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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들의 세계사
이기호 지음 / 민음사

"이기호의 80년대, 농담과 야만의 세계사"
우리의 주인공 나복만은 볼펜 한 자루, 종이 한 장, 지우개 하나, 라이터 한 개 훔치지 않은 몸이었다. 원주경찰서 정보과에 대략 삼십 분 정도 머무른 후, 그는 삼십년 넘는 세월을 수배생활을 하게 된다. '이 땅의 황당한 독재자 중 한 명인 전두환 장군의 통치 시절.' 미국 문화원 방화 사건 이후 '빨갱이 만들기'의 광기는 원주의 문맹 택시기사인 나복만을 빨갱이로 만들고 말았다.

작가는 전두환의 시대를 '누아르'로 정의한다. 1980년대를 다룬 이야기답지 않게, 이야기의 톤은 무겁지가 않다. 이기호는 누아르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한 인간에게 벌어진 부조리를 능청스럽게 풀어낸다. '말빨'이 좋은 서술자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소한 교통사고 이후 나복만에게 일어난 몇가지 우연과 부도덕, 야만을 수다스럽게 전개해나간다. 위기는 점점 커지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된다. 나복만의 인생이 닥친 야만을 두고 "소설은 그래서 한편으론 끔찍하고 잔인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재치있고 유려해 더욱 마음 아프게 들린다. 착오와 거짓말과 오류의 세계사, 농담과 야만에 관한 이기호식 세계사.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알 수 없었던 것(물론 우리는 대강 짐작하고 있지만)은 당시 나복만의 태도였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무슨 문제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라거나 '아니, 왜요.....?"라는 정도의 반문은 해야 정상일 텐데, 우리의 나복만은 그저 고개만 푹 숙인 채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의 차렷 자세 그대로, 보이지 않게 발가락만 몇 번 꼼지락거렸을 뿐이었다. 그랬으니.....(사실 나복만의 그런 태도 때문에 최형사는 속으로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이 자식 정말 무슨 문제 있는 놈 아니야?' 뭐 그런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최형사 또한 별달리 할 말이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앞으로 행동 똑바로 하는 게 좋아, 알았어? 우리가 늘 지켜보고 있따는 것도 잊지 말고."
최형사는 그렇게 말한 후, 나복만의 어깨를 두어 차례 두들기고, 덤으로 '조인트도 한 대 깐' 후, 기사 대기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일은 그렇게 한두 사람을 거치면서 점점 더 복잡한 지경으로,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갔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지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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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인간
이나미 지음 / 시공사

"기술의 미래가 아닌 인간의 미래를 말하다"
우리는 종종 미래를 그린다. 새롭게 등장할 기술, 그로 인해 바뀔 개인의 삶과 사회의 구조를 상상하는데, 때로는 그 내용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주 놓치는 게 바로 그 미래를 살아갈, 지금을 사는 우리 인간 존재다. 기술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적 원형이 있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기술은 다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며 연속적으로 변화의 원인과 결과가 된다. 분석심리학자 이나미는 이런 관점에서 기술이 아닌 인간 중심의 미래학을 제안한다.

그는 심리 분석이 주로 과거를 다루며 오늘의 결과를 만든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지만, 모든 것을 심리적 외상으로 환원하는 태도가 아니라 오늘의 고통과 갈등이 미래의 변화와도 연결된다는 걸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와 한국인의 내일을 살펴보는 건 현재를 고민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전작 <한국사회와 그 적들>에서 예리한 관찰로 한국사회의 콤플렉스를 벗겨낸 그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개인, 가족, 사회의 변화상을 구체적인 예로 제시하고, 이를 오늘의 시선으로 읽어내며 준비와 변화를 위한 가능성을 제안한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와 인간 심리의 관계라는 거대한 주제가 비로소 첫 발을 내딛는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심리적 원형들, 즉 부모 자식 관계, 남녀 관계, 그룹 안에서의 역학 관계 등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새로운 환경은 거꾸로 인간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인간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다. 그러한 변화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 모습에 그 씨앗이 숨어 있다. 그 씨앗은 시공을 초월해 인간의 심성에 숨어 있는 원형적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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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타임 메쓰
로라 오버덱 지음/ 아이세움

"매일 밤 10분이 만드는 기적"
출간 즉시 아마존닷컴 어린이 수학 분야 1위에 오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베드타임 매쓰> 시리즈가 한국에 상륙했다. 하루 10분, 잠들기 전 아이에게 짧은 이야기와 수학 퀴즈를 읽어주는 단순한 컨셉의 수학책이다. 저자 로라 오버덱이 두 살 난 첫 째 아이와 밤마다 동물 인형 세기를 놀이를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출발점. 이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의 요청으로 그녀는 지인들에게 수학 문제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페이스북 개설 6개월 만에 2만 명이 넘는 팔로어가 동참하며 ‘베드타임 매쓰’ 열풍이 불었다.

아이들은 쉽게 흥미를 잃지 않고 자발적으로 수학 문제를 풀게 되었다. 잠자리에서 게임을 하듯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정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즐긴다. 매일 밤 한 장씩 넘기며 자연스럽게 수학의 본질에 다가가게 된다. 손에 집어 든 엄마 아빠가 수학을 싫어한다는 걸 들키지만 않는다면 실패에 대한 의심 없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 [멀리 뛰기 선수, 캥거루] 캥거루의 뒷다리는 몸에 비해 큰 데다 근육이 발달해서 도움닫기를 하면서 뛰면 약 9미터까지 멀리 뛸 수 있대. 캥거루 중 가장 큰 붉은캥거루는 12미터나 멀리 뛸 수 있다고 해. 또 캥거루는 멀리뛰기뿐 아니라 높이뛰기도 아주 잘하는데, 약 3미터 높이까지 뛰는 경우도 있어. 만약 네가 캥거루만큼 멀리, 또 높이 뛸 수 있다면 한 걸음에 집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천장에 콩콩 머리를 박는 건 감수해야겠지만 말이야.

[퀴즈? 퀴즈!] 1단계 : 캥거루의 다리는 4개야. 엄마 캥거루와 주머니 속 아기 캥거루의 다리를 합하면 모두 몇 개일까? / 2단계 : 캥거루가 아주 크게 3번 뛰어올랐는데 1번 뛸 때마다 6미터를 이동했다면, 캥거루가 간 거리는 몇 미터일까? / 3단계 : 너비가 2미터인 자동차들이 나란히 옆으로 세워져 있어. 캥거루가 한 번에 8미터를 뛴다면 몇 대의 자동차를 넘을 수 있을까? – 본문 20~2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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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부자는 없다
김수영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스무 살, 부자가 되기로 결심하다"
상사 눈치 보며 건강 해쳐가며 회사에 청춘을 바쳐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갈 돈이 많은 매일을 산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결혼 자금도 모아야 하고, 내 집도 마련해야 하고, 아이가 생기면 양육비까지 필요하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 이렇듯 온갖 스펙을 쌓고 자기계발에 열중하며 달리고 또 달려도 정작 은퇴 후까지 치킨 튀기며 먹고살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월급쟁이의 현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월급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회사는 당신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신 취업이나 승진보다 중요한 '돈 버는 시스템' 구축에 힘과 시간을 쏟으라고 조언한다. 스물한 살 때부터 7년간 18억을 모으기까지, 이 책은 저자의 이 7년간의 다짐과 깨달음, 돈 버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풀어냈다. 건강한 부자 마인드부터 적은 돈으로도 성공하는 재테크 실전 노하우까지 담았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돈이 많아야만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을 때부터 월세를 받는다고 평생 일 없이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생업과 꿈 사이에서 치이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들어오는 월세 수입이 굉장히 큰 힘이 되기 마련이다. 생계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에 더욱 몰두할 수 있게 된다. 생각을 1%만 바꾸어보자. 반드시 일해야만 돈을 버는 건 아니다. 내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는 소득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돈이 충분할 때만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 최대한 이른 나이에 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하지 않고도 평생 돈 걱정 없는, 진정한 경제적 자유의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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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하지만 어디로든 가야했다', 천명관 소설집"
인생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 "경구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고 곱씹는 삶. 처연하게 객사해 죽음을 떠돌고, 바람둥이인 선주의 아들을 붙잡아 임신하지 않고선 현재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 "그때 미친 척 부장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면 그가 생에 대한 희망의 끈을 좀더 길게 이어갈 수 있었을까?" 뒤늦은 후회를 곱씹는 삶. "한발짝만 잘못 내디디면 바로 나락이다."라고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삶.

<고래>, <고령화 가족> 천명관이 7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소설집. 천명관은 야성적이고 유쾌하고 능청맞고 선 굵은, 자신만의 개성적이고 탁월한 문체로 삶의 아이러니를 소설로 옮긴다.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파충류의 밤>을 비롯한, '아무 데도 갈 데가 없지만 어디로든 가야 하는' 막막한 이들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엮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이대로 어디론가, 내히 이러 바라래 가듯이, 한없이 흘러가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너른 바다에 이르러 둥실둥실 떠다닐 수 있다면, 거대한 참치는 아니더라도, 등 푸른 고등어는 아니더라도, 겨우 멸치라도 되어, 이왕이면 씨알 굵은 멸치가 되어, 단 하루라도 마음껏 헤엄쳐다닐 수 있다면! 그렇게 망망대해 헤엄치다 지쳐, 얼굴 검게 그을린 어부의 질긴 그물에 걸려, 어기영차, 어부들 그물 터는 소리에 내장과 함께 가슴에 맺힌 한 모두 털려, 끓는 소금물에 후줄근한 육신 깨끗하게 삶아져, 무자비한 햇빛에 은빛 비늘 반짝이며, 그렇게 한 며칠 바짝 말려져, 고소한 기름에 달달 볶여, 뜨거운 프라이팬 위를 이리저리 뒤치이다, 한 젓가락 밥 반찬이 되어, 한 아이의 앙증맞은 어금니에 아작아작 씹혀, 그렇게 누군가의 뼈가 되었으면, 그렇게 누군가의 손톱이 되고 머리카락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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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神 실천편
우노 다카시 지음 / 쌤앤파커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사는 장사법"
사장이 즐거우면 종업원이 즐겁고 종업원이 즐거우면 손님도 즐거워지니 장사가 잘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장사꾼. 장사 열풍을 일으켰던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가 돌아왔다.

기발한 요리는 아니지만 평범한 메뉴 5가지는 누구보다 잘 만드는 가게, 아무도 안 보는 곳까지 반짝반짝 윤이 나게 청소하는 가게, 첫날 온 아르바이트생에게도 '파는 법'을 가르치는 가게, 한 번 온 손님이 반드시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오는 가게 등, 한 번도 장사에 실패한 적 없다는 이 '장사의 신'이 전하는 현장감 넘치는 날카로운 지적과 다정한 조언은 여전하면서도 더 깊어졌다. 결코 대단하지 않지만 결국 '성공하는' 이 책의 장사법은 장사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 장사는 해봤지만 정작 손님은 상대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따뜻한' 서비스는 양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냐. 수프나 일회용 손난로를 서비스해도 매뉴얼에 맞춰서 기계적으로 내놓기만 해선 안 돼. 아무리 손님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도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거든. 나는 서비스의 양보다도 들어오는 손님에게 "밖이 춥죠?"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게 손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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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엄마들
김혜은, 홍미영, 강은미 지음/ 유유

"공부를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아줌마, 주부, 엄마. 서로 겹치면서도 다르게 쓰이는 말인데, 대상화니 주체니 하는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세 단어를 공부와 연결 짓는 건 어색한 일이다. 이 책은 그 어색함을 깨고 아줌마와 공부, 주부와 공부, 엄마와 공부를, 다시 말해 그들에게도 삶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있고, 이를 풀어가며 더 나은 삶을 기획하고자 하는 욕망과 기대가 있고, 기회를 만난다면 이를 실현할 능력과 실력이 있다는 걸, 세 엄마가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와 만나 부대끼며 겪은 이야기로 덤덤하게 들려준다.

대학 바깥에 자리 잡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공부에는 학위나 졸업장이 없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공부이니 어디에 써먹을 수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없다. 이렇듯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공부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삶에는 생채기를 내고 치유를 돕고 새살을 돋게 하는 공부였다. 누군가에게는 집안에 갇힌 인간관계를 넓히는 계기로, 누군가에게는 아이와 함께 책을 나누는 대화의 장으로, 누군가에게는 자기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으로 제 역할을 해낸 공부. 삶을 바꾸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과 다르지 않다면, 혁명은 나로부터 주변으로 퍼져간다는 걸 돌이켜본다면, 이들의 공부가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 수 있을 터, 이 엄청난 일을 당신의 삶에서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이, 이 엄마들의 이야기가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해줄 테니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공부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먹는 과정과도 같았다. 어떤 음식을, 어떤 재료와 조리법으로, 누구와 함께 어떻게 만들어 먹을 것인가. 주방은 매일 새로운 음식이 만들어지는 창의적이며 반복적인 공부방이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쌓인 손맛의 내공과 미각에 관한 연륜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주부들이 음식을 하며 쌓은 내공을 공부로 옮긴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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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궁극의 아이> 장용민의 진화"
일류 큐레이터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살아가던 가온. 남사당패인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한 후 그의 부자연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며 배다른 동생 설아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삼우회 초대장과 꼭두쇠에게 전해지는 기괴한 인형을 얻게 되는데. 인형의 비밀이 벗겨지며, 이야기는 항우와 유방의 시대, 진시황의 불로초 전설까지 가닿게 된다.

여섯 개의 인형이 모이면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 두텁고 새하얀, 갈매기 모양으로 치켜 올라가 있는 눈썹. 얇은 입술과 복주머니처럼 둥그런 턱, 코 옆의 큼직한 사마귀. '민초들의 피를 빨아먹는 탐관오리'를 연상시키는 불길한 외양의 인형의 이미지가 이야기를 지배한다. 한국와 일본, 중국을 오가며 펼쳐지는 거대한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도 큰 줄기를 잃지 않는다. 이미지와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는 스릴있는 장르소설. 아직 채 가지 않은 여름을 책임질 만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무슨 인형?"
"네 아버지가 숨겨 둔 인형..... 그걸 내놔. 그럼 살려 주마."
괴한은 이런 일에 인이 박인 듯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네놈이구나. 아버지를 죽인 게."
가온이 소리치자 괴한이 마스크 너머로 씩 웃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인형은 어딨어?"
괴한이 칼을 바짝 들이밀었다. 날카로운 칼끝이 얇게 피부를 뚫고 들어가며 피가 흘러내렸다. 가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괴한을 노려봤다. 괴한의 눈은 타인의 고통을 즐기듯 가늘게 찢어져 있었고 눈동자에선 깊이를 찾을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살의가 느껴졌다. 괴한은 원하는 걸 얻어도 가온을 죽일 생각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오줌을 지릴 만큼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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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 전집
이탈로 칼비노 지음 / 민음사

"더 깊이, 더 멀리 꿈 속으로"
총 13권으로 기획된 민음사 이탈로 칼비노 전집 1차분 여섯 권이 나왔다. '기사 3부작'처럼 기존에 출간된 책들도 있는 관계로, 국내 초역된 두 권에 우선 관심이 간다. <교차된 운명의 성>과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는 확실히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못한 이유를 짐작케 한다. 20세기 중후반에 '소설 이후'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고, 위 두 작품 역시 거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활자화된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칼비노의 사색은 특유의 환상적이고 우화적인 어법과 맞물려 마치 아라베스크 무늬를 바라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복잡하고 정교한 패턴은 계속 변주되면서 큰 그림의 일부를 구성한다. 그러나 이 '큰 그림' 역시 일관된 서사(또는 풍경)이라기보다는 다시 하나의 추상 패턴처럼 보인다. 일종의 사고 실험이다. 칼비노는 위의 두 작품에서 서사 방식에 대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가 하면 타로 카드의 무작위 출현 순서에 맞추어 이야기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확실히, 새로 나온 두 권은 칼비노의 더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 <반쪼가리 자작>에서 분열된 인간이 보여준 패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중심지 없는 광막한 풍경들의 집합... 현실 만물이 서사 구조 속에 편입되며 서서히 소멸하는(동시에 꿈이 삶 또는 실재 속으로 편입되는) 칼비노 스타일의 핵심과도 같은 작업들이 이번에 소개된 것이다. 반갑고도 기쁜 일이다. 칼비노를 이해하기 위한 소중한 단서들이다.

함께 출시된 재발간 도서들은 리얼리즘 계열로 구분되는 장편 데뷔작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과 환상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기사 3부작'이다. 아직까지 칼비노를 접하지 못한 행운아들은 기사 3부작으로 시작하시기를 권한다. 칼비노를 향한 복잡하고도 이국적인 여정은 길고 또 길게 펼쳐져 있으니 전혀 조바심 낼 필요 없다. 기사 3부작은 스토리가 이어져 있지 않으므로 마음에 드는 걸로 아무거나 고른 뒤, 아름다운 표지를 구경하고 나서, 분명 '의외로 생각보다 재미있을' 이야기를 느긋하게 읽기 시작하면 그만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보르헤스와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칼비노는 우리를 위하여 완벽한 꿈을 꾼다. 세 작가 중 칼비노는 가장 낙관적이며, 인간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매우 다양하고 부드럽게 보여 준다. - 존 업다이크

칼비노에게는 사람들 마음의 가장 깊숙한 안식처를 꿰뚫어 보고, 그들의 꿈을 삶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 살만 루슈디

칼비노는 모든 합리적인 예상을 뒤엎는 장치를 설계하여 독자들을 매혹한다. -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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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정철 지음 / 허밍버드

"카피라이터 정철, 한 글자로 인생을 읽다"
기발한 발상으로 톡톡 튀는 여러 권의 책을 펴내온 정철이 이번에는 한 글자로만 책 한 권을 엮었다. 정철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불법사전>의 경우, 총 120개의 단어에 고정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발칙한 상상력을 총동원했었다. 새롭게 선보인 <한 글자>는 꿈, 별, 꽃, 밥, 물, 봄, 집, 나, 힘 등 262개의 한 글자로 인생을 읽는다.
 
정철은 소중한 것은 한 글자에 담겨 있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 글자 말들을 추려냈다. 글자 하나에 생각 하나를 끄집어내고, 또 마음 하나를 끄집어내 기록한 것이 바로 <한 글자>다. '똥', '헉', '꽝' 같은 글자도 있고, 'A', 'B', 'C' 등 알파벳부터 '1', '2', '3'과 같은 숫자들도 포함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권하는 대로 5초에 읽을 수 있는 글을 느린 속도로 읽으며 곱씹어 보면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온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위트가 돋보이는 글과, 그 글을 시각적으로 더 빛을 발하게 하는 일러스트가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불법사전>
<인생의 목적어>
<1cm 첫 번째 이야기>
<1cm+ 일 센티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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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철학
올더스 헉슬리 지음 / 김영사

"자신을 찾는 400개의 지도를 만나다"
영원의 철학, 다시 말해 궁극의 실재라는 게 있을까? 깨닫지 못한 이는 그 존재 유무를 알 수 없고, 깨달은 이는 깨닫지 못한 이와 소통 가능한 언어로 궁극의 실재를 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오해와 불신과 과신이 생겨 궁극의 실재를 없는 것으로 여기고 영성과 분리된 삶의 태도를 취하기도 하고, 궁극의 실재에 이르지 못했으나 이미 이르렀다고 착각하며 길을 잃기도 한다.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이 찾아 헤맨 영원의 철학, 그곳은, 그곳에 이르는 길은 과연 있는 걸까?

<멋진 신세계>로 잘 알려진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은 이 깨달음의 길에 나선 동서고금의 사례를 모은 ‘영원의 철학 선집’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리된 깨달음의 지도를 가려 모아 세심하게 겹치고 과감하게 펼치며, 시대와 문화와 종교가 달라도 통할 수 있는 깨달음의 길을 찾는 시도다. 헉슬리는 기독교, 불교, 힌두교, 도교의 여러 경전, 신비주의자부터 문학가까지 깨달은 이들이 남긴 기록 등 400여 개에 이르는 인용으로 촘촘하게 엮인 길을, 넓은 지평 위에서 설명하며 보다 나은 길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 길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자기 삶의 길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유효한 정보가 될 '영원의 철학들'을 차례로 만나보길 권한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40년 가까이 애장하며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고 인용하는 책이다. 신학적 제국주의를 충격적으로 일깨워준 책, 올더스 헉슬리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저작이라고 단언하고 싶다.(오강남, 종교학자)

봉우리는 하나뿐이되 거기에 오르는 길은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이 책만큼 잘 보여주는 책도 없으리라. 루미, 장자, 에크하르트, 심자가의 성 요한 등 동서고금의 신비주의자가 남긴 침묵의 언어가 한데 모여 있다.(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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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소담출판사

"<생각이 나서> 황경신 신작 에세이, 삶의 기쁨과 슬픔"
<생각이 나서>, <밤 열한 시>를 통해 독자들의 감성을 촉촉히 적셔온 황경신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애초에 2008년에 출간된 <밀리언 달러 초콜릿>의 개정판으로 만들 계획을 두고 글을 추가했으나, 기존 책에서 대부분의 원고를 덜어내면서 개정판의 의미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니까 <반짝반짝 변주곡>은 <밀리언 달러 초콜릿>의 개정판이라기보다 거르고 거른 끝에 남은 가장 빛나는 산문들의 모음집인 것이다.

책에는 ㄱ에서 ㅎ까지, 삶의 기쁨과 슬픔에 관한 작고 소박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때로는 환희에 대해, 때로는 슬픔에 대해, 때로는 아픔에 대해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들려주며 특별한 감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반짝반짝 변주곡>은 빠르거나 느린, 부드럽거나 강렬한, 즐겁거나 애처로운 선율들로 이루어져 있다. 조그만 시냇물이 산길을 돌고 돌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느낌이다. 모퉁이를 돌아 만난 새로운 세계에 환호를 지르기도 하고 바위를 만나 당황하기도 한다. 오목한 틈 사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비탈길을 신 나게 달려 내려가기도 한다. 하릴없이 져버린 꽃잎을 껴안고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하고 바람 소리에 맞춰 찰랑찰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반짝이는 세계, 반짝이는 슬픔, 그리고 반짝이는 마음이다. 그러나 뒤돌아보지 않고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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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지음 / 문학동네

"바깥으로부터의 뉴스에서 내면으로부터의 뉴스로"
<신문 읽기의 혁명>을 읽어본 이라면 한동안 엄청난 정신 무장으로 뉴스의 속임수를 무력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날 텐데, 아무리 날 선 긴장감이라 해도 눈과 귀를 홀리는 뉴스의 마력 앞에서는 일순간 정신을 놓치기 일쑤다. 아예 눈과 귀를 닫으면 모를까, 벽을 단단히 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상을 예민하게 관찰하여 삶을 흔드는 원인을 세련되게 드러내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라면, 뉴스를 경계하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 뉴스를 삶 속으로 끌어내 삶의 방식으로 바꿔낼 비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된다.

보통은 뉴스의 역할과 뉴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오가며 각자에게 주어진 고민과 이를 풀어내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할 점을 제시하는데, 정치, 해외, 경제, 재난 등 뉴스의 형태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며, 뉴스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뉴스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점층적으로 풀어간다. “언젠가 일련의 기적이 일어나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뉴스가 믿음직스럽게 해낸다 하더라도, 우리가 뉴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을 변함없이 한 움큼 간직하고 있을 것”이란 결론은 다소 맥이 빠지지만, 바깥으로부터의 뉴스를 넘어선 내면으로부터의 뉴스라는 새로운 비전은 끊임없이 뉴스를 찾게 되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우리를 해방시킬 강력한 해결책이라 하겠다. 뉴스가 그렇듯 이 책 역시, 끝까지,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 살펴야만 비로소 진가를 알 수 있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거미줄처럼 뉴스는 좌절된 낙관주의 속에서 환명을 느낀 계몽주의의 후예다. 뉴스는 인간의 본성과 화해하기를 거부하면서 우리의 희망이 똑같은 암초에 계속 부딪히며 스러지게 내버려둔다. 뉴스는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가짜 천사처럼 순수한 척하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그건 해질녘에 우리가 처하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환멸을 부추기기 위해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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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운명이다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돈을 벌려면 부엌을 바꾸고, 명예를 얻으려면 침실을 바꿔라"
베스트셀러 <돈보다 운을 벌어라> 김승호 저자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꼽힌다는 풍수를 풀어냈다. 주역의 원리로 땅의 이치를 짚어내며 좋은 운명을 끌어당기는 공간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사는 곳은 나와 궁합이 잘 맞는지, 건물의 터와 외관은 어떤 운을 타고나는지, 재물운이 좋아지게 하는 인테리어는 어떤 것인지 등,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흥미로운 조언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봉황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아니한다.'는 옛말을 들며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곳에 머물러야 좋은 운명이 다가온다고 주장한다. 땅, 건물, 집, 방에 이르기까지 운명과 기운, 사는 곳에 관한 거의 모든 궁금증의 해와 답을 담았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우리는 태양으로부터 빛을 얻고 하늘에서 공기를 얻고 땅에서 물을 얻는 등 이미 대자연의 혜택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풍수를 알면 이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풍수는 의미의 학문이다. 의미는 실제로 기운을 주고 운명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풍수는 무덤이든 건물이든 음에 관한 이론이다. 영혼이 양이고 그것이 머무는 곳이 음이다. ...사람이 비록 밖에 나가서 성취하는 것이 많다 하더라도 머무는 곳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면 그 운명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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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김민정 지음/ 효형출판

"심야식당 주인장 엄마와 모범생 딸의 도쿄 이야기"
서울 음악다방의 매력적인 DJ, 신주쿠 심야식당의 살뜰한 여사장, 상큼한 단발머리에 청바지를 즐겨 입던 매력녀… ‘엄마 같지 않은 엄마’로 불렸던 엄마는 그렇게 영화 같은 삶을 살다 떠났다. 저자는 엄마 없는 도쿄의 곳곳을 걸어 보면서 엄마의 숨결과 흔적들을 하나하나 더듬었다. 그리고 엄마의 삶과 엄마와 함께한 도쿄의 이야기를 이 한 권에 담았다.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엄마, 남동생과 함께 도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당당하라”고 말해준 엄마가 있어 낯선 타국에서의 삶을 잘 버틸 수 있었다. 암 선고를 받은 엄마는 예순두 번째 생일을 앞두고 숨을 거뒀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는 스무 해 동안 엄마와 함께한 밥집, 카페, 빵집, 옷 가게, 재즈 바, 잡화점 등에 얽힌 ‘엄마의 도쿄’ 이야기를 단정한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세상에 없는 엄마의 이야기들은 조용히 시선과 마음을 붙잡는다. 여자라면, 깊이 공감하고, 오래 간직할 애틋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엄마의 도쿄>.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닭튀김을 먹다가, 엄마를 떠올린다. 모스 버거에서 햄버거를 먹다가도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를 생각하면 음식이 떠오르고, 하나의 음식이 떠오르면 저절로 엄마가 생각난다. 그렇게 엄마는 딸의 인생에 불쑥불쑥 나타나,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미소를 선사한다. 신주쿠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등이 굽은 엄마가 눈에 선하다. “그래 한 입만 먹어볼게”하며 간신히 닭튀김을 베어 물던 그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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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산다는 것
자오스린 지음 / 추수밭

"어떻게 휘둘리지 않고 살 것인가"
중국 산둥교육TV의 명사 강연 프로그램인 <명가논단>에서 호평 받았던 강연을 엮은 책이다. 유가로써 처세하고, 도가로서 오래 살고, 선가로써 수양하고, 묵가로써 책임을 다하고, 법가로써 기초를 다지고, 병가로써 리더가 되라는 조언을 던지며 6대 동양 고전 철학의 기라성 같은 성인들과 그들의 지혜를 소개하고, 오늘날 개인의 삶과 연계해 풀어낸다.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사람 사는 문제들을 짚어보는 이 책은 '검증된 지혜'라고 불리우는 고전에 대한 쉬운 풀이와 흥미로운 예화, 인용들이 돋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후회가 나를 붙들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자기 그림자가 두려워 그림자를 떼어 내려고 죽기로 달리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달려도, 어디로 도망쳐도 그림자는 언제나 그를 따라왔고 결국 그는 지쳐 쓰러져 죽었다. 장자는 "그는 큰 나무의 그늘 속에서 쉬면 그림자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명예와 이익을 얻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안간힘을 쓰지만 사실은 그림자와 경주를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금강경>의 말처럼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와 같다." 돌아보면 그저 뿌연 안개만 자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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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정용, 김대수 지음 / 사이언스북스

"카이스트 명강에서 만난 뇌과학의 최신 화두"
뇌과학은 전문가 영역에서 최첨단 분야인 동시에 대중에게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과학 분야다.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도 나오고, 두뇌 계발, 교육, 행복, 명상 등 전 영역에 걸쳐 응용되는 추세다. 카이스트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대중과 나누는 ‘카이스트 명강’ 두 번째 주제 ‘뇌’는 뇌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나와 뇌가 어떻게 판단과 선택을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지 살펴보며, 앞선 상황에서 한 걸음 나아갈 새로운 이해를 전한다.

정용, 정재승, 김대수 세 교수가 차례로 들려주는 강의 주제는 신경 생물학으로 들여다본 뇌의 일생, 의사 결정의 신경 과학, 동물 행동학으로 푸는 생존과 번식의 방정식이다. 기존의 뇌과학 책이 뇌에 대한 의학, 생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과의 재미난 접점을 찾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특강은 점층적으로 뇌의 존재 이유와 인간의 행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뇌과학의 최신 화두를 슬며시 우리 앞에 놓는다. 뇌 바깥으로 생각을 넓히고자 한다면, 뇌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이 질문들을 마주해야만 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현재 수준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아이작 뉴턴의 고전 역학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의 전환처럼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뇌를 완벽히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도 뇌는 참으로 멋지고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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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필요없어
존슨 사치코 지음 / 종이의 온도

"아가 잇사와 반려견 마루가 전하는 행복"
책의 저자 존슨 사치코는 결혼을 계기로 미국으로 건너가 살면서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친구, 반려견 마루를 만났다. 감정을 대놓고 표현하는 일 없는 마루지만, 우울하거나 힘이 들 때마다 그녀의 옆을 지키며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블로그 ‘마루 인 미시간’에 마루와의 이국 생활을 남기자, 전 세계 블로거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아들 잇사가 태어났다. 형제처럼 늘 붙어 지내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잇사와 마루, 그 둘의 성장과정을 오롯이 기록한 블로그의 일부를 사진집 <말은 필요 없어>, 사진에세이집 <나의 친구>에 담아냈다.

<마루 인 미시간>은 미시간주의 아름다운 사계절 속에 담긴 예쁜 아가 잇사와 듬직한 반려견 마루의 교감의 순간들을 보여주며 따뜻한 행복과 위로를 전한다.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 책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순수한 작은 두 존재가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지친 이들에게 편안한 미소와 여유를 선물할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매일 잇사를 신기한 듯 훔쳐보던 마루.
하루하루 성장하면서 마루에게 흥미를 보이며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잇사.
그런 잇사의 행동에 마루는 조금 당황스러워합니다.
그래도 그저 마루가 좋아서 졸졸 따라다니는 잇사.
처음으로 한 말이 '엄마'가 아니라 '마루'였을 정도니까요.
마루와 잇사가 제게 가르쳐준 것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에게 정직해지고
마음을 전달하고픈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야 하지요.
이를 깨닫고 나서 제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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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처럼 일하라
J. C. 칼레슨 지음/ 흐름출판

"세계 최고의 정보 조직, CIA가 일하는 법"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통하는 CIA. CIA 스파이는 인간 심리 간파, 데이터 컨트롤, 효율적 네트워크 관리 분야에 있어서 단연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CIA에서 10여 년간 요원 생활을 해온 저자는, 당시의 훈련이 이후 사회생활과 커리어에 두고두고 큰 재산이 되었다고 말하며 스파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상의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훈련된, 비즈니스에 있어 '프로 중 프로'라고 말한다.

이 책은 스파이가 임무를 완수해내는 전략들을 평범한 직장인도 사무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트렌치코트, 가짜 수염, 최첨단 도청 장치 같은 것들은 필요 없다. 대신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직관력, 전략 수립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거의 모든 수단과 방법의 처음부터 끝까지다. 엔지니어나 변호사, 마케터, 회계사... 저자는 직업의 분야를 막론하고 스파이 기술은 비즈니스에 결정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감각을 빠짐없이 활용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경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책은 비열한 속임수를 가르치는 교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 업체의 중역 회의실에 몰래 도청 장치를 달거나 해당 회사의 직원을 매수해 기밀 정보를 캐내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첩보 세계의 기술을 이용해 기업 세계에서 합법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특히 당신의 고객, 당신의 경쟁사, 당신의 공급 업체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조종하는 데 전통적 스파이 기법을 활용하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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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미래의 폐허 속에서 관조하기"
이창래의 새 소설이 디스토피아 SF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소설은 아마도 코맥 매카시의 <로드>였지 않을까. 서부의 잔혹극으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는 평소와는 달리 대재난 이후의 절망적인 세계를 설정하면서도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로드>의 엄혹한 세계 속에서는 장르의 구별이 소용 없었다. <로드>는 이전까지 장르 소설에 도전하지 않았던 작가가 뒤늦게 장르 소설의 문법을 차용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평소와는 다른 세계에서도 그냥 자기가 잘 하는 걸 보여줄 것. 안그러면 작가는 흔한 여행기 같은 미지근한 작품을 내놓게 된다.

이창래의 신작 <만조의 바다 위에서> 역시 근미래의 우울한 세계를 거닐면서도 기존 작품들의 장점을 잘 유지하고 있다. 세계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살피는 사변적인 표현들은 단정한 문장들을 통해 균형을 잡는다. 설정 자체는 계급제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YA소설들과도 별다를 바가 없지만, 그 안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읽어내고 이해하고 움직이는 인물들에게서는 거의 품격이라 할 수 있는 우아함이 느껴질 정도다. 압도적인 폭력과 절망의 용광로 속에 장르의 구별을 녹여버린 <로드>와는 달리, 성배 탐색처럼 정확한 목적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만조의 바다 위에서>가 쾌감을 안겨주는 페이지 터너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창래의 작품을 접해 본 독자들은 어차피 그런 데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되려 종말을 향해 서서히 가라앉는 미래의 슬픈 풍경을 좀더 오래, 느리게 읽어내고 싶어질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려져 있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그런 것들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왜 그런 것에 신경을 써?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운이 좋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왔다. 하지만 그 어딘가는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곳을 찾아볼 수도 있고 그 장소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는 사진이나 비디오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중국의 어느 강기슭에 자리 잡은 자갈 색깔의 마을에서 왔는데, 그곳은 어깨가 굽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 멀리, 나무 밑동을 짧게 깎아 버린 산들이 보이는 곳이다. 지붕에는 전선들과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강에는 찻잎이 고여 검게 띠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냄새를 맡을 수도 있는 안개가 그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든다. 굳이 들이마시고 싶지는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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