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칼 1 - 존 디풀의 모험, 그래픽 노블 01
뫼비우스 외 지음, 이세욱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재미만 있으면 됐지, 만화가.
라고 이야기하기엔 이 만화는 너무 복잡하다. 그런데 무지하게 재미있다.

1. 줄거리
'존 디풀'이라는 별볼일없는 사립탐정이 '잉칼'이라는 존재를 손에 넣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모험에 이끌려들어가게 된다...라고 말하면 이 만화마저 '별볼일없는' 탐정만화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작가인 뫼비우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2. 그림
그동안 본 몇 안되는 유럽 예술만화들처럼 '예술'이라고 칸칸이 쓰여진 회화는 아니다. 인체 대생에서 강점을 보이는 전형적인 미국만화(그렇다고 '피넛츠'를 생각하면 절대 안 되지!)에 화려한 색채를 입힌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 풍자
'친애하는 3D TV 중독자 여러분' 어쩌구 하는 앵커의 코멘트에서 알 수 있듯, 현대사회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거의 모든 것-명분 없는 집단이기주의, 계급계층간 분열, 환경파괴, 물신주의, 기계 과잉 등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 그것도 이리저리 비꼬는 풍자가 아니고, 배꼽 밖에 내어놓고 말하는 적나라한 비난이다. 현대사회에 대한 유쾌한 비난과 희화화를 보는 재미가 아주 크다.

4. 장르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려들어 '모험'을 떠나고, 모험하는 과정에서 동지와 적을 만나고, 결국에 목적을 성취한다는 점에서 모험소설의 양식을 곧바로 따르고 있다. 우주선이나 테크노행성 등 메커닉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SF처럼 보이는데 '스머프'에 나오는 '시간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노인네들이 생명의 아버지로 나오는 점이나 쓰레기 대장 따위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까지 치면 환타지에 해당된다.

5. 주인공
존 디풀- 주인공은 주인공인데, 다른 모험소설들의 주인공과 달리 어쩌다 보니 사건에 휘말려들어 어쩌다보니 모험을 하게 되는 별볼일 없는 인물, 다시 말해 '반영웅'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숱하게 등장하는 덜 떨어진 반영웅 주인공들을 연상하면 된다.

아니마와 타나타- 생과 사, 빛과 어둠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각각 상징하는 두 여인. 당연히 둘은 자매지간이다.

테크노 총통- 머리에 커다란 검은 알 같은 것이 둥둥 떠있는(이게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인데) 암흑의 대리인. 암흑의 대리인에게 왜 '테크노'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명백하겠지?

대통령-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그저 '대통령'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는 권력의 추종자. 특기할 점은 대통령의 경우 계속 '변신'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뇌는 TV와 연결돼 있어 국민에게 철저하게 '봉사'한다.

기타 개 머리를 가진 '킬', 말하는 새 '디포' 등 다수가 등장한다.

6. 잉칼
그럼 잉칼이란 뭐냐. 피라미드 형상으로 나타나는 '근원적인 존재'를 이야기하는데, 암흑세력이 이걸 가지면 전 우주를 암흑천지로 만들수 있고, 빛의 세력이 이걸 갖게 되면 암흑에 맞서 새 생명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양성동일체, 빛과 어둠의 합일 등등 '뭔가가 합쳐져야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존재다.

7. 읽고 나니
줄거리가 무지 복잡하고 장면장면 비약이 많지만 정말 재미있다. 신화적인 알레고리 찾기의 재미도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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