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온 짐도 가져올 겸, 맡았던 일도 전해줄 겸, 회사에 들렀다. 일을 전하고 다시 일거리를 받았다. 어차피 2월까지는 회사를 다니는 걸로 하고 월급을 받기로 했으니 별 불만은 없다. 집에서 멍하니 있는 것도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대표님은 여전히 짜증내시는 표정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을 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믿어야하는데, 아직도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불신은 일방적이 아니라 쌍뱡향적인데.

내가 그만두기로 한 그 다음날, 회사의 구인 광고가 올라왔었다. 1명이 그만두는데, 2명을 채운다고 했다. 그토록 인원 충원을 요구했을 때는, 올 8월에 1명 충원할테니 견디라고 하시더니만. 내가 두 명 분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자위했다. 대신 몸은 폐품이됐지만서도. 내가 미련했지.

집에 와 책상에 앉아 간만에 일을 조금 했는데, 목과 척추가 또 결렸다. 병원에 가니까 신경성이라고 한다. 교정치료를 받는라 또 신음을 내고, 땀, 눈물, 침이 범벅이 됐다. 2주차가 되면 좀 적응하려니 생각했었는데, 주가 바뀔수록 힘든 것 같다. 재활훈련을 하는데, 내 몸이 워낙 특이한 경우인지, 치료사들(일반병원의 레지던트급들?)이 내 몸을 교보재 삼는다. 첫 주에는 상당히 불쾌했지만, 2주차인 지금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다른 환자들에 비해 여러 의사들의 치료와 교정을 받는 셈이니까. 주고 받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편하긴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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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2013-08-0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ㅠㅠ 이정도인줄은 몰랐네...... 치료는 다 끝났어?? 건강이 최고여.
건강혀......

Tomek 2013-08-02 14:41   좋아요 0 | URL
건강이 최고지!
:)
 

오늘로 세번 째 교정 치료를 받으러 갔다. 치료는 별로 없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재활훈련에 보낸다. 어느 것을 하던 간에 아프다. 곡소리가 절로 나오고 눈물, 콧물, 침이 범벅이 된다. 나 자신이 한심해서 나오는 소리고 분비물일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들. 약간의 허무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미련하게 달려왔는가에 대한 허탈함. 누가 나 아픈 것에 그렇게 신경을 쓸까? 회사에서는 토사구팽, 부모님은 전전긍긍. 수가 없겠지.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수 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직 책상에는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이렇게만 꾸준히 한다면 2월 안에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비록 헛된 희망이더라도, 꾸준히 가져 가는 것이 지금 내게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기. 혹은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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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있어왔던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더이상 견디지 못해 병원에 다녀왔다. 외관상으로봐도 확실히 굽어있는 몸이라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는데, 심각하댄다. 척추가 심하게 휘어있어 폐와 심장을 누르고 있고 호흡에 무리가 있다. 위와 장이 눌려있어 소화가 잘 안된다. 허리를 지탱해줄 등 근육이 거의 없으며, 뱃살은 앞으로 밀려 처져있다. 오른쪽 날개뼈가 나가있고,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빠져 있으며, 그로인해 오른팔이 저리다. 목은 거의 일자로 굳어있고 직업의 특성으로 그 일자목이 앞으로 쏠려있어 목이 없어 보인다. 골반이 오른쪽으로 밀려있어 오른쪽 다리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어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40이 넘었으면 수술을 권장하겠지만, 아직 30대이니, 수술보다는 교정치료와 재활훈련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수술은, 환자가 더이상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만큼 심각한 상황일 때 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라, 왠만하면 권하지 않는단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까, 수술의 휴유증이 굉장했다. 사람 몸은 왠만하면 열지 않는 게 낫다.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지금 내 상황으로 봐서는 최소 일주일에 3회, 2시간씩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10주에 약 300만원의 돈이 들어간다. 의사들도 내 상태를 보니, 이정도로 심한 사람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최소 4~5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투자(?)해서 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척추는 치료 방법이 없다. 수술 혹은 약물치료. 약물치료라는 것도 스테로이드, 통증 완화를 위한 진통제이지 근본적인 방법은, 이런 교정방법밖에 없는듯하다.


나는 왜 이렇게 병을 키웠나?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나? 나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미련하게 살고있나? 그동안의 내 생각들은 무엇이었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그동안의 내 괴팍함을 내 몸탓으로 돌려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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텡그리 2013-01-08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분께 연락한면 해보시면 어떨까요?
사정을 보니 딱하십니다.
http://cafe.naver.com/discok

Tomek 2013-01-09 08: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새벽 3시에 한 번, 6시에 한 번 깼다. 깨어난 이유는 온 몸의 열과 손발의 저림, 더부룩함 때문인 것 같았다. 자기 전에는 식욕이 맹렬하더니, 일어난 후에는 잠잠하다. 억지로 몇 술 떠먹고 출근했다. 추위는 지독했다.

회사는 여전했다. 여전한 공기의 찜찜함. 이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하는지, 다른 방안을 찾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내가 민감한 것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민감한 것일 수도 있고. 다시 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후에 대표님과 업무 관련 이야기들을 나눴다. 인원 보충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내가 지금 그만두고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오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스트레스가 멈추니 속이 편안해졌다.

 

집에 와서 집사람과 퇴직 후의 내 불안한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결론. ① 충동적으로 그만두지 말고, 퇴직 후의 계획을 짜고 사직서를 제출할 것. ② 결정을 내렸으면 더이상 고민은 멈추고 행동할 것. ③ 잘못한 것 없으니 당당하게 행동할 것. 집사람이 현모는 아직 못되었지만, 감히 현처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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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히 울 마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튈때 튀더라도 "차선책"정도는 마련해 놓고 튀도록 하자. 라고 하더군요. 현실에서 "배수진"만큼 미련한 짓은 없다고요..^^

Tomek 2013-01-06 08:3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배수진이 차선책이 될 것 같습니다. 제 상황이 어디서 일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가위에 눌렸다. 누군가 나를 찾아왔었는데, 그 사람이 귀신임을 알게 된 순간 잠에서 깨어났는데, 가위에 눌린 암담한 상황. 힘들게 깨어났는데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서 게워냈다. 피가 묻어나오는 것을 보고 조금 겁이 났다. 그러고보니 건강검진 받은지도 3년이 넘은 것 같다. 두 시간여를 뒤척이다 알람 소리에 놀라 깼다. 알람을 끄는데 어지러워 다시 누웠다. 6시 30분이 되어서야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밤새 눈이 내렸는지, 세상이 또 하얗다. 내가 사는 곳은 산 중턱이라, 눈이 내리면 낭만보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내일은 또 어떻게 내려가고 올라와야할지. 내일쯤이면 대충 길이 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른함, 권태감, 그리고 패배감이 나를 감싸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억지로 몸을 추스린다.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풀리면, 그걸 다시 제 자리로 돌려놓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전력을 다하면 안 되는데, 결국 그렇게 소진해버렸다.

 

떡국을 먹었다. 집사람이 끓여줬는데, 맛있었다. 하지만 속이 좋지 않아 조금만 먹었다. 저녁에는 죽을 끓여줘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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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0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병원부터 달려가실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Tomek 2013-01-02 21:52   좋아요 0 | URL
과민성 스트레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편안해졌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