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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벼운 연필하나 움직여 쓸 힘없는 병마와 대적하면서 과연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일일까. 이 한 권의 책은 제목 ‘눈물’처럼의 집약적이고 은유적이고 슬픈 아름다움이 내내 함께 하는 언어의 춤이다. 집요하게도 제 존재의 의문을 멈추는 법 없이 만날 회개하고 까닭을 묻는 구도자의 사위처럼 결코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절실함의 고백이다.

 

 

만약 더 이상의 문학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대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병상에서, 그를 아는 누구든 작가 최인호란 이름을 쉬이 잊힐 리 없는데 어째서 그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며 써내는 사랑을 베풀었을까. 강한 의지와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힘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책을 넘기는 동안 힘든 마음이었다.

 

 

고단했을 ‘쓰기’의 나날은 눈을 감는 날까지 추진하며 내일 하루를 또 지탱해준 작가의 거의 유일한 삶의 원동력처럼 보인다. 물론 그 안에는 평생 함께해 온 문학의 애정과 더불어 마음 속 함께 하시는 주님이 그의 손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비로소 자신이 물어왔던 숱한 ‘나’의 대답을 주님의 품 안에서 들을 수 있게 된 고요한 마지막 뒷모습, 증거로 보인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작가가 귀의한 천주교의 교리나 예수 이야기가 전혀 생소하게 들리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유고집의 형태로 알게 되는 성경은 또 다른 예수를 바라보게 하고 그 말씀을 따르는 존경의 깊이가 얼마까지 인지 신비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해가 생겼다. 무엇보다 작가는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이제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그것은 궁극적으로 주님에게 들릴 이야기를 전하는 글쓰기인 것이다. 전도를 하려는 셈도 아니고, 단지 오래된 깊은 지혜나 진리의 면을 알아가는 삶의 과정 그 속의 참을 취하는 겸손함이 있어 좋다. 그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종교를 떠난 삶의 마지막 풍경을 어떤 의지와 함께 하는 것인지 조심히 펼쳐보게 하는 조심스러움 그것이었다. 이 책은 전혀 짐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고통의 옆면을 겨우 한쪽 눈으로만 보고 벽을 의지하면서, 죽음과 가까운 시간의 경험을 자주 눈을 질끈 감으며 응시하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직간접으로 대면하게 되는 시기가 직접 찾아오지 않고서는 죽음과 전혀 무관한 인식만을 하며 살 뿐이다. 더군다나 가까운 누구도 보내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작가의 숨결 하나하나 느껴지는 사이마다 자주 발을 헛딛고 숨을 자주 몰아쉬어야 했다. 육체적으로 고통을 감당하는 상상도 어려운 일이지만, 본능을 뛰어 넘어선 삶에 대한 초연함을 항상성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살갗 닿는 느낌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장 한장 넘길 마다 그의 미미해지는 맥박을 두 손가락으로 짚는 일처럼 매우 조심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글이 더욱 격동하고 의지로 빛나는 나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존경스러웠다. 이는 마치 지지 않을 촛불처럼 타오르는 광경처럼 보였다.

 

 

 

 

 

작가는 등단했을 파릇한 십대시절부터 줄곧 ‘청년 최인호’로 불리곤 했는데, 역시 그다운 면모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靑 푸름을 언제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님에 대한 영원함처럼 ‘늘’이라는 말과 동의어 같다.

 

 

 

 

좋은 사람들의 여러 마음에 각자 추억하는 그는 한결같이 ‘웃음’이 많던 호방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좋음을 마음껏 표현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삶의 자세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그의 인생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최인호 작가의 안식을 다시 한 번 빌어 보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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