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찰나의 세상을 한 컷 안에 담아내는 일이라는 것이 이제는 누구나 그래보일 수 있는 쉬운 일이라 더러는 치부되곤 한다. 그러다보니 사진을 과연 예술이라 불릴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유심히 보게 되는 면이 있다. 잘 찍은 사진들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도 있고 흔한 일상의 부산물이지만 예술가라 불리는 사람의 작업물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하는 답을 늘 찾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물론 기술로서의 사진과 자기만의 사진에 대한 세계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반영인 한 컷이 왜 다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결론은 이미 알고 있지만 드는 생각이다.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현존하는 사진가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을 선보인다. 이 책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고백하는 자신의 사진관에 대한 이야기, 살아온 인생과 세상의 어떤 면을 사랑하고 고발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낱낱의 생각과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날카로운 시선의 진수를 보고 싶어서, 또 진정 예술가의 사진은 왜 다른가에 대한 당연한 문제에 직면하고 싶어져서 이 책을 고른다.  






작가 존 세이무어는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자급자족으로 삶을 꾸리는 활동가로 유명하다. 실제로 자신의 생활이 내내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일상이었기에 이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보는 이로하여금 물질적 풍요보다는 풍족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을 전해주는 듯 하다. 

저마다 영유해나가는 생활방식이 있겠거니와 환경을 바라보는 깊거나 얕은 생각 모두 수긍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보다 안일한 지구,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어떤 개인의 삶이 한국의 독자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구본창작가의 사진은 메시지를 강하게 내뿜는다거나 시선의 집요한 고발 내지는 물음표에 대한 작업물이기 보다는 어떤 작은 사물 하나, 그 하나로 은은하게 번져가는 조용한 교감을 이루는 작품을 선보인다. 제목의 <공명의 시간을 담다>라고 하는 것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사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함축되어 이해된다.

그렇다면 사진에 담긴 시간의 함축은 이해가 되지만, '공명'이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 걸까. 작가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 작은 사물 하나로 삶의 보편적 의미들이 어떻게 펼쳐지길 바라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진술을 듣고 싶다. 

 



소설가로서의 면모 이전에 찰스 디킨스는 언론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을 갖추게 된 어떤 계기에 대한 물음의 답이 이 책에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지독한 불면환자이기도 했던 작가가 밤산책을 떠돌며 겪고 본, 런던 거리의 지독한 양면적 모습이 그를 진실의 장으로 이끌어준 계기였던 모양이다. 

사회의 이면, 사람의 이중성을 어쩌면 그렇게 생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시선을 갖추게 되었는지 <밤 산책>의 찰스 디킨스가 본 그 때 그 시절의 런던의 밤의 시간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여행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선 기운의 동요를 잠시 누리게 될 뿐만 아니라 남들처럼 살지 않는 어떤 결단, 그들만의 일탈된 시선에 자꾸 눈이 가게 되기 때문이다. 변종모의 책을 보면 여행이라고 생각들면 가장 먼저 드는 '낭만'이나 '여유로움'은 없고 그저 '어떤 삶'을 바라보는 '여행자의 삶'이라는 두 번의 이중 창을 열어야 하는 독특한 세계가 있다. 이번 책에서는 사진과 작가에게 관통해 지나간 단어들에 대한 이채로운 의미들이 펼쳐질 모양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들려줄 말들이 어떤 사연을 품을지, 내가 알던 말의 의미와 어떻게 빗겨 나갈 지 변종모의 책은 언제나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마스다미리의 작품들은 어느새 미혼인 30-40대들에게 세대의 정서를 대표해줄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인기의 여세가 놀라울 정도여서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될 지경이었는데, 그 경계의 기대점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작품을 읽으면서 오해들이 애저녁에 사라지게 된 경험을 하게 했다.

깊은 공감에 대한 고민들이 인상 깊은 만화였고 그것은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일상적인 감정들이 작품 속 인물의 성격과 사건과는 상반된 에너지를 주는 것이었다. 시선의 관점이 진솔하니 이 점이 독자에게 자신감을 주어 용기를 북돋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녀의 만화를 보면 문득 픽션이 아니라 실제 삶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몰입이 되곤 했는데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작가가 내놓은 자신의 이야기라니 무척 알고 싶어 진다. 작품 속의 인물과 일상의 이야기가 작가의 어떤 면면에서 비어져 나온 것인지 파헤쳐 볼테다.

 

 

 

 

 

 

 

 

일본의 정치적 행태들은 여전히 국제 사회에 망신살을 뻗히기에 충분하고, 그럴 때마다 사회를 향해 때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퍽 용기있다 하겠다.

감싸거나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날 선 칼을 댈 줄 아는 면모가 참 멋진 어른이라는 인상을 주는 작가 '오에겐자부로'는 언제나 신사란 이미지가 있다. 그의 비평적 시선이 주목되는 <말의 정의>는 개인의 가정사 뿐만 아니라 문학가로서의 나라 안팎의 소사를 생생히 비평하면서 전해줄 말의 어떤 옳음을 전해줄 것이다. 이 봄에 가장 읽고 싶어 지는 책이다.

 

 

 

 

 

 

 

 

 

 

마루야마겐지는 결코 세상을 아름답다는 겉치레와 나이브한 면모를 드러내는 법이 없는 작가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들려오는 듯이 직설적이면서도 이면의 참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작가이다. 그는 세상이 어느 일면만 보고 풍문처럼 퍼져나가는 세태를 딱하게 지켜보았음이 분명하다.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세태가 역시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일생의 대부분을 작가이자 농부로 지낸 그이기에 이 책은 어떤 속빈 꾸짖음이나 빈정거림으로 들릴 터가 없다. 작가가 살아낸 시골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고 시골은 정말 어떤 곳일지 작가의 쓴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문학을 하면서 동시에 그림에 대한 예술적 기질이 남달랐던 작가들이 의외로 많다는 인식은 가진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을 한 데 모아 손꼽아 보자면 언뜻 떠올리지는 못하겠다. 

<작가의 붓>은 문학과 미술에 재능을 보인 작가들의 모음 책이라니 반갑다. 문학작품 외에 그림에 대한 열정 또한 그 못지 않아서 경지에 이르렀다니 예술적 기질이 마냥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예술작품들이 도록으로 소개되는 반가움과, 각각의 전기가 짧게 덧붙여진 흥미로운 이야기 역시 궁금해 지는 책이다.    

 

 

 

 

 

 

 

 

 

 

사실 작품으로만 접했을 때는 애거스크리스티란 이름이 '여성'이라고는 전혀 짐작치 못했다. 추리소설하면 당연히 어떤 남성적 기질이 떠오르면서 작가도 당연히 남자겠거니 하게 되었던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적잖이 의아했다. 어떤 선입견이 없고서라도 작가가 드러나는 작품이 된 이상 성별을 논하는 것은 지나침이 있겠지만 분명 여성작가 특유의 장점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자서전에는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의 모델이 되는 인물들, 배경, 실제 집필을 해 나가며 쌓인 에피소드들과 후기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들이 실린 책이다. 또한 작품 이외의 그녀 자신의 개인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진솔하게 실린 재미도 곁들어 읽을 만할 것이다.

추리소설에 흥미를 느낀 시점과 기묘한 사건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전개되길 구상했는지, 추리소설이란 그녀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게 했는가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에세이 리뷰를 쓰는 일은 여느 분야의 책을 읽고 쓰는 일보다 더 고심의 시간이 길어 진다. 능력이 부족한 탓도 크지만, 아무래도 에세이가 소설이나 인문서, 전문 분야의 어느 것보다 가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이 강점이 맹점으로 다가서던 경우가 많았다. 너무 쉽게 읽히면 책을 덮었을 때 도통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 재빨리 나의 게으름을 다독여서 제대로 읽기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형식적인 문장 흐름이 이해하기 쉽다고 해서 그 안의 말까지 다 쉽게 쓰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내 안의 어떤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해서 마구 쓸어 담아 감상이랍시고 내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여운이 크던 적던 나만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해 내는 일, 하나마나하지 않을 리뷰를 쓴다는 것은 그동안 가장 고심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신간평가단 활동으로 에세이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에세이가 무엇인지 더 생각이 부각된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그 중 가장 큰것만 꼽자면 저자들이 참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솔직한 면모와 그 주제를 여러 양태로 저작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너무 평범해서 놀라기도 했고, 감각과 재주에 탄복하기도 하면서, 깊은 통찰을 엿보게 되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컸다. 소설과 시가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이라고 한다면 에세이는 일상과 주제을 보는 창조적 눈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본다. 

여러 책에서 경험한 혼재된 감정의 혼란들은 오히려 기쁜 가중을 주는 셈이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본다. 그 보챔들은 언제나 날 평화롭게 해주었다.  

 

13기 에세이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다른 평가단분들의 생각도 엿보며 많이 배우고, 나의 모자란 부분이 더러 채워지는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아 기쁘다.

그동안 일일이 의견을 수렴하고 신경써주신 파트장님, 평가단 담당자님, 평가단 모든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13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 맘대로 베스트5

 

 

 

 

 

책으로 가는 문

 

 

미야자키하야오는 인생이라는 레일 위를 달릴 때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힘은 어릴 때 책에서 본 작은 ‘재생’의 힘이 모여 크고 작은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삶의 원천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책으로 하야오 작품세계의 근간이 어떻게 풍성하게 이어져 갔던 것인지 미약하나마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밑천을 드러내지 않을 지식의 자양분은 어릴 때 겪고 읽은 무엇들이란 생각이 더욱 견고해진다.

 

 

 

 

 

 

모든 게 노래

 

 

<모든 게 노래>는 혹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의기소침해 지고 상심에 빠진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엮어진 책이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들리지도 않는 노래와 박힌 글이 마치 금방 재생될 것 처럼 날 것의 힘을 발휘하곤 한다. 이러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질 때 쯤이면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것인지 상상하기 쉬워진다. 

이 책에서 김중혁 작가는 작가로 살아감에 부족한 스스로 자문의 고백을 한다. 취향으로도 그의 면모를 살필수 있지만, 이런 고백으로도 그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여전히 글 쓰고 살아가는 것의 물음표를 안고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인지 사랑스럽기만 하다. 세상에 참으로 다양한 위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본 <모든 게 노래> 였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이윤기는 천재적인 언어에 대한 감각과 능력이 있었지만, 그보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확인하는 열정이 그를 더 말해주는 듯 하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의 언어 뿐 아니라 다른나라 언어에서도 학자에 대한 본질적인 자세를 가장 낮은 층위로 갖다 놓는 아주 인상적인 자세를 심어준다. 말의 기원을 따라 옳고 그름을 확인하고 수없이 가지치기 해나가면서 연구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천생 학자였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공간이 주는 의미를 부각해서 세계 여러 곳의 서점만을 탐험해 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서점을 이루는 역사와 디테일한 특징들, 전체를 조망한 사진들이 함께 소개되고 어떤 곳이든 특별한 역사적 사건들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명맥이 어떻게 유지되어 가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서점들이 등장하고 사라질지 그 상상하는 즐거움이 커지는 책이다.

 

 

 

 

 

 

 

 

눈물

 

 

최인호 작가의 <눈물>은 그의 가슴에 머문 주에 대한 사랑, 고백의 기록이 전부인 책이다. 신학의 오래고 깊은 지혜와 진리의 면들을 작가가 이해하고 배운 흔적의 고백과, 삶의 다양한 과정 속에 녹아든 참을 취하는 작가의 발견이 담겨 있다. 매일의 고통과 주에 대한 사랑이 겸손함을 유지시켜 주고 그의 골무 낀 손가락이 지은 날마다의 글은 남겨진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가 마지막 풍경을 어떤 의지와 함께 마무리 짓는지 온화한 촛불처럼 환한 광경으로 펼쳐보게 된 것이 마치 선물 같다.

 

 

 

 

 

 

 

- 내 맘대로 베스트 5 중에 단 한권만을 고른다면?

 

 

 

 

 

마음의 작은 불씨처럼 시작된 호기심이 어떤 위대한 파생의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 학자로서의 참 자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로 그 관문을 무사히 지나가지 못할까 망설이고 두려워서 주저하는 이들에게 작가의 일생에 걸친 도전과 열정의 자세는 큰 힘이 되고 의지를 준다. 번거로움의 끊임없는 자청이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그 이상의 결과물로 얻어 지는 일이다. 그런 자세를 닮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문화를 영유하는 통로라면 단연 텔레비전과 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텔레비전이 마을에 한두 대 있을까말까 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 세대의 비전이 왕왕 문학도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것으로 일치하곤 한다. 추억하는 시절의 자신들을 모두 소설가나 시인이었노라고 문학에 심취했던 건실한 순수함에 견주는 모습들이다. 사보기도 귀해서 단 몇 권의 책만을 돌려 읽은 세대의 언어구사가 지금의 정보 홍수 속을 사는 세대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풍성한 언어를 구사하는 까닭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어쩌면 그들에게 단지 그것뿐이기에 가능했나 싶게 깊은 애정이 깃들어 보인다.

 

 

 

과거시험을 치르던 조선시대의 관문은 시를 짓는 것, 새삼 우리 민족이 얼마나 정적인 능력을 높이 사왔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실이다. 시적 품위를 자신의 학식에 비유하고 제 시를 공유하며 서로의 능력을 높이 사는 문화는 참으로 고귀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성찰과 자연의 섭리를 항상 곁에 두어 생각하고, 삶의 진정한 모습을 어려서부터 탐구하고 영유해온 세대의 산물이란 ‘책의 세대’가 풍기는 언어의 몸체에 고스란히 그들만의 멋으로 살아있다.

 

 

 

김광석의 글을 읽으면서 아마 이 세대 정도까지가 고유한 글맛이 정적 유산으로 내려온 게 아닌가 싶었다.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고루함이 없고, 고요한 생각이 머무는 점잖은 단어들과 정서들이 느껴지는 글이다.

그의 나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때 자칫 치기어림이나 어려운 말들이 뒤엉킨 겉멋이나 든 글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일부러 잘 쓰려고 노력한 글이 아니라 그때그때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말처럼 풀어쓴 글이라 자연스러워 보여서 좋았다. 물론 엮은이가 글 정돈을 어느 정도 해주었겠지만 메모 수준의 글이라도 그의 현재 감성과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가 글 쓰는 사람을 꿈꾸었다는 정보가 없었다 해도 아마 얼마 안 읽어서 그의 숨은 기질을 눈치 챘을 것 같다.

 

 

 

그의 글 대부분은 마음을 토로하는 글쓰기다. 남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것도 아니고 다만 내 주변을 바라보며 주로 낮은 감성들을 내뿜는다. 침착하고 때로는 너무 푹 가라앉아 보이는 우울도 느껴지지만 거의 희망을 바라보는 글들이다. 결국 이러한 단서들을 아무리 염두에 두더라도 그의 죽음이 염려되는 절망의 글은 찾을 수 없었다. 글에 다 담지 못한 어떤 절망들이 더 깊은 곳의 마음 안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던가 안타깝다. 그가 더 세상을 살아냈더라면 더 근사한 가사를 읊는 노래하는 시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의 젖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가사를 더 신경 써서 들어 보게 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벼운 연필하나 움직여 쓸 힘없는 병마와 대적하면서 과연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일일까. 이 한 권의 책은 제목 ‘눈물’처럼의 집약적이고 은유적이고 슬픈 아름다움이 내내 함께 하는 언어의 춤이다. 집요하게도 제 존재의 의문을 멈추는 법 없이 만날 회개하고 까닭을 묻는 구도자의 사위처럼 결코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절실함의 고백이다.

 

 

만약 더 이상의 문학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대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병상에서, 그를 아는 누구든 작가 최인호란 이름을 쉬이 잊힐 리 없는데 어째서 그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며 써내는 사랑을 베풀었을까. 강한 의지와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힘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책을 넘기는 동안 힘든 마음이었다.

 

 

고단했을 ‘쓰기’의 나날은 눈을 감는 날까지 추진하며 내일 하루를 또 지탱해준 작가의 거의 유일한 삶의 원동력처럼 보인다. 물론 그 안에는 평생 함께해 온 문학의 애정과 더불어 마음 속 함께 하시는 주님이 그의 손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비로소 자신이 물어왔던 숱한 ‘나’의 대답을 주님의 품 안에서 들을 수 있게 된 고요한 마지막 뒷모습, 증거로 보인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작가가 귀의한 천주교의 교리나 예수 이야기가 전혀 생소하게 들리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유고집의 형태로 알게 되는 성경은 또 다른 예수를 바라보게 하고 그 말씀을 따르는 존경의 깊이가 얼마까지 인지 신비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해가 생겼다. 무엇보다 작가는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이제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그것은 궁극적으로 주님에게 들릴 이야기를 전하는 글쓰기인 것이다. 전도를 하려는 셈도 아니고, 단지 오래된 깊은 지혜나 진리의 면을 알아가는 삶의 과정 그 속의 참을 취하는 겸손함이 있어 좋다. 그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종교를 떠난 삶의 마지막 풍경을 어떤 의지와 함께 하는 것인지 조심히 펼쳐보게 하는 조심스러움 그것이었다. 이 책은 전혀 짐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고통의 옆면을 겨우 한쪽 눈으로만 보고 벽을 의지하면서, 죽음과 가까운 시간의 경험을 자주 눈을 질끈 감으며 응시하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직간접으로 대면하게 되는 시기가 직접 찾아오지 않고서는 죽음과 전혀 무관한 인식만을 하며 살 뿐이다. 더군다나 가까운 누구도 보내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작가의 숨결 하나하나 느껴지는 사이마다 자주 발을 헛딛고 숨을 자주 몰아쉬어야 했다. 육체적으로 고통을 감당하는 상상도 어려운 일이지만, 본능을 뛰어 넘어선 삶에 대한 초연함을 항상성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살갗 닿는 느낌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장 한장 넘길 마다 그의 미미해지는 맥박을 두 손가락으로 짚는 일처럼 매우 조심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글이 더욱 격동하고 의지로 빛나는 나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존경스러웠다. 이는 마치 지지 않을 촛불처럼 타오르는 광경처럼 보였다.

 

 

 

 

 

작가는 등단했을 파릇한 십대시절부터 줄곧 ‘청년 최인호’로 불리곤 했는데, 역시 그다운 면모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靑 푸름을 언제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님에 대한 영원함처럼 ‘늘’이라는 말과 동의어 같다.

 

 

 

 

좋은 사람들의 여러 마음에 각자 추억하는 그는 한결같이 ‘웃음’이 많던 호방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좋음을 마음껏 표현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삶의 자세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그의 인생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최인호 작가의 안식을 다시 한 번 빌어 보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