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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동네

"가을에 만난 수비수"
하루키는 <1Q84>를 기점으로 좀더 평범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하루키가 구조적인 실험을 시도했던 작품들이나 그 '구조 이후'를 떠올리며 쓴 소설들로부터 벗어나 비교적 '장치 없는' 순정한(?) 서술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하루키의 소설들은 그의 수필들에서 느꼈던 감성에 가깝게 느껴진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세계는 기발한 설정보다는 세상을 관찰하는 감각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더 이상 이상한 도서관도 양사나이도 등장하지 않는 이 소설집의 세계는 기발함을 어느새 잃어버리고 관성을 거부할 수 없게 된 자들, 비교적 보편적인 중년 남자들의 세계다. 이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런저런 하루키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고 하루키적인 날씨가 펼쳐지고 하루키 풍의 아이템들이 도처에 등장하지만 지금 하루키의 소설은 예전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말하자면 수비수의 위치다. (굳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려들어오는 바깥의 것들로부터 나의 인생을 막아내야 하는 시점, 그 분기점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하루키와 그의 독자들은 긴 여로를 지나 <노르웨이의 숲>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나이 든 와타나베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소설 MD 최원호

작가의 말 :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단편집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물론 그랬다. 그러나 번역가 다카미 쓰쿠루 씨는 그 책의 제목 ‘Men Without Women’을 ‘남자들만의 세계’로 옮겼고, 나 역시 오히려 ‘여자 없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를 제외한 남자들’로 옮기는 쪽이 원제의 느낌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뜻하는 건 보다 즉물적인, 말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

어째서 그런 모티프에 내 창착의식이 붙들려버렸는지(붙들렸다는 표현이 딱 맞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런 남자들의 모습과 심정을 몇 가지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패러프레이즈하고 부연해보고 싶었다. 그것은 나라는 인간의 ‘현재’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혹은 완곡한 예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게 그런 구마의식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로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생각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바꿔 말하면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
-일본어판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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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과의 대화
신장섭 지음 / 북스코프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국내 재계 서열 2위, 승승장구하던 대우의 해체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이 책은 한 기업의 흥망과 대한민국에 불어닥쳤던 위기 그리고 그 때의 선택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김우중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낸다.

이슈가 되는 외환위기, 대우 해체 사건과 더불어 인터뷰는 다국적기업 경영의 미래도 함께 다룬다. 세계경영이란 무엇인지, 역량을 갖춘 직원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 등에 관한 상세한 대화를 함께 담았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영국의 경우를 돌이켜봐요. 자기네 자동차회사(Rover)가 어려우니까 독일 BMW에 팔았어요(1994년). 처음에는 BMW가 하면 굉장히 잘될 거라고 기대가 높았지요. 그런데 BMW가 자기네 세계 전략상 필요없다고 생각이 바뀌니까 (로버자동차를) 바로 처분해버렸어요(2000년). ...한국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정책결정자들 중에서 산업차원에서 문제를 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국내 회사를) 외국 회사에 팔면 저절로 (국가 경제가) 잘될 거라고 비현실적인 얘기들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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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날 때까지
난다 지음/ 애니북스

"세상의 수많은 기쁨 중 나는 부모가 되는 기쁨을 골랐다"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가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첫 장편 스토리 만화. 이 책은 여성 커뮤니티 마이클럽에서 연재되어 누적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던 웹툰을 엮은 것으로 각 꼭지마다 임신, 출산에 관련된 팁들이 추가되어 재미와 감동에 실용성까지 더했다.

주인공 백홍치와 마수철은 오랫동안 임신을 기다려온 부부로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의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편과 아내로만 존재하던 두 사람이 부모가 되어가는 열 달의 과정을 뭉클하고 애틋하게 담아냈다.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럽거나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가는 간결한 울림과 겉치레 없는 솔직한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따뜻한 목소리,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 만화 MD 도란

추천의 글 : 아기와 한 몸이었던, 인생에서 가장 애틋하고 행복했던 시간.  이 책을 읽고 그때가 떠올라 또 한번 속수무책으로 행복해졌다. - 임경선, <엄마와 연애할 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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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진보가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최후의 전략"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책을 여러 권 쓰며 현실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강준만 교수가 오랜만에 현실정치 비평으로 돌아왔다. 상대의 약점을 바닥까지 드러내며 생채기를 내는 예리한 분석은 여전하고,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워내자는 따뜻한 희망도 꺼지지 않았다. 게다가 ‘싸가지’라는 공감도 높은 분석 언어로 한국 정치의 진보 진영을 파헤치니, 겪어본 이라면 금세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고, 모른 체했던 그들이라면 ‘싸가지 없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

강준만은 싸가지 없는 문제를 한국 진보의 최대 약점,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민주당(강준만은 이 책에서 새청치민주연합을 민주당이라고 부른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알파와 오메가라 지적한다. 선거는 양 진영 각각 30%, 정치에 무관심한 20%를 제외한 나머지 20%에서 결정되는데, 이들은 분노의 내용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 즉 태도에 관심을 갖는다. 이 때문에 싸가지가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진보는 마치 이성에 중독된 듯 감정에 무능하다는 지적이다. 옳은 소리가 설득이 아니라 비난과 핀잔으로 들리는 일을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진보는 “네가 어떻게 날 안 좋아할 수가 있어?”라고 호통치는 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늘 그 자리다. 이제 진보가 이를 극복하고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최후의, 유일한 전략을 만나보시기 바란다. 어느 쪽을 지지하든 탐나는 계책이 아닌가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오늘날 야당이자 진보 정치세력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민주당)의 최대 약점은 바로 싸가지 문제다. 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 책에서 ‘민주당’으로 부르고자 하는 이유는 네 가지인데, 이 또한 싸가지와 관련된 것이다. 당명을 자주 바꿔 혼란을 주는 것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싸가지 없게 비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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