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전 시공아크로총서 '중국사'를 비난하는 마이리뷰를 올렸다. 오늘 이래저래 시공사가 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알라딘 첫페이지엔 시공사 이벤트(지펠 냉장고에 트롬세탁기라니 굉장한걸) 광고판, 숨은아이님 서재에는 아티누스가 폐점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고, 어제 도착한 어술러 르귄 '바람의 열두방향'을 읽어보려니 시공사에서 나온 그리폰북스다. 그런거 잘 안 보고 책을 사는데, 우연의 일치인 모양이다.

나는 시공사 책들을 별로 안 갖고 있고,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쌈빡하게, 꽤 이뻐보이는 책들을 내는 곳이고 제법 잘나가는 출판사중의 하나라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무슨 책들을 냈었지, 시공사에서? 그리폰북스라면 두어권 갖고 있다가 친구한테 줘버렸고(소장하고픈 마음은 없었던 책들이었다) 그 밖에 디스커버리 총서 몇권을 갖고 있다. 그나마도 내가 산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사들여서 집안에 굴러다니던 책들이다. 아크로 총서 '중국사'와 '이슬람사', 그리고 이번에 산 '바람의 열두방향' 정도가 아마도 내가 직접 구입한 시공사 책들의 전부일 것이다. 그러니 나하고 취향 면에서 아주 안 맞는 출판사임에 틀림없다.

왜 안 좋아하느냐. 나는 다독속독이 안 되는 인간이라서, 책을 볼 시간이 늘 모자란다(그렇다고 프리셀과 지뢰찾기를 중단할수는 없다). 지난 몇년간 소설책도 거의 못 읽었다. 요사이 시간이 좀 나서 소설을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동안에는 일 하는데에 필요한 책들 말고는 읽지를 못했다. 그러니 시공사에서 많이 내는 '잡학상식'류의 책들에까지 손을 댈 능력과 에너지가 없었다. 나는 시공사 하면 디스커버리총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잡학상식 출판사'로 단정지어버렸고, 그러니 이 출판사의 책을 읽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교보문고를 지나가다보면 할인판매 단골메뉴로 올라와 있는 조그만 판형의 디스커버리 총서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책 참 이쁘고, 표지 구경하면 재미난다. 하지만 굳이 사고싶지는 않았던 것이, 내가 읽은 그 문고판 책들은 번역이 정말 맘에 안 들었다. "이 책은 외국책이니 외국 문체로 읽어주십쇼" 하는듯한 어색한 번역들. 때로는 외국문체가 외국스러워서 로만치크하게 보일 때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뭐 내가 굳이, 청렴한 아버지 땜에 축의금도 몰래 받아야 했다는 어느 형제들 때문에 시공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아티누스의 폐점 소식은 나한테도 뉴스라면 뉴스다. 비록 나는 아티누스에서 책을 산 적은 한번도 없으며 아티누스보다 그 옆 카페의 안위가 더 걱정되는 편이긴 하지만(이 카페에서 서비스로 주는 와인빙수는 참 맛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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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2004-11-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시공사의 책은 시공 아트 총서 몇 권, 디스커버리 총서 몇 권, 로알드 달의 동화 몇 권이네요. 규모로나 종수로나 대형 출판사인데도 시공사의 책은 잘 안 보게 되더군요. 위에 언급한 책들도 꼭 필요해서 샀던 책들이구요.

제가 알고 있는 여담 하나 소개해드리죠. 시공사에서 디스커버리 총서를 프랑스 갈리마르(Gallimard)와 계약할 때 적정 금액을 초과한 너무 높은 액수로 계약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다른 출판사들이 한동안 시리즈물 계약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이밖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그만하지요.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안 되는 '청렴한' 아버지의 아들이 출판시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제아무리 접어주고 보려 해도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태가 한두 가지여야 말이지요. 쯧쯧.. 어쨌든 아티누스의 폐점은 아쉽긴 하네요. 누가 새로이 운영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딸기 2004-11-2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거기 카페 문닫으면 안되는데..

바람구두 2004-11-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촌놈 무지랭이인 저는 아티누스 옆의 노천 카페가 영 부담스럽더군요. 인간이 왜 그런가 몰라... 증말... 그런 자리에 있으면 좀 뽀대도 나고 괜찮으면 좋으련만, 그런 자리 자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데 앉아 있으면 영 어색하더라는... 흐

딸기 2004-11-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전 아예, 뽀대가 나기 위해서 목숨 걸잖아요. ^^

카페 이야기를 주절주절 댓글로 달다가, 아예 페이퍼로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