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호랑이 눈높이 그림상자 11
풀락 비즈와스 그림, 아누스카 라비샨카 글, 고수미 옮김 / 대교출판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호랑이가 나무위에 있다, 사람들이 몰려와 그물을 친다, 호랑이를 잡는다--
"이제 어쩌지? 색칠을 해버릴까? 가둬놓을까?"
"그냥 놔주자"
"그래, 놔주자!"

책의 내용은 이것이 전부다. 그런데 너무나 따뜻하다. 어려운 말로 하면 자연/환경과의 공존, 사랑, 화해, 이런 것이 되겠지만 책은 아주아주 단순한 몇마디로 그런 개념들을 마음속에 팍팍 박아넣는다.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이 그림책, 흑백의 단순한 화면이면서도 필치가 멋지다. 하물며 내용은 만족도 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 푸세의 가출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규현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투르니에의 에세이를 꽤나 읽었는데, 정작 소설은 보지를 못했다. 오늘날 투르니에 할아버지가 귀여운 잘난척쟁이가 될 수 있게 해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든가 '마왕' 같은 책들을 좀 읽어야겠거니 생각만 했었다.
소설 읽는게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어느분께서 이 단편집부터 읽어보라고 하셨다. 귀여운 제목이다, '꼬마 푸세의 가출'이라니. 곱슬머리 프랑스 꼬맹이가 가출하는 모습, 그러니까 '꼬마 니콜라' 같은 모습이 제목에서부터 연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머리속에 점찍어둔 이미지대로, 재치와 촌철살인 번득이는 가벼운 동화성 우화집을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요런, 날개 없는 가벼운 빨간표지, 보통의 소설책보다 조금 작은 판형. 책 생김새도 제목처럼 귀엽다.

한데 전혀 귀엽지 않았다. 책의 내용, 묶여진 단편들, 초장부터 기를 팍팍 죽인다. 아담家- 아담의 집안이라니. 하느님이 '이놈, 떽!' 하실 내용이다. '꼬마 푸세의 가출' 정도는 귀염성있는 고급판타지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이 단편의 제목을 단편집 전체의 제목으로 만든 것은 국내 출판사의 결정이었던듯), 이런저런 단편들이 대부분 심상찮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때로는 엽기적이고 때로는 발랄한데, 나긋나긋 말랑말랑한 콩트 따위는 없다. 투르니에 할아버지, 철학 공부하다가 교수시험 떨어져서 직업전선에 나섰다더니 역시나 에세이에서 언뜻언뜻 내비쳤던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구나(누가 언제 장난이랬나)...

재미있었다. 이제 안심하고(뭘?) 투르니에의 장편들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4-11-2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운빈현님. 방드르디부터 읽어볼께요. :)

에레혼 2004-11-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봐요, 꼬마 푸세를 만나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구요^^

전 이 단편집에서 "죽음과 소녀"[정확한 제목이.....;;]랑 사진가와 모델을 다룬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이제 그럼 미셸 투르니에의 장편에 대한 딸기님의 본격적인 리뷰를 기대해도 되는 거지요? 전 딸기님의 리뷰가 아주 생생, 발랄, 민첩해서 좋아요!


딸기 2004-11-3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아직 사지도 않은 책의 리뷰를 벌써 기대하시다니요 ^^

실은 요새 책을 잘 못 읽어요. H2를 다시 보느라고. 히히히
 
사회적 고통 - 인간의 고통에 대한 사회학적, 의학적, 문화인류학적 접근
아서 클라인만 외 지음, 안종설 옮김 / 그린비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책 이렇게 만들면 싫단 말이다...



책소개를 보고 흥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구입했는데, 의미있고 재미있을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재미없게 만들다니. 이건 저자들 탓.
번역도 참으로 엉터리. 도대체 알아먹을 수가 없다.

'지지한다'-> 이 동사는 사람이 주어가 돼야 한다. 사물 혹은 주의주장에다가 이런 동사를 붙이면 열받지...

'전유한다'-> 대체 이런 어려운 말이 뭣땜에 그렇게 자주 나오는거지? 특히 사회과학이란 장르에서 이 말 참 많이 나오는데, 역시나 열받는다.

강제한다-> 강제로 ~하게 한다, 라면 몰라도, '강제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못봤다. 근데 번역책엔 이 말이 되게 많다. '무엇이 번역가들이 강제한다는 표현을 전유하게끔 강제하는 것일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레혼 2004-11-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신랄한 유머!

마음에 안 드는 책, 이렇게 리뷰 쓰면 되는 거군요! 한수 배워 갑니다.

딸기 2004-11-3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라일락와인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너무 나쁜사람 같잖아요 ^^

숨은아이 2004-12-0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클클...

비로그인 2004-12-0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단서 정도의 가치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관심주제상 그것으로도 충분했는데, 딸기님 서평 보니, 제가 미안할 지경이군요. 크으...
 
아기여우와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지음, 손경란 옮김, 구로이켄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표지 그림처럼 두 손을 가지런히 내밀고 엄마한테 잡아달라고 하면서 그림따라하기 놀이도 하고, 여우들이 살고 있는 동굴에 가보고 싶다는 극히 소박하고도 불가능한 꿈을 얘기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엄마랑 아이는 그림책 보는 눈이 꼭같을 수만은 없을듯. 그림이 참 곱고 이쁘지만 엄마가 보기에 아주 잘 만든 그림책은 사실 아니다. 글이 제법 긴데, 어색한 문장도 좀 있고. 또 '너무 위험해서 엄마는 안 가고 아기 혼자만 내보낸다'는 이상한 설정도 거슬린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그걸로 된 것 같기도 하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4-11-2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그림이 참 이쁘죠?
 
시인과 여우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0
한성옥 그림, 팀 마이어스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세 돌 바라보는 아이에게 읽힐 책은 역시 아니다. 이 책은 딸아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봤다.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와 여우 한마리가 등장인물/동물. 배경은 일본의 어느 산골. 대사는 시인과 여우가 나누는 몇마디, 그리고 바쇼의 하이쿠 세 토막. 흥미롭게도 일본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글은 서양사람이, 그림은 우리나라 사람이 맡았다.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다. 그림책은 뭐니뭐니해도 그림이 좋아야 한다. 이 책의 그림은 만점짜리다. 동양화의 느낌을 살려서 냇물을 하얀 여백처럼 놓아둔 것이나, 사쿠라 가득한 화면이 너무 멋지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4-11-2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지금 방금 올렸는데 벌써 오셨네요!

이 책 멋지죠? 그림이 증말...

로드무비 2004-11-2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있다는 것 몰랐어요.

당장 사볼게요.^^

숨은아이 2004-11-29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