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세이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칼 세이건. <코스모스>의 작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대중적인 우주과학자. TV에 많이 등장했고 각종 사안의 코멘터로도 애용됐던. 그 외에, 내가 이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은 없었다.

<에필로그>는 말 그대로 에필로그다. 과학저술가로서 명성을 떨쳤던 세이건이 골수암으로 죽어가면서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마지막'에 방점을 찍는다면, 그가 남긴 에필로그가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문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저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고 살았던 스타 과학자가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환경 얘기였다. 물론 책 뒷부분에는 낙태에 대한 입장 등 기고문과 연설문들이 몇개 실려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덤 정도에 불과한 것들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질적으로만 안다면, 그것을 아주 막연하게 아는 것에 불과하다. 대상을 양적으로 안다는 것은 그것의 크기를 숫자로 이해하여 무수히 존재하는 다른 가능성으로부터 그것을 구별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대상을 깊이 있게 아는 첫걸음이다. 그럴 때 우리는 대상이 가진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제공하는 힘과 이해에 접근할 수 있다. 수량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관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책을 읽는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린 항상 '양'보다는 '질'이 더 '우월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산다. 결국 질을 규정하는 것은, 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양이다. 흔히 인문학도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양(수치)의 중요성을 무시하면서, 말하자면 '잘난척'을 한다. 그러나 인류의 무지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가 인류를 구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이건의 메시지를 굳이 해석하고 연구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그러나 동시에 무시하고 있는 것들이니까. 그러나 그가 던지는 몇개의 '질문'들에 대해서만은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평등'에 대한 것이다.

'밝은색 피부는 피부암에 걸리기 쉽다. 검은색 피부의 사람들은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멜라닌을 충분히 가지고 태어난다. CFC(염화불화탄소)를 발명한 밝은색 피부의 사람들이 차별적으로 피부암에 걸리는 반면, 그 놀라운 물질과 별 관계가 없는 검은색 피부의 사람들은 선천적인 방어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니, 먼 우주에서 어떤 정의의 심판을 내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일부 지역은 훨씬 추워지고 일부 지역은 훨씬 더워진다. 중위도에서 고위도에 이르는 농업수출국가들(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수출이 증가하여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가난한 국가들이 가장 혹독한 영향에 시달릴 것이다. 이 밖에 여러 요인으로 21세기에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격차가 가일층 확대될 것이다.'

지구는 둥글다지만, 환경파괴의 영향력은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강대국들(무엇이 '선진국'이란 말인가)은 약소국에 환경파괴로 인한 고통을 떼밀어놓고도 뻔뻔하게 환경주의자들인양 한다.
세이건은 환경의 불평등과 함께,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맹공격을 퍼붓는다. '보수주의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존하는가-레이건식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세이건을 처음 읽는 내게는 조금은 뜻밖이었고, 그래서 그만큼 더 눈에 띄었다.

불치병에 걸린 과학자는, 그러나 죽기 전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가끔씩은 그런 낙관론을 들으면서 나는 '이 사람의 안타까운 희망사항일 뿐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염려스러운 얘기를 잔뜩 늘어놓고는(그리고 그 염려의 내용은 아주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라고 얘기를 하면, '불치병에 걸렸다고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나을 수도 있어요'라는 모순된 말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럼 세이건은 어떻게 희망을 그릴까. 그 자신 병에 걸려 있고, 지구도 병에 걸려 있고, 병을 치료해야 하는 인간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현재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를 깊이 생각하는 자체는 영장류 중에서도 단 하나의 혈통으로 전수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지구 위에 새긴 놀라운 성공담의 비결이기도 하다.'

세이건이 인용했던 인디언의 속담 한 토막. 지금은 카피처럼 많이 들을 수 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지구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려왔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심박이상으로 고통받는 연인을 지켜보듯이, 지상의 관측소에서, 비행기에서, 인공위성에서 전세계 상공의 오존층을 두루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상에 누운 노학자의 마지막 메시지로는 아름답고, 의미심장하다.

(세이건은 결국 1996년12월에 사망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4-11-1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찜했어요. 땡스 투 딸기님. ^^

딸기 2004-11-1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쉬우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해서 참 좋았어요. 제가 서울에 있었다면 판다님 드렸을텐데...

panda78 2004-11-19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주세요. ^ㅂ^ ;;;

딸기 2004-11-2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먼저 가져가지 않았다면, 꼭 판다님 드릴께요 ^^
 

방금전 시공아크로총서 '중국사'를 비난하는 마이리뷰를 올렸다. 오늘 이래저래 시공사가 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알라딘 첫페이지엔 시공사 이벤트(지펠 냉장고에 트롬세탁기라니 굉장한걸) 광고판, 숨은아이님 서재에는 아티누스가 폐점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고, 어제 도착한 어술러 르귄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어보려니 시공사에서 나온 그리폰북스다. 그런거 잘 안 보고 책을 사는데, 우연의 일치인 모양이다.

나는 시공사 책들을 별로 안 갖고 있고,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쌈빡하게, 꽤 이뻐보이는 책들을 내는 곳이고 제법 잘나가는 출판사중의 하나라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무슨 책들을 냈었지, 시공사에서? 그리폰북스라면 두어권 갖고 있다가 친구한테 줘버렸고(소장하고픈 마음은 없었던 책들이었다) 그 밖에 디스커버리 총서 몇권을 갖고 있다. 그나마도 내가 산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사들여서 집안에 굴러다니던 책들이다. 아크로 총서 '중국사'와 '이슬람사', 그리고 이번에 산 '바람의 열두방향' 정도가 아마도 내가 직접 구입한 시공사 책들의 전부일 것이다. 그러니 나하고 취향 면에서 아주 안 맞는 출판사임에 틀림없다.

왜 안 좋아하느냐. 나는 다독속독이 안 되는 인간이라서, 책을 볼 시간이 늘 모자란다(그렇다고 프리셀과 지뢰찾기를 중단할수는 없다). 지난 몇년간 소설책도 거의 못 읽었다. 요사이 시간이 좀 나서 소설을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동안에는 일 하는데에 필요한 책들 말고는 읽지를 못했다. 그러니 시공사에서 많이 내는 '잡학상식'류의 책들에까지 손을 댈 능력과 에너지가 없었다. 나는 시공사 하면 디스커버리총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잡학상식 출판사'로 단정지어버렸고, 그러니 이 출판사의 책을 읽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교보문고를 지나가다보면 할인판매 단골메뉴로 올라와 있는 조그만 판형의 디스커버리 총서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책 참 이쁘고, 표지 구경하면 재미난다. 하지만 굳이 사고싶지는 않았던 것이, 내가 읽은 그 문고판 책들은 번역이 정말 맘에 안 들었다. "이 책은 외국책이니 외국 문체로 읽어주십쇼" 하는듯한 어색한 번역들. 때로는 외국문체가 외국스러워서 로만치크하게 보일 때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뭐 내가 굳이, 청렴한 아버지 땜에 축의금도 몰래 받아야 했다는 어느 형제들 때문에 시공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아티누스의 폐점 소식은 나한테도 뉴스라면 뉴스다. 비록 나는 아티누스에서 책을 산 적은 한번도 없으며 아티누스보다 그 옆 카페의 안위가 더 걱정되는 편이긴 하지만(이 카페에서 서비스로 주는 와인빙수는 참 맛있었는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브리즈 2004-11-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시공사의 책은 시공 아트 총서 몇 권, 디스커버리 총서 몇 권, 로알드 달의 동화 몇 권이네요. 규모로나 종수로나 대형 출판사인데도 시공사의 책은 잘 안 보게 되더군요. 위에 언급한 책들도 꼭 필요해서 샀던 책들이구요.

제가 알고 있는 여담 하나 소개해드리죠. 시공사에서 디스커버리 총서를 프랑스 갈리마르(Gallimard)와 계약할 때 적정 금액을 초과한 너무 높은 액수로 계약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다른 출판사들이 한동안 시리즈물 계약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이밖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그만하지요.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안 되는 '청렴한' 아버지의 아들이 출판시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제아무리 접어주고 보려 해도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태가 한두 가지여야 말이지요. 쯧쯧.. 어쨌든 아티누스의 폐점은 아쉽긴 하네요. 누가 새로이 운영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딸기 2004-11-2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거기 카페 문닫으면 안되는데..

바람구두 2004-11-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촌놈 무지랭이인 저는 아티누스 옆의 노천 카페가 영 부담스럽더군요. 인간이 왜 그런가 몰라... 증말... 그런 자리에 있으면 좀 뽀대도 나고 괜찮으면 좋으련만, 그런 자리 자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데 앉아 있으면 영 어색하더라는... 흐

딸기 2004-11-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전 아예, 뽀대가 나기 위해서 목숨 걸잖아요. ^^

카페 이야기를 주절주절 댓글로 달다가, 아예 페이퍼로 올렸어요.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공 아크로 총서 2
패트리샤 버클리 에브리 지음, 이동진 외 옮김 / 시공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까짓거, 재미없고 영양가 없는 책이라면 그냥 읽기를 포기하고 던져버리면 된다. 굳이 인내심을 시험해가면서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란, 대저 내용 자체는 꽤 괜찮거나 그럭저럭 쓸만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든지, 내용 외적인 무언가가 맘에 안들어서 꾸역꾸역 참아가며 봐야하는 그런 책을 말함이니.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거창한 제목에 '시공 아크로총서 2'라는 그럴싸한 브랜드네임이 붙은 이 책이 그 중의 한권이렷다.

같은 시리즈로 나온 '케임브리지 이슬람사'를 사면서 이 책을 곁다리로(다시 말하며 충동적으로) 구입한지 어언 몇년.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이라는 말처럼 책표지엔 컬러 도판들이 실려있다. 시공사는 유명한 출판사이고 이것은 그중에서도 '총서'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의 하나이니 필히 훌륭한 책이리라 생각하고 구입을 했고, 이사를 오면서 이 무거운 놈을 기어이 끌고 왔다. 책값을 생각하니 안 읽고 넘기기엔 너무 아까워서 '의무감으로' 읽어나갔다. 선사시대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말 그대로 사진과 그림을 잔뜩 싫어서(그것도 대부분 컬러 도판으로) 제법 볼만하게 꾸며놨다. 말 그대로 '볼만하다'. 다시 말하면 '읽을만한'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에서 다소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예를 들면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치외법권 요구를 딱 서구인 입장에서 '인권 위주'로 설명한 것이라든가 신해혁명 이후 중국을 국민당과 장제스 중심으로 서술한 것 따위) 중국사를 재미나게 읽기에 꽤 괜찮은 책이다. 서술방식도 '총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치사회경제문화를 망라하고 있어 통사 위주로 쭉 읽어내려가기에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별 네개 정도를 주기에는 망설여진다. 이 책에 대한 미디어 리뷰들을 읽어봤다. 뭐가 꼼꼼하고 성의있는 책이란 말이야.. 씨이... 저자의 저술은 성의있는 것이었는지 몰라도 적어도 번역이라든가 편집에선 무성의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단 말이다.

내 아무리 도서훼손을 취미로 하는 사람일지언정, 적어도 글자가 들어있는 부분은 뜯어내거나 찢지 않음으로서 책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거늘.. 나의 파괴노력이 없이도 낱장이 떨어져나가 자연사해버리는 것은 싫단 말이다. 게다가 두꺼운 책 가운뎃 부분은 (역시나 별다른 노동력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쩍하니 갈라져 버렸다. 이 정도 제본이면... 이거이거 혹시 파본 아냐?

더 열받는 것은 번역이다. 좀 치사한 것 같지만 시비를 걸고 넘어가자면. 역자는 '일러두기'를 통해 친절하게 '강희제 이전에 나오는 인명은 한자로 표기했으며 그 이후에는 중국 발음으로 표기했다'고 써놨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대개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해서 그 이전 인명은 한자 발음으로, 이후 이름들은 중국어 발음으로 쓴다. 굳이 '강희제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던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일러두기'는 책과 상관없는 것이었는지, 리훙장은 이홍장으로 쓰고, 캉유웨이는 캉유웨이로 썼다. 아마도 일러두기와 별개로 본문에서는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삼았거나(그렇다면 역자는 참으로 재밌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짜깁기 번역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두 사람이 번역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앞부분에선 그나마 괜찮았던 번역이 뒷부분에 가면 황당해진다.

존 듀이는 중국의 청년들이 개방적인데 감명을 받아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열렬하게, 특히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근대적이고 새로운 사상에만 관심을 보이고 기존 질서와 현 상황을 중시하지 않는(사실상 그만큼 언급되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 없는 것 같다".

이게 대체 뭔 말이래?

'간부들은 그들이 정실 추구자들로부터 받는 고기 때문에 살이 찌곤 한다'

정실 추구자들... ㅋㅋ 말 뜻이야 알아들었지만, 짜증난단 말이다, 저런 문장들. 오자가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대공을 굳이 영어식으로 '터스커니 대공'이라고 쓴 책은 처음 봤다. 매카트니는 영어 발음을 살리려던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머카트니'로 해놔서, 영어 철자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_-

역자가 아닌 저자의 문제이겠지만, 청대까지의 아름다운 예술품 사진들과 달리 현대 중국 서술부분에 들어와서는 유독 선전책자에서 뽑아낸듯한 질낮은 사진들이 깔려있다는 점도 눈에거슬렸다. 시시콜콜 시비를 거는 이유는? 책이 너무너무 미워서라기보다는, 역시나 책값이 아까워서다. 이 정도 두께에 이 정도 가격의 책을 포켓북으로 사는 사람은 없다. 이런 종류의 책은 아마도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소장용이라 하기엔 옥의 티가 너무 많아서 기분이 좀 나빠져 버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은아이 2004-11-1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딸기님 기분을 나쁘게 만들다니, 못된 책 같으니라구! 저한테 버리세요, 그냥! (ㅋㅋ)

딸기 2004-11-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뜯어진 책도 괜찮나요? ^^

숨은아이 2004-11-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원래 표지 인쇄 좀 잘못되고 내지가 좀 찢어져도 반품 안 하거든요. 나중에 책꽂이에서 뽑아 던져버리고 싶으실 때 저한테 버려주세요. ^^

딸기 2004-11-23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께요. ^^
 
잉칼 1 - 존 디풀의 모험, 그래픽 노블 01
뫼비우스 외 지음, 이세욱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재미만 있으면 됐지, 만화가.
라고 이야기하기엔 이 만화는 너무 복잡하다. 그런데 무지하게 재미있다.

1. 줄거리
'존 디풀'이라는 별볼일없는 사립탐정이 '잉칼'이라는 존재를 손에 넣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모험에 이끌려들어가게 된다...라고 말하면 이 만화마저 '별볼일없는' 탐정만화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작가인 뫼비우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2. 그림
그동안 본 몇 안되는 유럽 예술만화들처럼 '예술'이라고 칸칸이 쓰여진 회화는 아니다. 인체 대생에서 강점을 보이는 전형적인 미국만화(그렇다고 '피넛츠'를 생각하면 절대 안 되지!)에 화려한 색채를 입힌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 풍자
'친애하는 3D TV 중독자 여러분' 어쩌구 하는 앵커의 코멘트에서 알 수 있듯, 현대사회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거의 모든 것-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 계급계층간 분열, 환경파괴, 물신주의, 기계 과잉 등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그것도 이리저리 비꼬는 풍자가 아니고, 배꼽 밖에 내어놓고 말하는 적나라한 비난이다. 현대사회에 대한 유쾌한 비난과 희화화를 보는 재미가 아주 크다.

4. 장르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려들어 '모험'을 떠나고, 모험하는 과정에서 동지와 적을 만나고, 결국에 목적을 성취한다는 점에서 모험소설의 양식을 곧바로 따르고 있다. 우주선이나 테크노행성 등 메커닉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SF처럼 보이는데 '스머프'에 나오는 '시간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노인네들이 생명의 아버지로 나오는 점이나 쓰레기 대장 따위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까지 치면 환타지에 해당된다.

5. 주인공
존 디풀- 주인공은 주인공인데, 다른 모험소설들의 주인공과 달리 어쩌다 보니 사건에 휘말려들어 어쩌다보니 모험을 하게 되는 별볼일 없는 인물, 다시 말해 '반영웅'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숱하게 등장하는 덜 떨어진 반영웅 주인공들을 연상하면 된다.

아니마와 타나타- 생과 사, 빛과 어둠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각각 상징하는 두 여인. 당연히 둘은 자매지간이다.

테크노 총통- 머리에 커다란 검은 알 같은 것이 둥둥 떠있는(이게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인데) 암흑의 대리인. 암흑의 대리인에게 왜 '테크노'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명백하겠지?

대통령-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그저 '대통령'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는 권력의 추종자. 특기할 점은 대통령의 경우 계속 '변신'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뇌는 TV와 연결돼 있어 국민에게 철저하게 '봉사'한다.

기타 개 머리를 가진 '킬', 말하는 새 '디포' 등 다수가 등장한다.

6. 잉칼
그럼 잉칼이란 뭐냐. 피라미드 형상으로 나타나는 '근원적인 존재'를 이야기하는데, 암흑세력이 이걸 가지면 전 우주를 암흑천지로 만들수 있고, 빛의 세력이 이걸 갖게 되면 암흑에 맞서 새 생명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양성동일체, 빛과 어둠의 합일 등등 '뭔가가 합쳐져야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존재다.

7. 읽고 나니
줄거리가 무지 복잡하고 장면장면 비약이 많지만 정말 재미있다. 신화적인 알레고리 찾기의 재미도 무시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울어진 아이 - 그래픽노블 03
정장진 옮김, 프랑수아 스퀴텐 그림, 베누아 페터즈 글 / 교보문고(교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프랑스 만화인데, 참 멋지다. 아주 섬세한 선으로 구성된 그림의 사실성과 원근감이 굉장하다. 베누아 페터즈 글, 프랑수아 스퀴텐 그림. 글 쓴 이나 그림 그린 이나 모두 존경스럽다.

마리는 부잣집 딸인데, 747년이라는, 어디 기준인지 알 수 없는 어떠한 연대의 사람이다. 어느 곳인지는 모르지만 빈부 격차가 굉장히 심한 곳인가보다. 마리는 부유한 엄마 아빠랑 사는 동안 '홍당무'같은 존재였다. '아유, 쟤는 진짜 문제야' 이런 소리들만 듣던 마리가 어느날 롤러코스터를 탄 뒤로 몸이 옆으로 기울어져버린다. 독특하고 재미난 발상이다.
'기울어진 아이'라...일단 나는 '왜 기울어졌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접어둔 채, '사람이 어떤 계기를 만나면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마리는 집을 나와 곡마단의 구경거리로 줄타기를 하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한쪽엔 기울어진 마리가 있고, 한쪽에는 또 오귀스탱이라는 화가가 있다. 오귀스탱은 아마도 지구의 인간인 모양이다. 1800년대의 어느 낯선 광야, 낡은 저택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특이하게도 이 화가의 부분은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되어 있다.
오귀스탱과 마리, 사진과 만화, 실사와 환상,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만나는 곳은 그럼 어디일까. 마리는 기울어진 몸을 치료하기 위해 악셀이라는 과학자에게 찾아간다. 악셀은 마리와 함께 낯선 행성-어쩌면 지구 깊숙한 곳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인간 뇌 속의 세계인지도 모르는-에 떨어진다. 오귀스탱과 마리를 이어주는 것은 악셀과 쥘 베르느다.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를 쓴 베르느가 갑자기 낯선 행성에 등장하다니, 이 만화의 대본을 쓴 베누아 페터즈가 무슨 얘기를 하려 하는지 조금은 짐작이 갈 듯도 하다.

마리의 이야기-
'당신은 모든 것을 수수께끼로만 보려 할 뿐 삶을 살아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기울어진 마리가 정상을 찾는 과정은 균열되어 있던 인간의 자아와 상상력, 성적인 성장의 경험, 환상과 현실, 혼돈과 질서,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 경험과 추억, 이 모든 것들이 통합되는 과정이다. 그동안 보아온 유럽만화들이 모두 '엽기 호러'여서 사실 좀 질려있었는데, 이 책은 다르다. 따뜻한 시선, 탄탄하면서도 섬세한 그림들. 평자들은 스퀴텐의 그림이 '건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선으로만 묘사된 멋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즈마리 2004-12-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딸기님 서재에 오면 흥미를 끄는 책 소개가 많군요...ㅋㅋ

딸기 2004-12-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밌어요. 기회가 있으면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