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동아일보 1면 톱기사를 보니.

제목은

"北 6불화우라늄 리비아수출 대금 받았다"
美, 극비정보 지난달초 한국에 통보
"核은 자위용" 北 주장 설득력 잃어


내용을 보자.

북한이 핵물질인 6불화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했으며 양국 간에 대금 결제까지 이뤄졌다는 내용의 극비정보를 미국이 지난달 초순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미국 언론이 북한의 대(對)리비아 핵물질 수출 사실을 보도한 적은 있지만, 대금 결제가 이뤄진 정황까지 확인된 적은 없었다.
핵물질의 상업적 거래는 그동안 북한이 천명해 온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응한 핵 억지력(자위 수단) 확보’라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24일 정부 고위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이 지난달 2일 한국을 방문해 ‘북한이 파키스탄 밀거래 조직을 통해 리비아에 1.8t의 6불화우라늄을 팔았다’고 설명한 직후 ‘별도 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거래내용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별도 설명에서 △자금이체 시점은 북한-파키스탄 핵 밀거래 조직-리비아로 이어지는 핵물질 수출 시기와 일치하고 △리비아는 북한이 인도한 물건(핵물질 장비 도면 등)에 ‘상응하는 수준의 금액’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리비아의 대북 송금 시점과 ‘상응하는 금액’이 전달됐다는 사실 외에 송금 및 수령에 사용된 은행명, 계좌주 이름, 송금 횟수 등 다른 정보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불화우라늄이 최종 핵연료가 아닌 중간단계 핵물질이란 점에서 단위가격은 높지 않았지만, 북한과 리비아의 평상시 교역규모로 볼 때 ‘통상적 거래’로 이해할 수 없는 액수였다고 미국은 설명했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그리고 이런 설명을 작은 박스에 친절히 넣어놨다.

:6불화우라늄:
우라늄 원광을 가공해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가공물로 우라늄 농축 직전 상태의 물질. 농축우라늄을 가지려는 목적 이외에 6불화우라늄을 만드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전 미국 워싱턴포스트였나, 북한이 리비아에 핵무기 원료 수출했다는 미 정부 주장은 근거 없다는 기사가 나갔었다. 북한이 아니라 파키스탄에서 리비아로 흘러갔던 것인데 미국 정부가 알면서도 거짓된 정보를 흘렸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오늘 동아일보에 저런 기사가 나왔다. 이제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자.

"북한이 핵물질인 6불화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했으며 양국 간에 대금 결제까지 이뤄졌다는 내용의 극비정보를 미국이 지난달 초순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미국 언론이 북한의 대(對)리비아 핵물질 수출 사실을 보도한 적은 있지만, 대금 결제가 이뤄진 정황까지 확인된 적은 없었다."


'확인'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내용이 확인됐다는 것인지? 기사 뒷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미국은 리비아의 대북 송금 시점과 ‘상응하는 금액’이 전달됐다는 사실 외에 송금 및 수령에 사용된 은행명, 계좌주 이름, 송금 횟수 등 다른 정보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무엇이 확인됐단 말인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몇번이나, 얼마를 줬는지는 미국이 우리나라한테 말을 안 해줬다는데 뭘 확인했다는 것인가? 저 기자가 한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는 "북한이 리비아에 상당한 돈을 줬다고 미국측이 전해왔다"라는 것 뿐이다. 바람구두로부터 "마냐가 딸기에게 돈을 줬대."라는 말을 들은 마태우스가 알라딘 서재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마냐가 딸기에게 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글을 올린다면 마냐도 딸기도 발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건 3류가 아니라 13류 소설이다. 국내 유력! 일간지 1면 톱기사,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극비정보'의 수준이 저 수준이란 얘기다. 난 오히려 그것이 1면 톱거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북-리비아 핵관계에 대해 얻은 정보가 겨우 저것뿐이라면 그거야말로 놀라고 분개할 일 아닌가?

또하나. 6불화우라늄에 대한 설명이 참 거시기하다.

우라늄 원광을 가공해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가공물로 우라늄 농축 직전 상태의 물질. 농축우라늄을 가지려는 목적 이외에 6불화우라늄을 만드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굉장히 축약된 설명이 아닐 수 없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목조목 보자. 6불화우라늄은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가공물 맞다. 그런데 농축우라늄으로는 핵무기도 만들 수 있고, 핵발전소에서 연료로 쓸 수도 있다. 따라서 저렇게 쓰는 것은 철광산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쇠는 살인무기인 칼을 만드는 원료다"라고 쓰는 것과 똑같다.
농축우라늄을 가지려는 목적 이외에 6불화우라늄을 만드는 경우는 물론 거의 없다. 당연하다. 6불화우라늄을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고,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6불화우라늄이기 때문이다.
저 설명만 읽으면 사람들은 "북한이 6불화우라늄을 만드는 건 농축우라늄을 만들기 위해서로구나, 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려는 거로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싶어서 농축우라늄을 만들려고 6불화우라늄을 생산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참고로 6불화우라늄에 대해서는, 북한이 이미 작년 5월에 리비아 수출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었다고 한다. 물론 북한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어째서 거짓말인지, 진짜로 '확인'해서 밝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나왔던 기사를 보자.

북한이 리비아에 수출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6불화우라늄’은 천연 우라늄을 가공해 핵무기 원료인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간 생산물이다. 정확하게는 우라늄 농축 직전 단계 상태의 물질을 말한다.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가공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크게 보면 천연우라늄을 농축이 쉬운 6불화우라늄으로 만들고 그걸 농축해 핵무기 원료를 만들어 낸다. 원자력 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우라늄(U)에 불소(F) 원자가 6개 붙어 있는 화합물이 6불화우라늄으로 이 물질은 섭씨 80~90도로만 가열해도 기체가 되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을 하기에 가장 좋은 상태의 물질”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천연우라늄을 질산에 녹인 뒤 도자기를 굽듯 열을 가하면 옐로 케이크(yellow cake)라는 우라늄과 산소가 결합된 고체물질이 만들어지며, 그 뒤 산소를 불소로 바꿔 6불화 우라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체 상태의 6불화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회전시키면 질량에 따라 우라늄235와 우라늄238이 분리된다. 이 중 우라늄235를 3~5% 수준으로 농축하면 핵발전소의 연료가 되고, 90% 이상 농축하면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6불화우라늄을 만들었을까. 6불화우라늄은 경수로의 핵연료를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경수로가 건설되지 않은 상황에서 6불화우라늄을 만들어 고농축을 통한 핵무기 원료를 만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걸 핵무기 개발에 한때 매달렸던 리비아에 수출한 것까지 드러나 더 큰 의혹을 받게 됐다.


조선일보의 설명은 상세하다. 조선일보를 칭찬해줄 마음은 전혀 없지만, 동아일보도 1면 톱으로 '극비정보' 특종을 보도하려면 최소한 저 정도 설명은 해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편, 저 기사 전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문화일보 오늘자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북한이 핵물질인 6불화우라늄을 리비아에 수출했으며 양국간에 대금결제까지 이뤄졌다는 내용의 극비정보를 미국이 지난 달 초 한국정부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25일 제기됐다. 미국의 일부 언론이 북한의 대 리비아 핵물질 수출사실을 보도한 적은 있지만 대금결제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리비아간 자금거래가 있었는 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또 한국 정부가 미국측으로부터 이같은 사항의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는 구체적인 거래내역을 미측으로부터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구체적인 정보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논평하거나 확인하지 않는게 관례이다”고 말했다. 김상협기자

참, 진실은 멀고 멀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바보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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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3-2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 유력! 일간지의 1면 톱기사,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극비정보'의 수준이 저 수준이란 얘기다. 난 오히려 그것이 1면 톱거리라고 생각한다.'-정말 정확한 말씀이십니다!~~~~ 역시 딸기님이셔요. 그저 감탄입니다. 그런데 저희 집도 그 신문을 수십년째 보고 있습니다. 그만 보자구 말한지가 몇 년째인데, 보급소가 바로 저희집 앞이라서......;;;

딸기 2005-03-2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추천을 해주셔야죠 *^^* (귀여운척)

릴케 현상 2005-03-2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천했습니다

딸기 2005-03-2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balmas 2005-03-2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나요~

그런데 마냐님은 이벤트 하신다는데,

딸기님은 뭐 안하세요?

717482

7777도 좋은데 ... ㅋㅋ

 


마냐 2005-03-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것참, 정말 아침부터 짜증나셨겠네. D일보 요즘 좀 좋아졌다고 칭찬했더만....1면 톱을! 쩝. 아, 추천임다.

아, 딸기님. 나 이벤트 함다. ^^; 놀러오세요.

바람구두 2005-03-2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데 내 이름을 들먹이다니...그런데 그 돈은 어디다 썼다는 거지요? 흐흐.
마냐가 딸기에게 돈을 준 이유는? 뻔하잖우. 딸기보고 바람구두에게 맛난 것 좀 대신 사멕이라고 준거잖아욧. 우쒸....

sayonara 2005-03-2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지만 많은 국민들이 일상과 밥벌이에 바쁘다 못해 찌들어있기 때문에 이런 기사를 살펴읽을 여유가 없는 것 같어요. 그냥 유명신문에서 그렇다~하니까 그렇구나~ 하겠지요. 아쉽습니다. (__;)

딸기 2005-03-2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딸기네 이벤트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일어날 것 같은데요 ^^
마냐님, D일보를 칭찬하셨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요...만, 저 글을 올린 직후에 귀사의 사설에서 저 문제가 다뤄진 것을 보면서 허걱 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그나저나 바람구두님한테 맛난 것 사멕이라고 저한테 돈 주신거 맞나요? ㅋㅋ
사요나라님, 실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마침 시간이 남아 꼼꼼히 읽어본 것 뿐이지요. 참 큰일이예요, 결국은 무관심이 싸가지없는 국가 & 언론을 만드는 거니까요. 저도 새삼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