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한때 중앙아시아 일대를 호령한 `티무르의 제국'으로 서방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실크로드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수십년에 걸친 옛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 개발과 성장의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있는 우즈베크를 찾았다.
동부지방 끝쪽에 있는 수도 타슈켄트의 공항에 내려 유서깊은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드와 부하라를 지나 서쪽 끝 아랄해(海)까지 가는 길은 멀고 멀었다. 멀리 파미르고원의 빙하에서 발원한 강아무다리야가 수천 ㎞를 흘러 드넓은 사막과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황무지의 생명줄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무다리야가 끝나는 지점은 한때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거대한 내륙의 염호(鹽湖) 아랄해.그러나 지금은 강줄기가 거의 끊겨 말라붙은 소금땅이 되어버린 곳이다.

사막의 배들

지난달말 아랄해에 면한 항구도시였던 우즈베크 서북부 무이낙 마을을 찾았다. 한때는 어선 수십척이 마을 앞까지 차오른 물가에 정박해 있고 러시아계, 카자흐계 어부들과 생선 가공공장 노동자들 6만명이 북적거렸다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곳에서 한때 바다라 불렸던 호수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늘고 낡은 수도관들이 힘겹게 집과 집을 이어주고 있는 한적한 읍내에서 몇백m만 나가면 덤불이 무성한 사막이다. 염호였던 아랄해가 말라붙은 뒤 남은 것은 소금이 허옇게 말라붙은 잡초 투성이 너른 땅 뿐이었다.
농사도 지을수 없는 짠내 나는 사막에는 버려진 어선들만 남아 있었다. 녹슨 어선들이 모래언덕에서 석양을 배경삼아 서있는 모습은 `흉물스럽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때는 어민들이었던 주민들 집 마당에도 낡은 낚싯배들은 어김없이 구석자리를 차지한 채 남아있었다. 이곳이 더이상 어촌이 아니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기에, 어촌의 기억을 연상시키는 낚싯배와 어망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이곳 주민들에겐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였다.






[한때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1970년대 이래 물이 급속도로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마른 땅으로 변했다. 사막이 되어버린 아랄해 부근 옛 항구도시 무이낙에 버려진 배들이 그대로 놓여져 있고, 마른 땅에 허연 소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라진 어촌

아랄해 주변은 한국인들과 같은 얼굴을 한 소수민족 카리칼팍스탄 자치공화국 지역이다. 무이낙에서 대대로 살아왔다는 샤디누프 알리(56)씨는 마당에 설치해놓은 여름용 천막집 `카르위'에서 기자를 맞았다.
열 자녀와 손자손녀 열한명 대가족이 함께 사는 집은 그다지 빈한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 한쪽엔 위성 수신용 접시안테나가 있고 카르위 안에는 최신식 오디오세트를 갖춰놓고 있었다. 겉보기에 우즈베크의 다른 농촌마을 집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아랄해 어부의 자부심을 안고 살아온 알리 집의 수입원은 물론, 삶의 구조는 과거와는 달랐다. 아랄해가 마르기 전 이곳 어획고는 옛소련 내륙지대 주민들의 생선 공급원이 돼주었고, 1930년대 기근 때에는 숱한 이들의 생명줄이 되었다고 했다. 알리 집도 고기잡이로 먹고 살았다. 그러나 지금 알리의 수입원은 아들들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해 보내주는 돈과 소련 시절부터 제도화돼 있는 얼마 안되는 액수의 연금이다.

[사막이 되어버린 아랄해 부근 우즈베키스탄의 옛 항구도시 무이낙에서 과거 어부였던 샤디누프 알리가 아랄해의 옛 지도를 펼쳐놓고 모래땅에 버려진 조개껍질을 들어보이고 있다.]
 
계절 노동자가 된 어부의 아들들

알리의 아들 다섯 중 넷은 외국에 나가 일하고 있다. 무이낙 사람들은 대부분 알리네 아들들처럼 계절 노동자, 월경(越境) 노동자가 되어 1년중 10달 이상을 외국에서 보낸다. 학교 건물도, 마을회관도 제법 번듯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는 무이낙 읍내는 젊은 남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행인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 한적한 풍경은 폐촌을 방불케할 정도였다.
마을 중심에 있는 문화회관 한켠에는 아랄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다. 전시실 벽에는 무이낙에 살던 타타르인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림 속 무이낙의 집들 바로 옆에는 출렁이는 바다와 항구를 메운 어선들이 있었다. 고기잡이의 달인들로 소련 정부의 포상을 받았던 `어업 영웅'들의 초상화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막이 되어버린 무이낙의 모습, 버려진 어선들을 그린 잿빛 캔버스화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전시실 구석 어망과 낚싯배는 시골 박물관의 유물로 전락한 아랄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한 주민은 "전에는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을 `물고기의 날'로 정해 아랄해 고기를 기념했는데 1991년부터 그 날도 없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물줄기를 잘라낸 소련

아랄해의 수난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초. 우즈베키스탄과 접경한 현재의 투르크메니스탄 지역은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목화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었다.
소련은 `하얀 금(金)'으로 불리던 수출용 목화를 생산하고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아랄해를 향해 흐르던 아무다리야의 강줄기를 돌려 거대한 운하를 만들었다. 투르크멘으로 향하는 중앙아시아 최대의 이 운하는 길이가 1300㎞에 이른다. 목화와 농작물을 키우기 위한 관개수로는 우즈베크 쪽 건조지대로도 빽빽하게 가지를 펴나갔다. 그 대가로 아랄해는 말라갔다. 1960년 면적 6만8000㎢, 수량 1100㎦였던 아랄해는 물이 줄면서 1987년 남북 2개의 호수로 갈렸다.




소련 정부는 사막 가운데 덩그러니 자리잡은 짠 호수 아랄해를 `자연의 실수'로 여겨, 말라붙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았다. 냉전 시대 소련에게 환경문제는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소련은 남아랄해 가운데 있는 보즈로즈데니야 섬에 생물학무기 연구시설을 만들어 탄저균이 담긴 드럼통들을 매각하기도 했다.



[아랄해에 면한 항구도시였던 우즈베키스탄의 무이낙은 지금은 활기가 사라진 한적한 시골마을로 변해버렸다. 한 주민이 양을 데리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수도관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고 있다.]


알리는 "한때는 아랄해에 큰 항구가 세 곳이나 됐다"면서 "물이 마르기 전에는 물고기도 많고 종류도 많아 생선 가공공장들이 24시간 돌아갔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아랄해가 1971∼92년 갑자기 물이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무이낙 주민들은 연유를 몰랐다고 한다. "물은 줄어드는데 소련이 물을 딴데로 돌리는 줄로는 상상도 못했다.운하를 파내 다른데로 물 다 돌린 뒤에야 우린 알았다."
우즈베크가 독립한 뒤에도 아랄해는 돌아오지 않았다. 1970년 아랄해로 유입되던 강물의 양은 1초당 3000∼5000㎥였지만 지금은 15㎥에 불과하다. 현지 공무원은 "아랄해가 완전히 마르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 아랄해, 수난의 역사




지금 2개로 갈라진 아랄해 중 북쪽 호수는 카자흐스탄에, 남쪽은 우즈베키스탄에 속해 있다. 우즈베크 쪽 남아랄해는 2003년 다시 수면이 낮아져 동서로 나뉘었다. 3개가 된 호수의 총 면적은 1만7160㎢로 40년 전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카자흐 정부는 2005년 다이크코카랄이라는 대규모 댐을 지어 북쪽에서 아랄해로 흘러오는 또다른 강 시르다리야의 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카자흐 정부의 노력으로 북아랄해쪽은 최근 수면이 올라가 수상생물이 늘고 있다. 카자흐의 항구도시 아랄스크에 접했던 호안선은 100㎞나 후퇴했다가 지금은 25㎞ 지점까지되돌아왔다.
문제는 남아랄해. 여전히 면화에 외화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우즈베크 정부는 사실상 아랄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다리야는 계속 관개수로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아랄해는 해안선이 수백㎞씩 아래로 내려갔다.
1994년 1월 카자흐, 우즈베크,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아랄해 주변 5개국은 연간 예산의 1% 씩을 갹출해 아랄해복구를 위한 기금, 일명 `아랄 펀드(Aral Fund)'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즈베크 정부는 말라가는 아랄해를 그대로 두고 유전, 가스전 개발에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8월 우즈베크 정부는 국영 에너지회사 우즈베크네프테가즈, 러시아 루크오일, 한국 석유공사,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협정을 체결해 아랄해 에너지 개발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남아랄해는 과거의 어촌도시들에서 호안선이 북쪽으로 200㎞ 이상 후퇴한데다, 그나마 우즈베크 정부가 얼마 안 남은 호수 주변지역의 출입까지 통제하고 있어 `숨겨진 호수'가 돼버렸다. 2006년 세계은행이 아랄해 보전 계획에 본격 착수했지만 대부분의 지원은 카자흐가 적극 추진하는 북아랄해 복원에 치중해 있다.


■ 먼지바람에 건강 악화, 염화현상에 농사지을 땅도 잃어

아랄해가 말라붙으면서 드러난 땅은 거대한 염토가 되어 먼지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수량이 줄면서 염도가 높아지는 과정이 수십년간 지속됐던데다가 주변 지역에서 비료를 비롯한 화학물질들이 아랄해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마른 땅은 국지적인 기후변화를 만들어내 겨울과 여름을 양극화시켰다. 농도 짙은 얕은 호수물이 제대로 대류작용을 하지 못하면서 여름철에 얕은 물만 더워져,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호수 물이 증발하고 있다. 남아랄해 중 서쪽 부분은 15∼20년 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사막화가 겹쳐 2000년대 들어 남아랄해는 환경 재앙 지역이 됐다. 아랄해 전체 생태계와 아무다리야 하류 델타 식생도 파괴됐다.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들은 유독성분이 섞인 모래바람이 강해지면서 아랄해 인근 지역에 암과 호흡기 질병 등이 많아졌다는 조사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물에 염분이 많아지면서 위염과 담석증 같은 질병도 많이 생겼다. 독일 등 유럽국들과 구호기구들이 정수시설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담수 부족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랄해였던 지역 말라붙은 땅의 먼지와 소금은 강풍이 불면 15㎞ 높이까지 올라가며, 멀리 중국의 톈산(天山)과 타지키스탄의 파미르고원까지 흙바람이 날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랄해와 아무다리야 보전ㆍ관리를 맡고 있는 아랄델타관리청의 자나베이 일랴소프 국장은 "정부는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 아랄델타 주변지역에 관목숲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막지대를 흐르는 아무다리야 곳곳에 댐과 저수지를 만들고, 수자원의 리사이클링(재이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랄해 일대의 사막화와 염화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아랄해로 가는 거점도시 누쿠스에서 아랄해 어촌이었던 무이낙까지 가는 길 곳곳에서 소금이 지표면으로 올라와 하얗게 변색된 땅들을 볼 수 있었다. 농사가 힘들어진 주민들은 낙타와 양을 키우는 반(半)유목민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9-14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7-09-14 17:42   좋아요 0 | URL
앗 비밀글님, 왜 지우셨어요! 뭐가 쑥스러우시다고... 암튼 반갑습니다 :)
 

"옷가방 두 개 들고 떠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학자 출신 대통령으로 인도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었던 A P J 압둘 칼람(76.사진) 대통령이 오는 25일 퇴임한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지내온 뉴델리의 라슈트라파티 바완(대통령궁)을 떠나는 칼람 대통령의 짐은 달랑 옷가방 2개와 책 꾸러미.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변함없는 그의 모습은 청빈 그 자체로 인도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며칠 뒤면 나는 들어온지 5년만에 바완을 떠납니다. 여기 올때 나는 옷가방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옷가방 두 개를 들고 다시 이 곳을 떠납니다. 이제 내게 남은 소망은 2020년 개발되고 잘 사는 나라가 돼 있는 인도를 보는 것 뿐입니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의회 선거가 실시된 19일 압둘 칼람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인도 이슬람문화센터에서 강연하면서 사실상의 퇴임사를 발표했다. 강연장엔 사람들이 몰려 소탈한 모습으로 떠나게 될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세간살이는 옷가방 2개 뿐이지만 사실 대통령궁엔 책이 산더미"라고 전했다.

인도 남부 타밀 나두 주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칼람 대통령은 로켓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인도의 군사ㆍ과학기술 분야에 크게 공헌해 `미사일 맨(Missile M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 유도미사일 개발, 핵 실험 등을 주도해 1997년 인도 정부의 최고 훈장인 `바라트 라트나'를 받는 등 과학자로서 명성을 날렸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2001년 최대 정당인 국민회의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됐다. 의회 투표로 선출되는 인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군 최고 통수권자로 나라를 대표한다. `라슈트라파티'라 불리는 대통령은 내각책임제 하의 다른 나라 대통령들에 비해 각료 임면 등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칼람 대통령은 인도 최초의 비주류 무슬림 대통령이자 독신 대통령으로서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 인도의 개발과 부(富)를 늘리려면 IT산업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흥을 제도화하고 와이프로, 인포시스 같은 거대 IT 기업들의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 또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을 대법원장에 임명해 강고한 카스트의 잔재를 깨려 애썼다.

인도의 현대화와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채식주의자이자 절대적인 금욕주의자로서 전통을 지키고 청렴과 절제로 일관하는 생활을 했다. 19일 연설에서도 그는 공짜 선물이라면 펜 한자루라도 모두 거절한다고 밝힌 뒤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남들에게서 물건을 받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칼람 대통령의 인생과 철학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자서전 `불의 날개'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칼람 대통령은 퇴임 뒤 고향인 타밀 나두의 안나 대학에서 공학을 가르칠 계획이다.

--

이거 쓴 날, 그러니까 금요일 밤.
한나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이 글을 소개하는 걸 보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viana 2007-07-2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이 가방 두개들고 어디가신다는 말인지 알고 깜짝 놀랐어요.

딸기 2007-07-23 17:29   좋아요 0 | URL
저는 공주 체질이어서, 가방 두 개 한번에 못 들어요. ^^

비로그인 2007-07-2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서 달려왔어요~~~ 다행이네요 (음, 어디가셔도 글은 쓰실거지만 그냥 마음이, 마음이 그렇잖아요~~호호호호 ^^;;;;). 이제 찬찬히 읽어볼께요.

딸기 2007-07-24 06:50   좋아요 0 | URL
엥 너구리님도 그렇게 아셨군요. 그냥 기사 제목이 그거여서 그렇게 넣어둔 건데...
나중에 가방 두개 들고 떠날 일 있으면 알려드릴께요 ^^
 

체르노빌 사고 이후 핵 발전에서는 한걸음 물러나 있었던 러시아가 최근 들어 핵발전 확대계획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북극 연안의 `움직이는 핵발전소' 건립안 등 야심찬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 천연가스, 석유에 이어 핵발전에서도 공룡 기업을 만들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핵 계획'들 20여년만에 부활

러시아 정부는 최근 노르웨이에 인접한 북극 부근 백해(白海)에 선상(船上) 핵발전소를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발전소를 오는 2010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이동식 발전소를 앞으로 5개 더 만들 계획까지 갖고 있다.
선상 핵발전소 계획은 이미 1980년대 크렘린이 추진을 하다가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터진 뒤 폐기했던 것이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7일 러시아 정부가 옛소련 시절 만들어졌다가 경제가 무너지면서 무산됐던 핵 발전 확대 계획들을 잇달아 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백해 선상 핵발전소 설립안을 비롯해 최근들어 26개 대형 핵발전소 계획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현재 레닌그라드 등 13곳에 31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력소비량 중 15% 정도를 차지하는 핵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5%로 늘릴 계획이다. 모스크바 고(高)에너지물리학연구소의 블라디미르 포르토프 박사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인터뷰에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이미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제성장을 떠받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핵 공룡기업' 탄생

선상 핵발전소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거대 핵에너지기업의 탄생이 눈앞에 와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30여개 국영 핵 관련 기업들을 통폐합할 것을 지시했다. 원자로 조립에서부터 핵발전 기술수출까지 모든 분야를 하나로 통합한 거대기업을 만들어 효율성을 기하겠다는 것. `아토메네르고프롬(원자력산업집단)'으로 명명될 이 거대기업은 가즈프롬(천연가스), 로스네프트(석유)와 함께 러시아의 3대 에너지 국영기업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즈프롬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지정학적 파워를 행사하듯, 아토메네르고프롬은 주변국들로 러시아의 핵 파워를 수출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앞으로 20년 동안 60개 이상의 핵발전소를 옛소련권 국가들과 중동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란의 부셰르 원전 건설을 지원, 원자로를 수출하고 기술진을 제공하며 벌써 10억달러(약 9500억원) 가까운 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 핵발전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러시아는 "평화적 핵 이용을 지원한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맞서왔다.
이달초 미국 케네벙크포트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글로벌 핵에너지 파트너십(GNEP)'을 체결, 미국으로부터 핵발전 수출 계획을 사실상 승인 받는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의 백해 선상발전소 계획은 수출을 위한 시험용이라는 분석도 많다.

방사능 누출사고와 `핵 독재' 우려

러시아의 움직임을 유럽국들은 의구심 섞인 눈길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핵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것.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능 낙진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일대는 사고 20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농산물이 자랄수 있는 수준으로 복원 됐다. 2000년 쿠르스크 핵잠수함 침몰사고와 같은 일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러시아는 "당시에도 핵물질 누출은 없었다"며 일축하지만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대규모 핵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선상 핵발전소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초대형 독점 에너지기업들의 연이은 등장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민간기구인 비확산연구센터의 게나디 샤킨은 `가즈프롬 독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거대 에너지 기업이 정부 정책을 주무르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쟈 2007-07-20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관련기사가 한번 뜬 것도 같은데, 저도 참 걱정됩니다.--;

딸기 2007-07-23 11:27   좋아요 0 | URL
푸틴이란 사람이 대체 러시아를 어디로 끌고갈건지 그게 궁금해요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푸틴 개인을 떠나
러시아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어요.

만델라 할아버지 생신!

18일 89회 생신을 맞았는데요. 할아버지 생신은 해를 거듭하면서 세계의 좋은 사람들이 모여 평화와 인권을 옹호하는 잔치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무대를 주름잡던 `왕년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평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이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는 아난 전 사무총장을 비롯해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 구호활동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미국의 지미 카터 전대통령, 유엔 인권고등판무관(UNHCR)을 지낸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과거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시절 만델라를 비롯한 흑인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었던 요하네스버그 컨스티튜션 힐에 모여 만델라의 생일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무하마드 유누스, 메리 로빈슨, 코피 아난, 그라사 마샬과 만델라 할아버지,
지미 카터, 리자오싱, 그리고 데스먼드 투투 주교.
작년에 만델라 할아버지 건강이상설이 돌아서 남아공에 한차례 비상이 걸리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눈에 띄게 수척해보였다고 외신들이 전하는군요. ㅠ.ㅠ 건강하셔야할텐데...

스스로를 `디 엘더스(The Eldersㆍ원로들? 어르신들?)'이라 이름붙인 이날 생일잔치의 주인공과 손님들은 축하행사에 이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해 이바지하기로 했다면서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주창했습니다.

"`디 엘더스'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축하하면서,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모잠비크 전대통령 부인으로서 여성ㆍ인권운동에 투신했고 지금은 만델라의 부인이 된 그라사 마샬, 영국의 모험가이자 사업가인 리처드 브랜슨, 영국 팝스타 피터 게이브리얼,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 석달전 퇴임한 리자오싱(李肇星) 전 중국 외교부장 등도 참석해 `디 엘더스'에 이름을 올렸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보건ㆍ환경운동가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외무장관과 인도의 여성 노동운동가 엘라 바트도 모임의 멤버들이지만 이번 생일잔치 겸 `출범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디 엘더스'는 또 잔칫상 가운데에 구금 중인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 여상를 위한 빈 자리를 남겨두며 미얀마 군부정권에 인권 탄압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에 펠레, 가운데 할아버지, 오른쪽은 에토오.
만델라 89는 할아버지 아름과 나이이고, 46664는 로벤섬에 갇혀계실 때 수감번호랍니다.
46664.com 이 할아버지네 재단이 운영하는 에이즈 구호기금 모금 사이트예요.

같은 날 남아공의 `정치적 수도'라 불리는 케이프타운에서는 이날 행사에 앞서 `만델라를 위한 90분'으로 명명된 기념 자선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이 경기에는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팀에서 뛰고 있는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토오 등이 참가했고,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축전을 보냈습니다.
지단님한테도 초청장을 보냈다고 했는데(더불어 마테라치 그자식에게도;;) 안 왔군요 ㅠ.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7-07-1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 만수무강하세요(>_<)

딸기 2007-07-23 11:27   좋아요 0 | URL
마노아, 한번 만나야하는데 나 요새 너무 바빠서리...
가을 오기 전에 만나서 맛난거 먹어보자구. :)

마노아 2007-07-25 20:52   좋아요 0 | URL
요새 바쁠 수밖에 없죠, 언니. 좋은 소식들에 바빠야 하는데, 뉴스 보기 너무 겁나는 세상이에요. 한가해지면 우리 만나요~ ^^
 

최근 아랍 걸프 왕국들 사이에 민주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어, 아시아의 군주국 네팔에서는 정부가 왕실의 돈줄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국민들의 봉기로 절대군주제가 무너진 이래 네팔의 왕실은 국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에도 남아있는 군주국가들은 아래로부터, 혹은 위로부터 시작된 변화의 움직임 속에 힘겨운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다.


"국왕도 벌어서 써라"

네팔 정부가 11일 갸넨드라 국왕을 비롯한 왕실 일가가 쓰는 비용을 국가가 내주는 국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네팔은 1인당 실질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500달러 밖에 안 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국왕을 비롯한 왕실 최고위층은 연간 50만 달러씩 세금을 받아쓰는 등 호사스런 생활을 해왔다. 고용된 하인들만 700명이 넘는다. 정부는 일단 왕실 고용인들의 급여는 주기로 했지만 조만간 긴축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국왕은 올해부터 세금을 내고 있는데,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왕실 소유 호텔 운영수입 등 `자력'을 통해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갸넨드라 국왕은 2001년 왕실에서 벌어진 이상한 `살인극'으로 형인 비렌드라 당시 국왕 일가족이 숨진뒤 자리를 물려받았다. 즉위 뒤 국민들을 억누르고 횡포를 휘두르다 지난해 4월 반(反) 왕조 민중봉기로 뒷전에 물러났고, 네팔은 절대군주정에서 입헌군주정으로 이행했다. 제 역할을 못해 국민들에게 밉보인 네팔 왕실은 지난해부터 종교행사나 국가 전통의례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명목상의 군주 노릇도 못하는 셈이다. 민주선거로 선출된 현 의회는 왕실에 반대했던 마오이스트 게릴라 출신들이 이끌고 있다. 의회는 올들어 왕정을 아예 폐지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제헌의회를 새로 구성해 왕국을 유지할것인지 결정할 계획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군주국가들의 개혁 움직임


네팔 왕실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석유수입으로 지탱해오던 중동의 왕실들도 자의반 타의반 민주화와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쿠웨이트에서는 지난달 국왕이 임명한 석유장관이 부패 스캔들에 말려 의회의 불신임을 받을 처지가 됐다. 장관은 결국 의회 투표 전 사임서를 냈다. 국왕은 이른 시일 내 새 장관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과 요르단에서는 의회 의석 일부를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등 입법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카타르의 하마드 빈 칼리파 국왕은 1995년 즉위 이래 위성방송 알자지라TV 개국으로 상징되는 일련의 개혁안들을 내놨지만 그런 조치들이 주변 전제군주국들의 눈총을 사 곤욕을 치렀다.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에서는 국왕이 스스로 임기를 정해 물러난 뒤 아들에게 권력을 승계, 직접선거를 도입하는 등 위로부터의 조용한 개혁이 진행중이다.
세계 190여개 국가들 중 군주국가는 45개. 전세계 국가들의 4분의1은 여전히 군주정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 17개는 영연방 국가로서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이 명목상 군주로 돼 있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일본, 태국 같은 입헌군주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몇몇 국가들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전제군주정이나 의회민주주의 요소를 일부 도입한 반(半) 입헌군주정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7-1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로열패밀리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버리는 시대인데, 독재적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은...혈연으로 계승되는 군주가 '덕'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버린거네요.

딸기 2007-07-23 11:28   좋아요 0 | URL
이제야 댓글달아요.
아직도 '군주국'이라는 것이 소구력이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저는 가끔, 우리도 궁에 나온 것 같은 왕실 있으면 재밌긴 하겠다, 하는 생각은 해요 ^^

마노아 2007-07-13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테고리 제목과 그야말로 딱 떨어지는 글이에요. 무려 전 세계 국가의 1/4이라니 놀라워요! ^^

딸기 2007-07-23 11:29   좋아요 0 | URL
응, 내가 다 세어보느라고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