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있어왔던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더이상 견디지 못해 병원에 다녀왔다. 외관상으로봐도 확실히 굽어있는 몸이라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는데, 심각하댄다. 척추가 심하게 휘어있어 폐와 심장을 누르고 있고 호흡에 무리가 있다. 위와 장이 눌려있어 소화가 잘 안된다. 허리를 지탱해줄 등 근육이 거의 없으며, 뱃살은 앞으로 밀려 처져있다. 오른쪽 날개뼈가 나가있고,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빠져 있으며, 그로인해 오른팔이 저리다. 목은 거의 일자로 굳어있고 직업의 특성으로 그 일자목이 앞으로 쏠려있어 목이 없어 보인다. 골반이 오른쪽으로 밀려있어 오른쪽 다리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어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40이 넘었으면 수술을 권장하겠지만, 아직 30대이니, 수술보다는 교정치료와 재활훈련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수술은, 환자가 더이상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만큼 심각한 상황일 때 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라, 왠만하면 권하지 않는단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까, 수술의 휴유증이 굉장했다. 사람 몸은 왠만하면 열지 않는 게 낫다.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지금 내 상황으로 봐서는 최소 일주일에 3회, 2시간씩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10주에 약 300만원의 돈이 들어간다. 의사들도 내 상태를 보니, 이정도로 심한 사람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최소 4~5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투자(?)해서 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척추는 치료 방법이 없다. 수술 혹은 약물치료. 약물치료라는 것도 스테로이드, 통증 완화를 위한 진통제이지 근본적인 방법은, 이런 교정방법밖에 없는듯하다.
나는 왜 이렇게 병을 키웠나?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나? 나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미련하게 살고있나? 그동안의 내 생각들은 무엇이었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그동안의 내 괴팍함을 내 몸탓으로 돌려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