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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이종필 지음 / 동아시아

"<인터스텔라>는 어떻게 과학이 되었나"
영화 <인터스텔라> 열풍이 결국 1000만 관객으로 이어질 기세다. 영화에서 다룬 우주 이론과 물리학에 대해 갑론을박이 드셌지만, 아쉽게도 이를 이해하고 검증하는 데에는 간단치 않은 지식이 필요하다. 물론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알지 못해도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의 관성력과 중력, 등가원리를 이해하면 인듀어런스호가 왜 계속 회전하는지, 빙빙 돌아도 우주선 안의 사람들이 왜 어지러워하지 않고 평안한지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SF영화가 과학의 재현은 아니지만, 근미래를 다룬다면, 우리가 아는 시공간에서 벌어진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는 대상이 우리라면 오늘의 과학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상대성이론, 중력, 블랙홀과 웜홀, 4차원을 넘어선 덧차원 등 현대 우주론의 개념을 수식 없이 이야기로 설명한다. 하나씩 짚어가며 영화 속 장면을 덧대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과학과 자연의 원리와 우주의 질서를 알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욕망을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억눌림이 <인터스텔라>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평했는데, 이 책이 그 폭발을 바탕으로 우주에 다가서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 급조했다는 오해는 접어두어도 좋겠다. 책을 읽어보면 <인터스텔라>는 이 책이 폭발하는 계기였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터스텔라'로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인터스텔라>는 이래저래 모두에게 이야깃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이다. 영호를 보고 나면 인류와 지구와 우주와 과학과 미래에 대해 무엇이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점이 <인터스텔라>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자가 아니어도 과학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자연의 원리와 질서를 고민하게 된다. 책으로 강의로 백 번 과학수업을 하는 것보다 더 낫다. 왜냐하면 이것이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이고 가치 있는 일인지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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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
곽정은 지음 / 달

"곽정은 신작, 작은 울림을 주는 삶의 이야기들"
<내 사람이다>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해온 10년의 기자생활을 돌아보며 사람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곽정은이 3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혼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유하고, 다듬은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서야 얻게 된 관계, 사람, 연애, 일에 관한 깨달음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로 기록했다.
 
12년 넘게 다져온 연애분야 전문가답게 이번 책에서 연애와 섹스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주로 다루는 것은 ‘혼자’인 ‘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건강한 삶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할 줄도 아는 여자 ‘곽정은’은 자신의 여러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며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온전한 ‘혼자’로 서기까지, 그녀가 거쳐온 시간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마음속에 작은 울림을 남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나는 이 외모지상주의 가득한 곳에서 예쁘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고, 이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로도 태어나지 못했지만, 내가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조건과는 상관없었다. 내가 선택한 직장에서,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내가 나의 능력을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고통과 실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길은, 내가 몰두할 수 있고, 그럴 가치가 있는 일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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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 바다출판사

"혼의 해변을 향하여"
<환상의 빛>에는 동명의 표제작을 비롯해 총 네 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네 작품 모두 죽음이나 그와 유사한 사건을 둘러싼 기억의 연쇄 속에 잠겨 있다. 괴로웠던 날들이건 빛났던 순간들이건 간에 <환상의 빛>에 등장하는 과거는 이제 너무 멀리 있다. 멀리 있다는 건 그런 뜻이다. 과거를 돌이켜 지금의 삶을 비추고, 그를 통해 남은 미래의 방향을 가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과거는 지금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어서 그저 꿈처럼 떠올랐다가 잔향을 남긴 채 사라질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관성에 불과한 것처럼 남은 삶을 살아가는 중년의 등장인물들은 불현듯 다가온 기억들 앞에서 방황한다. 그럴 수밖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정확한 연유도 알 수 없이 되살아난 기억들이다. 그래서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충만함을 지니고 있다. 작지만 단단하게 반짝이는 빛의 물결들이다.

'환상의 빛'에서 주인공 유미코의 새 남편은 그녀의 전남편이 자살한 이유로 '혼이 빠져나가는 병'을 든다. 그러면서 그 병의 증상으로 아무 볼 것 없는 동네 바닷가의 잔물결이 한순간 지극히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한다. 유미코는 혼자 있는 시간이면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또 거기서 촉발된 다른 기억들 속을 떠돈다. 아무 보잘것 없는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을 밀었다가 당기며 돌아간다. 유미코의 혼은 다른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꿈과 기억 사이의 바닷가를 거닌다. 때로 지극히 아름다워 보이는,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추억의 잔물결들이 끝없이 출렁이는 곳이다. 미야모토 테루는 바로 이 곳, 회상이라는 현상-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 뒤에 놓아둔다. 따라서 이 소설집을 슬프고 처연하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풍경은 감정이 없고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뿐이다. '환상의 빛'은 그래서 뛰어난 작품이다. 시나리오가 존재하지 않는 막연한 아름다움만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작은 기쁨과 슬픔들을 돌이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꿈의 공간은 피난처인가 유배지인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이 혼의 해변은 각각의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고 그 용도를 밝혀주기를 말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글 : 생의 진창 속 시린 발목을 이제 그만 문질러 없애고 공기 속으로 휘발되고 싶은 피로가 있다. 하지만 그 빛 너머로 훌쩍 넘어갈 수 없는 지금, 대답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말을 걸고 또 건다. 미야모토 테루가 그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그랬다. 해답이 끝없이 미끄러지는 질문들의 연쇄가 결국 문학을 만들고 영화를 빚는다. 아마 삶도 그럴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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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고통의 심연을 향해, 김인숙 장편소설"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 그들은 한 장소에 있었다. 기차에 탄 조안은 아이만은 구하고자 창밖으로 아이를 던졌으나, 바로 그 판단 때문에 아이는 죽고 만다. 남편 희중은 묵묵히 아내를 돌보지만, 조안은 사고의 충격과 슬픔으로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는다. 한편, 기차가 전복되던 순간 근처를 지나던 사내가 있었다. 백주는 거구인 자신을 비웃는 건달들을 건드렸다가 그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도망을 치던 중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폭발음, 그는 사고의 목격자가 되된 백주, 집으로 돌아와 방안을 가득 채운 귀신들을 본다. 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던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이곳까지 따라온 귀신들을.

아픔은 전혀 희미해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한 아파트의 417호와 517호에 거주하게 된다. 서로가 그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우연한, 사고 이후, 남겨진 이들에게 고통의 밤은 계속된다. 이 고통 또한 나의 책임이 아닌가, 추적하고 자책하고 번민하게 되는 밤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김인숙의 장편소설. 반짝이는 기쁨, 투명한 슬픔, 어른거리는 죄책감의 빛으로 어룽대는 심연의 밤. 이 소설은 그 '밤'을 앓는 이들을 위해 놓여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사고 이후, 조안은 아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떻게 되었냐고 묻지도 않았다. 의사가 심인성 기억상실이라는 진단을 내렸음에도 희중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침묵하는 대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어야 했을 것이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집요하게 침묵하는 대신,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울고 불고, 자신의 온몸을 쥐어뜯어 철철 피가 흐르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안은 묻지도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누구보다 자신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마치 누구보다 그 비밀을 악착같이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희중의 입매가 단단해졌다. 입 속에 신 침이 고여들기 시작했다. 내뱉고 싶은 것, 다 토해버리고 싶은 것.... 마침내 희중의 입술이 벌어졌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무리 급해도 아이를 창밖으로 던지고 혼자 살아남지는 않았을 거라고요!"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나라면 혼자서만 죽지도 않고, 혼자서만 살아남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희종의 입에서 거침없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아이를 죽인 건 조안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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