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국 평전 - 벼락이 떨어져도 나는 내 서재를 뜰 수가 없다
정운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임종국’이란 이름은 그 전에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순전히 조정래씨의 소설 ‘한강’속에 나오는 실명의 이름을 접하고 나서였던 것 같다.
한 평생 역사학계의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고집쟁이 영감님의 이미지를 가지고 접했던 책이지만 의외로 이 책에서 밝혀진 임종국 선생님은 조지훈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상전집’을 집필한 문학도이셨고, 불의한 세상에 항거하는 방법으로 한 때 사법고시에도 도전한 적도 있었던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졌던 분이셨던 것 같다. 하긴 그러했기 때문에 선생님만의 깊고 치밀한 친일파연구가 가능 하셨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임종국 선생님의 업적뿐만 아니라 선생님 개인의 방황하는 청년기, 결혼, 이혼, 가족사에 이르기 까지 글자 그대로 발가벗겨진(?) 선생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말 그대로의 ‘평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처음에 나와 있는 선생님의 의외의 모습에 약간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친일파 연구에 대한 임종국선생님의 불굴의 의지에 다 녹아버리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같다.
특별히 선생이 하는 작업의 중요함을 알고 선생님이 타계하기 마지막 5년을 곁에서 시봉했던 ‘김대기’란 분에 대해서는 참 고마운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다.

또한 이 책을 쓴 정운현씨 역시 임종국 선생님의 평전을 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분임을 알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음은 물론이다.                                                                                                 


재단 같은데서 경제적 도움을 받아 보라는 지인들의 권유에 "그러면 붓 끝이 떨려서 글을 쓸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던 사람...


선생께서 죽음이 거의 가까워 왔을 때쯤 나오지 않는 목소리 대신 이런 글을 써서 담당 의사에게 전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나를 좀 살려 달라.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살아서 나가면 내가 쓴 책을 다 드리겠다.”


지금도 임종국 선생님의 친일파 연구를 뛰어넘는 후학들이 나오지 않고 있고, 오히려 비슷한 연구들이 선생님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 당시 친일파 연구는 선생님이 아니면 끝낼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통한의 외침이 아니었을가?


*친일파에 대해 좀 더 알고자 한다면 이 책보다는 임종국 선생님의 저서를 읽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대신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과 책임감으로 자기 자신을 불태워 간 한 인간의 삶에 감동받고자 한다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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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1-1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드뎌 마을에 마실 나오셨구랴~. 추천 꾸욱!

고니 2007-01-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뷔 축하 축하 이벤트는 언제 하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