소 락타아제가 없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어른)

▲ 가장 불필요한 말=수리캇(SuriKat·배우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딸을 가리키는 애칭)

▲ 가장 극악무도한 말=캄보디아 장신구(Cambodian accessory·배우 앤절리나 졸리의 캄보디아 입양아를 비아냥거리는 표현)

▲ 가장 모호한 말=물에 태우기(waterboarding·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물고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 행정부가 에둘러 지칭한 말)

▲ 가장 성공적인 말=유튜브(YouTube·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동사로 쓰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다')


■ 원문 http://www.americandialec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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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7-01-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되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떤 계기로 인해 알콜중독에 빠지는 현상^^
새벽별되다: ................................................아침잠이 없어지는 현상
딸기되다: 평범하던 사람이 갑자기 리뷰를 잘쓰게 되는 현상

딸기 2007-01-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마태우스님 재밌어요 ^^

비연 2007-01-0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댓글까지 재밌네요~

2007-01-08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1-09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마태우스님 정말 재밌죠?
**님, 퍼가셔도 당근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인사 나누는 것만 해도 반가운걸요. :)

mychun 2007-01-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도 재미있네요.
저도 퍼갑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음, 김호동 옮김 / 사계절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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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플란의 책이 연말 거의 다 읽고 몇장 안 남은 상태였는데, 그래도 한 해의 첫 시작을 카플란 책으로 하기엔 좀 그렇다 해서 굳이 남겨두고 이 책을 읽었다. 작년부터 읽어야지 했다가 이제야 손에 넣고 책장을 넘겼는데 의외로(아니 어쩌면 예상대로)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서문에서 역주를 단 김호동 서울대 교수가 이 책의 ‘원본’을 충실히 설명해놓았고 각주도 열심히 달아 읽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됐다. 베네치아를 영어식으로 베니스라 한 것은 역자가 영어판본을 번역한 탓인 것 같고, 각주에 계속 km가 아닌 마일 단위가 나오는 것도 그 탓인 듯. 이런 책을 애써 펴낸(더불어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까지 옮겨냈던) 김호동 교수에겐 박수를 쳐드리고 싶은데, 각주에서 마일 단위 나오는 것과 한자 한글발음 병기 안 한 것 때문에 읽으면서 아주 조금 불편했다.


원제목은 ‘Divisament dou Monde’ (세계의 서술) 이라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방견문록’이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이 된 것이 지금도 우리에겐 그렇게 인식돼 있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보면 ‘동방견문록’ 해도 영 틀린 것은 아니지만 원제대로 좀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예 번역자가 ‘세계의 서술’로 못박아버렸다면 조금은 바로잡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역자가 지적한대로, 첫째 유럽인의 눈으로 본 유럽 이외의 모든 세계(유럽인들이 신대륙에 가기 이전)를 담겠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였고, 둘째로 ‘동방’이라 하면 중국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멀리 아프리카 일부지역과 러시아, 북극 가까운 곳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책은 폴로가 감옥에서 구술(口述)했다고 하는데 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면 진위논쟁이 있는 것들이나 불명확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니 전공자가 아닌 나로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할 따름이다. 구술한 것 치고는 너무 상세하다는 점도 폴로의 정체(?)를 의심하는 학자들 사이에선 하나의 논거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쨌건 이 책의 재미는 바로 그 디테일함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전체가 다 디테일이다 - 대단한 통찰력을 담은 서술이라기보다는, 건조하게 세부사항들을 아주 꼼꼼히 다룬 책이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 중엔 저자가 직접 다녀본 곳에 대한 설명도 있고, 전해들은 것들도 있다. 오늘날의 투르크와 이란, 중앙아시아, 중국 북부와 서남부, 동남부, 인도양 섬들과 인도를 거쳐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와 오늘날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예전엔 ‘인도 영향권’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같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지대까지, 여러 지방과 도시의 독특한 풍물을 담고 있다.

그런데 수십년에 걸쳐 이 넓은 곳을 다니면서, 언급하는 지역에 대해 짤막짤막하게나마 위치와 거리, 인구, 경제력, 생계 수단(직업), 천연자원과 동식물, 정치구조 같은 것을 빼곡하게 실었다. 구술 형식 탓인지 중세 유럽풍인지는 몰라도 폴로라는 이의 말을 받아적는자가 듣는 이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돼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로 치기엔 너무 방대하고 너무 건조하다. 여행담이라기보다는 지리서나 박물지에 가깝다. 팩트들을 기록해 남기겠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을 갖고 정리를 해놓은 듯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책의 재미는 바로 그런 것들이다. 여러 지역에 대한 폴로의 ‘느낌과 생각’ 같은 것을 찾으려 했는데, 기독교도로서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이슬람(사라센인들)에 대한 비하와 경멸의 표현 같은 구태의연한 것들 말고는, 사적인 감상이 너무 적다. 그 대신 당대의 이방인들 눈에 신기하게 비쳤을 생생한 풍물들이 나와 있어 그걸 보는 재미가 컸다.

바우닥(바그다드)과 바소라(바스라), 이스파안(이스파한), 타우리스(타브리즈), 야스드(야즈드)와 케르만, 소금산과 발크(발흐), 사마르칸(사마르칸드), 탕구트, 카라코롬, 그리고 모게다쇼(모가디슈)와 찬기바르(잔지바르)까지. 너무나 너무나 가보고 싶은 곳들이어서, 그런 지명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서남아시아인들이 말하던 루크(로크) 새 이야기가 여기 나온 것도 반가웠다(이 새에 대해서라면 난 정말 관심이 많은데).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라피스 라즐리’라는 돌이 이란 북부 바닥샨에서 나는 청금석이란 사실은 처음 알았다.



“조르지아(그루지야)인들과의 경계에 있는 한 샘에서는 100척의 배에 한꺼번에 실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기름이 뿜어져나오지만 식용으로는 좋지 않다. 그러나 불이 잘 붙고, 가려움병이나 옴이 붙은 낙타에게 발라주면 좋다. 사람들은 아주 멀리서부터 이 기름을 구하기 위해 오고, 근처에 있는 모든 지방들에서도 이것 말고는 결코 다른 기름을 태우지 않는다.” (104쪽)


“카타이 지방 전역에 걸친 산지의 광맥에서 캐낸 검은 돌의 일종이 장작처럼 탄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돌은 나무보다도 더 잘 탄다. 더구나 여러분에게 말하건대 저녁에 불을 잘 붙여놓으면 이 불은 밤새도록 계속되고 더러는 아침까지 가기도 한다. 장작과 같은 나무도 충분히 있지만, 카타이 전역에서는 이 돌들이 태워지고 있다. 이 돌들은 엄청나게 많은 양이 존재한다. 그들이 이 돌을 때는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들고 나무를 많이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284쪽)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중국의 석탄 이야기. 그 시절부터 그랬었구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재미있다. 악어를 보고 ‘입이 엄청나게 큰 무섭고 커다란 뱀’이라 한 것이나 호랑이를 ‘얼룩무늬가 있는 커다란 사자’라고 한 것 등등 웃음 짓게 하는 구절들이 많았다. 암살단(아싸신)을 얘기하는 ‘산상의 노인’ 편은 여러 책에서 접했었지만 여기서 보니 또 재미있다. 용연향 정향 침향 사향 등등 여러 향료에 대해서는 좀더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나 더 기억에 남는, 인도네시아 ‘소자바’(수마트라섬) 페를렉 왕국 이야기.


“그들은 여러 가지를 숭배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처음 눈에 띄는 것을 숭배한다.”


마음에 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눈에 띄는 것을 숭배한다! 나는 내 가족을 숭배하고 새벽공기를 숭배하고 지하철5호선을 숭배하고 이 도시와 나의 삶을 숭배하리라! 이것은 새해 첫 책으로 선택해준 데에 감사하며 폴로가 나에게 주는 한해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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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시대가 오는가
로버트 카플란 지음, 장병걸 옮김 / 들녘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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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이 1994년 아틀란틱 먼슬리에 같은 제목의 글을 썼다가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는데, 뒤에 썼던 다른 컬럼들까지 모아서 2000년에 이 책으로 묶어 냈다.
냉전 끝났다고 세상의 낙관론자들이 좋아라 날뛰지만 앞으로 다가올 것은 승리의 영광이 아니라 세계의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무정부주의적인 분쟁과 폭력이다, 하는 것이 책의 요지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동유럽 곳곳에서 민족, 종교의 외피를 쓴 테러범들과 분리주의자들이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책 없이 좋다고 떠들지 마라. 책 제목이기도 한 ‘다가오는 무정부주의’는 이 책의 맨 첫 장에 나와 있다. 두 번째 장에선 무식하고 가난한 민중들에게 형식적인 민주주의(투표)만 가져다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파하고, 세 번째 장에서는 대량학살을 이성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낙관론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철없는 짓인지를 비판한다.

4장은 냉전 이후에 CIA같은 정보기구를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 6장은 박애주의자들이 박애만 주장하다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걸 다룬다. 5장, 7장, 8장은 각각 기번 ‘로마제국의 흥망’과 헨리 키신저의 젊은 시절 논문, 조지프 콘라드의 ‘노스트로모’ 소설에 대한 서평이다. 마지막 결론 격인 9장은 평화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평화주의자들에게 따지며 환상을 깨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끝난다. 재미는 있지만 어쩐지 올해 첫 책으로 하기 싫어서 1년 내내 강독한답시고 읽다가 석장 남겨놓고 또 미뤄뒀다. 결국 동방견문록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남은 여섯 페이지를 넘겼다.

실은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를 동시에 읽고 있었다. 몇해전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을 읽고 나서도 프리드먼과 카플란을 비교하는 독후감을 썼었는데, 공교롭게도 또 비교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국제정치 어쩌구 하면 현실주의/이상주의 이런 구분을 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카플란은 현실주의 중에서도 수퍼울트라 현실주의다. 문체는 시니컬, 시선은 차갑고, 묘사는 처참하고, 진단은 냉혹하고, 처방은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현실주의적’이다. 평화를 사랑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들이여, 평화를 사랑하는 것으로 평화를 가져올 순 없다, 저 아프리카의 못나터지고 무능하고 잔혹한 작자들을 보아라, 저 동유럽의 걸레 같은 도시들을 보아라, 이슬람의 형편없는 테러리스트들을 보아라! 미국의 힘으로, 강대국들의 힘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가난한 제3세계 민중들에겐 차라리 나을 것이다 - 표현은 좀 다르지만, 이렇게 표현해도 카플란이 별로 반박은 안 할게다.

프리드먼은 기본적으로 낙관주의자, 이상주의자다. 9·11 테러 뒤 맛이 확 가버리긴 했지만 그의 시선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의 시선은 따뜻하다. 너무나 미국적인 희망의 메시지가 둥둥 떠다니다 못해 세상을 평평히 누른다고까지 하니 압박스러울 지경이다.

프리드먼은 카플란보다 유명하다. 돈도 더 많이 벌 것이다. 사람들은 낙관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대중적인 인지도 혹은 저술가로서의 인기 면에서 보자면 프리드먼은 저널리즘의 스타이고, 카플란은 황야의 선지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플란의 말마따나 미국에서 이상주의자들이 외교를 맡았던 적은 없었다! 민주당 정권 때 국무장관을 한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헨리 키신저보다 순진했을는지는 몰라도, 이상주의는 아니었다. 학자들과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은 이상주의를 떠들어대지만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언제나 현실주의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치와 외교는 현실이니까. 카플란과 정반대편에 서있는 촘스키 같은 사람들도 맞다고 할 것 같다.


프리드먼은 오만하고, 카플란은 잔인하다. 이 두 사람을 굳이 이야기하는 것은 잘나가는 저널리스트들로서 미국의 두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시각이 세상을 보는 두 가지 방법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세상은 평화롭다-위험하다’ ‘세상은 평화로워야 한다-평화는 주의주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협상과 대화가 중요하다-협상과 대화는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 ‘글로벌화는 번영을 갖다준다-그 번영을 깨려는 자들이 더 많아진다’ ‘미국식 가치는 선하다-그거 싫어하는 자들도 많다’ ‘착한 사람이 승리한다-착한 것은 승리와 관계 없다’ 등등.

프리드먼은 독자들 혹하게 글을 쓰긴 하는데 통찰력이 없다.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전문기자라는 문패 값이 더 높다고 본다. 혹평을 하자면 그 정도 배우고 그 정도 돌아다니면서도 그렇게 통찰력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머리가 나쁘다고 할밖엔. 카피를 만드는 것도 영 그저 그런데 억지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경도와 태도, 월드 이즈 플랫(The World Is Flat) 이라니.


카플란은 잔인한데 그가 묘사하는 것은 ‘현실’이다. 조지 W 부시가 이 자의 책을 보고 전쟁구상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소문이 있지만, 부시 류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카플란이 주창하는 ‘강자(强者)의 현실주의’는 맥락이 좀 다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행여라도 이상주의-현실주의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가를 때 내가 후자의 편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사필귀정, 권선징악, 세상은 착한이들의 것이며 인간에겐 이성과 양심을 기대할 수 있다,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은 도와야 하고 법과 정의가 승리할 것이다. 나는 계몽주의 이상주의 이런 것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성의 힘과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그런데 갈수록 현실주의 쪽에 귀가 솔깃해지려는 나를 발견하니 당혹스럽다. 카플란이 말하는 것은 ‘진리’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현실’ 혹은 ‘현실의 한 단면’이니 말이다.

일례로, 아프리카를 볼 때 가장 난감한 것이 개발독재 문제다. 개발독재는 필요한가? 쉽게 말하기 힘든 것들, 더군다나 박정희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한국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내가 뭐라 단언하기 힘든 유령 같은 문제들과 부딪칠 때마다 혼란스럽다. 자유, 평화, 민주주의, 인권, 평등, 정의, 테러, 분배, 유엔, 국제기구, 효율성, 자선과 구호.


“세계무역 확대, 인간의 창의성 같은 것들이 세계가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리라고 믿는 기술낙관론자들이 한 무더기 있지만 그따위 것들은 문제가 다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카플란은 프리드먼 같은 한 무더기 낙관주의자들을 싸잡아 평가절하한다. 방금 전 시오노 나나미가 “일본이 60년간 전쟁을 겪지 않아 죽음에 무감각해지다보니 잔혹한 범죄가 많아진다”고 했단다. 이 기사를 보고서 황당해 했는데, 카플란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60년간의 평화’가 백악관에 철부지들만 들끓게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평화의 시대에 태어나 자란 스페셜리스트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것. 이 부분이 들어가 있는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평화의 위험성’이다. 카플란이 내던지는 말들엔 동의하고 싶지 않은데, 또 100% 틀렸다 할 수 없는 것이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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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1-0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니고 영어로 된 건데... 저보다 영어가 출중하시니, 괜찮으시겠지요 ^^
 
 전출처 : 물만두 > [퍼온글] 예쁜 우리말

 

 1. 가리온 : 털이 희고 갈기가 검은 말

2. 갈무리 : 물건을 잘 정돈하여 간수함. 마무리

3. 겨끔내기 : <일> 서로 번갈아 하기

4. 구름발치 : 구름과 맞닿아 뵈는 먼 곳

5. 까미 : 얼굴이나 털빛이 까만 사람이나 동물을 일컫는 말

6. 까치놀 : 석양에 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에서 희번덕거리는 물결

7. 깜냥 : 일을 가늠보아 해낼 만한 능력

8. 깨끔발 : 뒤꿈치를 들어올린 발

9. 꼬두람이 : 맨 꼬리, 또는 막내

10. 너울가지 : 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 포용성

11. 논틀밭틀 : 논두렁이나 밭두둑을 따라 난 좁고 꼬불꼬불한 길

12. 높새바람 : 북동풍

13. 높바람 : 북풍, 된바람

14. 늘픔 :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

15.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16. 달구비 : 달구처럼 몹시 힘있게 내리 쏟는 굵은 비

17. 달보드레하다 : 연하고 달큼하다

18. 담숙하다 : 연하고 달큼하다

19. 도담다담 : 어린애가 탈없이 자라는 모양

20. 도우미 : 행사 안내를 맡은 여자 요원 = 도우(다)+미(여자)의 짜임새

21. 동살 : 새벽에 동이 터서 훤하게 비치는 햇살

22. 딸따니 : 어린 딸을 귀엽게 부르는 말

23. 안다니 : 무엇이든지 잘 아는 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24. 곁두리 : 농부가 끼니 밖에 때때로 먹는 음식

25. 아기똥하다 : 말이나 행동 따위가 매우 거만하고 앙큼한 데가 있다는 뜻

26.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말

27. 미쁘다 : 미덥다. 믿음직하다

28. 뜬돈 : 어쩌다가 우연히 생긴 돈

29. 아름드리 : 한 아람이 넘는 큰 나무나 물건 또는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것

30. 둥개다 :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쩔쩔매다

31. 안차다 : 겁이 없고 야무지다라

32. 슬기주머니 :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

33. 볕뉘 :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거나 그늘진 곳에 닿는 작은 햇볕

34. 꽃보라 :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들

35. 들모임 : 들놀이, 야유회

36. 듬쑥하다 : 사람의 됨됨이가 가볍지 아니하여 속이 깊고 차있는 모양

37. 또랑거리다 : 눈동자 따위를 아주 또렷하고 똑똑하게 움직거리다

38. 띠앗머리 : 형제 자매 사이에 우애하는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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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6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1-0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알았어요! 바나나킥... 맞군요. 뭔지 알겠는데... 그게 비싼가보죠? 저 홈페이지 함 가볼께요. 땡큐~~

딸기 2007-01-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지금 보니깐...우리애한테 사주면 너무 좋아하겠는걸요. 그런데 가격이 좀 쎄긴 하네요. 좀더 생각해봐야겠어요.

ceylontea 2007-01-08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뒤져서 최저가로 사세요.. 그래도 비싸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