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가 아니라 '아친엄'이 문제야.

우리 딸 이제 겨우 초등 1학년인데...
구몬 수학, 구몬 한자, 영어학원, 피아노과외를 해왔다.
영어 학원은 끊었고, 구몬 수학이랑 한자는 이달로 끝이다. 구몬 한자는 아이가 엄청 좋아하긴 하지만...
끊는 결정을 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한 6개월 시켜보니까 대충 감을 잡겠다.
당분간 안 시켜도 되겠다. 내가 좀더 부지런을 떨면 될 것 같다.
엄마랑 공부하자고 하니깐 애가 되게 좋아한다.
짜슥, 엄마랑 하면, 엄마가 엄청 짜증내고 주워박고 할텐데.
지난번에 애 가르치다가 애한테 "에이구 바보야" 했더니 애가 울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왜 바보라고 그래요 엉엉엉" 하면서.
귀여븐 것.
그런데 내가...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영어학원 끊은 기념으로...
엄청 질렀다.
애 책을 250권, 60만원 어치를 샀다. 중고 전집 다섯 개...
우리 애는 그동안 무슨무슨 전집을 엄청 읽었다.
어젯밤 새로 주문한 책들 우르르 도착한 걸 보고, 우리 애가 읽은 전집을 얼추 적어봤다.
그동안 읽은 거, 집에 있는거 다 하면 스무개는 훌쩍 넘는다.
(혹시 아동 전집이 궁금하신 분들 저한테 물으세요~)
책이나 많이 읽어라.
그래야 그 옆에서 엄마도 좀 책 읽고 쉴 시간이 나지.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초등1학년, 그것도 7살 1학년 짜리에게 공부는 아무래도 무리지.
학원 달랑 하나 가는 것도 허덕이는데, 여러 개 보내는 엄마들은 무슨 재주?
학원 안 가도 된다니깐 너무 좋아한다.
"너 엄마랑 영어공부 한다며?" 했더니
"그건 공부가 아니고 놀이이지요!" 한다.
똑똑한 내 딸.
엄마랑 놀자.
...
근데 이노무 야근이 끝나야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