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의 역사 - 도쿠가와 시대에서 2001년까지 이산의 책 37
앤드루 고든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미나용으로 샀는데 꽤 비싸다. 일본 근현대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서 이 책을 교재로 골랐는데, 그런 용도로 볼 때엔 나쁘지 않았다. 미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일본사를 ‘근대성’과 ‘연관성’이라는 맥락에서 조명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서문에서 밝혔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한국어판 서문을 비롯한 저자 서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일본적인 특성과 근대성 사이의 무게중심을 바꾸기 위해 이 책에 A Modern History of Japan 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은 일본이라는 장소에서 전개된 특별히 ‘근대적인’ 이야기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일본의 근대사는 세계의 근대사라는 더 큰 밑그림에서 떼어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의 화두는 연관성이다....

도쿠가와 체제는 내적인 요인 때문에 위기에 처했으나 그 붕괴를 촉진한 것은 국제환경의 변화였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발흥은 19세기와 20세기 일본에서 진행된 근대화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제이다. ... 국가간의 갈등, 그리고 국가 만들기를 열망하는 국민간의 갈등은 근대 세계사의 세 번째 차원이다.”


“근대사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다양성은 연관성의 또다른 측면이다. 일본을 포함해 모든 지역의 역사는 세계사라는 더 큰 구도 위에서 펼쳐지는 변주곡이다.

... 이와 같은 일본 근대사의 뚜렷한 특징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자와 연구자들이 일본사를 유례없이 특이하거나 이국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일은더 중요하다. 이런 특수성의 함정이 존재하는 데는 일본인 스스로가 ‘일본적인 것’을 정의하고 보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사에 대한 개설서를 이전에 몇권 읽었는데, 내 경우는 창비에서 나온 ‘새로쓴 일본사’가 제일 명쾌·명료해서 좋았다. 이 책 ‘현대일본의 역사’은 저자가 앞서 인용한 ‘근대성과 연관성’이라는 생각의 틀을 유지하려고 애쓴 감은 있는데, 본문은 의외로 평이했다. 일본이라는 근대국가가 보여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한 냉정한 시선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씨실이라면 이산에서 나온 다른 책들, ‘번역과 일본의 근대’라든가 ‘도쿄 이야기’, ‘화려한 군주’ 같은 책들을 날실로 삼아서 디테일을 보완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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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료한 리뷰 좋은걸요.

반딧불,, 2006-05-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추천 했다네요;;

딸기 2006-05-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반딧불님

레이첼 2006-05-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딸기 2006-05-3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레이첼님. :)
 

동·서 독일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경제는 글로벌화되고 이데올로기 대립은 사라져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처럼 `세계는 평평하다'는 가치관이 대세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장벽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빈국 출신 이민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벽에서 더 나아가 국경에 물리적인 장벽을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자본의 이동은 허용하되 사람의 이동은 막는다는, 신자유주의의 이율배반을 보여주는 유·무형의 장벽들이 늘고 있다.


◆ 미국, 멕시코 국경지대 600km 장벽 세운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은 17일 멕시코 국경에 약 600㎞에 이르는 3중의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83표, 반대 16표로 통과시켰다. 멕시코로부터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한 분리장벽을 세우겠다는 것. 미 국경수비대는 지난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불법입국자 120만 명을 체포했으나, 50만 명은 체포되지 않고 월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원은 불법체류 노동자 수백만 명에게 선택적으로 시민권을 얻을 기회를 주는 내용의 포괄적 이민법안을 놓고 하원과 논의를 시작한 동시에 장벽을 세우는 입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구제의 기회를 주되 더이상 쏟아져 들어오지는 못하게끔 강·온 양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 국경수비대 순찰차가 17일 멕시코와 접한 애리조나주 산루이스 근방의 국경 철책 사이를 지나고 있다.


 

앞서 하원이 이미 지난해 말 불법 체류자들을 중범죄자로 간주하고 국경에 1120㎞에 걸쳐 장벽을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장벽 건설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장벽건설 법안은 제안될 때부터 멕시코의 반발을 산데다, 미국 내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장벽을 지지하는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이제 열린 국경(open border) 시대는 끝났다"며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론자인 민주당의 딕 더빈 의원은 이날 법안 통과에 대해 "미국 정치에서 우익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을 범죄의 온상으로 보고 물리적 제재를 가하려는 우익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이민자들을 타깃으로 삼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빌 프리스트 의원과 해리 레이드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도 법안 제출 당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멕시코 국경 지대에 주방위군 6000명을 투입,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장벽 건설은 이민법안 논란과 군 투입 논란에 이어 장벽 논란에 이어 다시 거센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 유럽서도 이민자 규제장벽 잇달아 강화


유럽에서도 이민자들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17일 `선택적 이민자 수용원칙'을 내세운 정부의 새로운 이민법안을 찬성 367표, 반대 164표로 채택했다고 BBC 등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새 법안은 프랑스어 구사능력 테스트 뒤 영주권 부여, 가족이민 조건 강화, 10년 거주자에 대한 자동 영주권 부여 폐지 등의 조치로 이민자들의 입국요건을 한층 높였다. 야당과 인권단체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6월 상원에서도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는 최근 나날이 늘어가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외국인용 ID 카드를 발급해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보수당 등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내무장관들이 모여 앞으로 유럽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서구가치의 존중을 서약하는 계약서를 쓰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민자 시험은 현재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에도 도입돼 있으며 올해 초 독일의 일부 주와 네덜란드에서 무슬림들을 차별하는 내용의 이민자 시험문제 출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장벽'도 세워지고 있다. 지난 해 9월 스페인령인 아프리카 모로코의 멜리야에서는 6m 높이의 국경 철조망을 넘어 스페인으로 넘어가려는 아프리카인 불법 이민자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최근 이 철조망에 감전기와 물대포 등을 설치했지만 매일 수백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이 국경선을 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최근 보도했다.

한편 일본도 빠르면 내년 가을부터 일본에 입국하는 16세 이상 외국인의 지문 채취와 얼굴사진 촬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17일 참의원에서 가결된 이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외국인 입국시 지문 채취와 얼굴사진 촬영을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하면 즉각 추방하도록 했다.


◆  “무장세력 막아라” 이스라엘, 670km 장벽 건설


선진국-후진국 간 진입장벽이 아니더라도, 분쟁을 빌미로 물리적 장벽을 세워 주민들을 갈라놓으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분리장벽


대표적인 곳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대형 콘크리트 장벽을 임의로 세운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의 불법 판결과 유엔, 유럽연합(EU)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를 가르는 670㎞ 길이의 장벽건설에 착수했다. 2002년 시작된 분리장벽은 전기철창이 설치된 8m 높이의 구조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를 임의로 가르고 통행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이스라엘 내 직장 출입길이 막히고 이산가족이 생겨나는 등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팔레스타인 땅인 동예루살렘까지 편입시켜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가르는 장벽을 만들기로 결정,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경에는 `제2의 만리장성'이 건설되고 있다. 인도는 올초 방글라데시에 인접한 서부 벵갈지역에서 밀수와 인신매매 등을 근절하기 위해 1조원을 들여 총길이 2100㎞에 달하는 장벽 건설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이 지역 2000여명의 인도 무슬림들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태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 2011년 완공 예정인 이 철제 장벽은 높이 3.6m에 이중으로 설치되며, 인도 5개주(州)의 강과 정글 사이를 지나게 된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에도 영토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2400km 길이의 장벽을 쌓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는 찬성이 우세하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착공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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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ㅠ.ㅠ
 

어제는 네덜란드 동물원에서 곰이 원숭이를 잡아먹는 일이 있었다는데

오늘자 마이니치 신문에 실린 기사:

가나가와현의 어느 임대아파트에서 세입자가 떠나고 난 뒤에

고양이 100마리 시체가 발견됐다는군요.

고베에서는 목 잘린 고양이가 발견됐다 하고...


이상 끔찍한 이야기 끝.


지금부터, 딸기 선정 ‘지구촌 오늘의 동물들’ 사진전을 관람하시겠습니다~~



독일 호덴하겐 동물원의 아기코끼리 BouBou가 소풍을 가고 있어요



인도, 파키스탄에 가뭄이 들었다더니... 애처로워라



엄마 사랑해 ♡ 아가야 사랑해 - 프랑크푸르트의 모정

 

캐나다 세인트로렌스만의 귀염둥이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의 '최연소 학생'??

 

 

케냐 나이로비 동물보호소의 불쌍한 고아 치타



뉴델리의 백호 형제



영원한 귀염둥이 겸 게으름뱅이 판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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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5-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치타 얼굴이 왜 저렇죠?

물만두 2006-05-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 기사는 넘 끔찍하지만 사진은 깜찍하네요~

울보 2006-05-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사진만 볼걸 기사읽다가 화가나지요,,,,,왜일까?
 

그러니까 난민생활도 좀 나은 곳에서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면 너무 매정한 것일까.

가나에 있는 라이베리아 난민촌과 시에라리온에 있는 라이베리아 난민촌을 다녀왔다.

가나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그래도 사람사는 곳 같긴 했는데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외곽 그라프톤에 있는 난민촌은 대체 뭘 먹고 사나 걱정스러운 몰골이었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협조로 차를 타고 난민촌에 들어가면서 본 마을 모습.



난민촌의 학교

 







시에라리온은 영국 식민지였다. 이 난민촌은 2차 대전 때
영국군 기지로 쓰였다는데, 활주로 흔적이 저렇게 남아 있다.

 

 



마틸다라는 이 아이는,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내 손을 붙잡고 따라다녔다.

때가 꼬질꼬질한 손을 입에 넣었다가, 내 손을 잡았다가. 나도 너같은 딸이 있단다.

데려올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기도 했는데... 내 손을 잡으면 뭐하니,

널 도와줄 수도 없는데. 손 뿌리치고 오는데 잠시 마음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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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부두부람의 라이베리아 난민촌. 27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직원들과 함께 부두부람 캠프를 찾아갔다. 아크라 시가지를 벗어나 노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교외로 나가니 구릉 위에 판잣집들이 세워진 난민촌이 나타났다.

가나 부두부람에 있는 라이베리아 난민촌 입구



귀환사무소에서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

캠프 입구 파란색 컨테이너 모양의 귀환사무소 앞에서는 라이베리아 귀환을 원하는 이들이 고향의 가족들과 연락할 길을 찾기 위해 상담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부두부람 캠프는 1990년 라이베리아 내전 때 도망쳐온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난민촌이다. 4만2000명이 거주하는 이 곳은 57만㎡(약 17만평) 면적에 병원 1곳과 45개의 학교, 교회가 있고 독립적인 신문도 있다. 자치단체 격인 복지위원회가 치안, 여성-아동, 보건, 영양 등 분야별로 7개 상임위원을 두고 행정을 맡는다.



에이즈 예방 포스터



난민촌의 유일한 의료시설인 성그레고리병원



난민촌 자치단체 격인 복지위원회의 회의

내전을 피해온 주민들에게 난민촌에서의 삶은 또다른 전쟁이었다. 화장실은 12곳 뿐, 먼지 날리는 흙길에서는 배설물 냄새가 났고 맨발의 아이들이 이방인을 기웃거렸다. 물 공급과 하수 처리가 열악해 질병이 많고 영양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난민촌 내 성 그레고리 병원 앞에는 프랑스 정부가 기증한 약들이 컨테이너에 쌓여 있었다. 의사는 단 2명 뿐. 약품은 원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에어컨이 작동되는 곳은 약품보관실 뿐이다.
복지위원회 측은 아직도 주민 1만명이 식량 배급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지원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 가나 정부는 지난 2000년 모든 자금지원을 끊었다. 난민들은 가나 정부와 구호기관들에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고 있으나 UNHCR 측은 난민들이 `자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올초 아프리카 첫 여성 국가원수인 엘렌 존슨-설리프 대통령이 취임했다. 복지위원회 앞 게시판에는 고국행을 권고하는 미 국무부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UNHCR도 난민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 국가재건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성그레고리 병원 앞에는 `자발적 귀환'을 권유하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세요, 라이베리아가 살아나고 있습니다(Come Home! LIBERIA Revived!)".





귀환을 권고하는 포스터와 미 국무부 공고문

그러나 정작 난민들은 귀환을 원치 않는 듯했다. 마을 어귀에서 먼지 앉은 화장품 따위를 팔고 있는 비아트리스(23)는 1990년 부두부람에 와 어린 시절을 모두 여기서 보냈다.
"지금은 갈 수가 없어요. 여기서 사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장사를 하면서 살 수가 있잖아요."
병원에서 만난 크리스티나(32)도 고향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 모두 흩어져서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서는 아이들을 학교에나마 보낼 수 있으니 떠나고 싶지 않다." 복지위원회의 툴라 부위원장은 "우리는 아직 돌아갈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털어놓으면서 "가나에서 기술교육이나 직업교육을 좀더 받고 고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귀환 실적은 저조하다. 1997년 라이베리아 상황이 잠시 호전됐을 때 난민 2800명이 돌아갔고 1900명은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갔다. 시에라리온의 그래프튼과 케네마 등지에도 이와 비슷한 라이베리아 난민촌이 형성돼 4만2000여명이 살고 있다.
난민촌을 나오려는데 주민들이 몰려들어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함께 난민촌을 찾았던 국제이주기구(IOM)의 김철효씨는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려는 라이베리아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언제나 운명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난민촌에서의 삶은 누구에게나 각박하지만, 특히 고통을 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부두부람 난민촌에는 교회와 연결된 학교 45곳이 있다. 교사 숫자가 총 500명이고 학생은 대략 1만1000명이다. 4000명 가까운 아이들은 학교 시설부족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늘어나는 아이들 숫자를 학교 시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촌 안에 있는 성그레고리 병원의 의사 잘랄렘은 "매달 30∼40명의 아이들이 병원에서 태어난다"며 "집에서 태어나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아마 그 숫자는 2∼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출산률, 열악한 위생, 영양공급 부족 때문에 질병이 많고 특히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병원 안팎에는 "학위를 받을 것이냐 아이를 낳을 것이냐"라는 문구가 쓰인 산아제한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학위를 따겠습니까, 아이를 낳겠습니까- 여성들의 선택을 묻는 포스터



얘네들은 뭘 믿고 이렇게 귀여운건지.

특히 난민촌에는 라이베리아 내전에서 남편을 잃거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많다. 난민촌 내부에서도 여성들을 상대로 한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여성인권을 확보하려는 여성단체들의 활동도 최근 몇 년 간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성 이웃감시단'에 속한 20명의 여성들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팀을 만들어 주민 자치체인 복지위원회에서 여성 발언권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어린 나이에 출산한 소녀들을 돕기 위한 `10대 엄마 프로그램'은 미 정부 원조금으로 나이어린 엄마들에게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가나 수도 아크라의 여성인권센터에 난민 여성 30여명을 보내 성폭력 예방운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가나 내 난민 현황

가나는 내전과 기근에 휩싸인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서 드물게 안정된 정치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지역 난민들은 가나로 몰려든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들은 가나 수도 아크라에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 허브들을 두고서 라이베리아나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지에서 온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가나에 들어와 있는 난민들은 6만2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아크라 근교 부두부람 캠프에는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쫓겨난 이들 4만2000명이 거주하고 있고, 아크라에서 300㎞떨어진 서부 크리산 지역의 캠프에도 난민들이 살고 있다. 중부 볼타 호수 지역에는 지난해 이웃나라 토고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소요사태를 피해온 난민들이 살고 있다. 그 밖에 아크라 등지에 흩어져 있는 `도시형 난민'들의 경우는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하기 힘든 형편이다. 가나 정부와 구호기구들은 난민들에게 귀환을 종용하고 있으나 난민들 대부분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욱 열악한 고향으로 가기보다는 아크라에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UNHCR는 올해 안에 가나 내 난민 1만명 이상의 귀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UNHCR 아크라사무소의 리사 콰르시에는 "본국으로의 귀환을 지원하거나 제3국 이주를 알선하는 방안, 가나 내 정착을 돕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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