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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고종석 지음/알마

"당대의 문장가, 당대의 글쓰기 책"
고종석은 당대의 문장가로 꼽히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말, 특히 한국어를 깊게 사유한 이로 기억된다. 1999년에 나온 고종석의 우리말 강좌 <국어의 풍경들>에서 시작해 같은 해 나온 <감염된 언어>와 2007년에 나온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말들의 풍경>으로 이어가며 한국어가 놓인 상황과 그 안에 담긴 특질을 예리하면서도 능글맞게 보여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난 가을 여러 달에 걸쳐 진행한 고종석의 한국어 글쓰기 강좌를 책으로 묶은 <고종석의 문장>은 오랜 기간 쌓은 한국어에 대한 고민과 글쓰기에 대한 경험이 어우러진 글쓰기 이론-실전서다.

여타 글쓰기 책처럼 그 역시 “글쓰기는 압도적 부분이 재능보다 훈련에 달렸다.”고 말하며 시작한다. 훈련은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논리, 수사, 언어학이다. 문학작품이라도 해도 논리와 수사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논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고종석의 지론이다. 아무리 멋진 글이라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헛것이란 말이다. 수사는 아름다움을 더하기도 하지만 글에 명확함을 더할 때 오히려 빛을 발한다니 역시 논리, 즉 명확함이 첫째 기준이다. 마지막 언어학은 한국어 표현에 집중하며 글에 생동감을 더하는 요령을 전한다. 고종석은 이런 기준을 자신의 글 <자유의 무늬들>에 적용하며 가차없이 고치고 수시로 잘못을 고백한다. 이를 통해 논리를 되짚고, 역시 훈련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하고,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써야만 된다는 걸,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알아야 한다는 걸 동시에 전한다. 과감하게 당대의 글쓰기 책으로 꼽아본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이 책을 꼼꼼히 읽는다 하여 한국어 글쓰기가 당장 쉬워질 리는 없다. 그렇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어떤 글이 좋은 한국어 글이고, 좋은 한국어 글을 쓰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한국어가 외국어와 접촉하며 어떤 좋은, 또는 나쁜 간섭을 받았는지를 한 움큼이라도 움켜쥘 수 있으리라 믿는다.(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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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
노리나 허츠 지음, 이은경 옮김/비즈니스북스

"똑똑한 생각과 멍청한 결정"
거침없는 언변으로 찬사와 논쟁을 함께 불러 모으는 세계적 스타 경제학자이자 <가디언>이 선정한 '영국 최고의 지성', 노리나 허츠의 책이다.

하루에도 1만 가지에 이르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할 만큼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이 책은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때로 어리석은 결정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의 함정을 이야기한다. 책은 특히 생각의 속도를 넘어선 데이터의 홍수와 '자칭' 전문가의 불확실한 조언들을 지적하며, 기존의 많은 책들이 다뤘던 비합리적 인간이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를 다루는 데서 나아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외부 요인들을 짚어낸다. 각종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야 하는지, 우리 삶 곳곳에서 벌어지는 '숫자 장난'이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호도하고 있는지 등, 책은 생각과 결정을 '아웃소싱한'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보를 얻는 것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들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와 일상의 사례를 섞어 흥미롭고도 명료하게 조언한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 속에서 :
우리는 자기 성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좀 더 자주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라. 최고의 아이디어, 해결책, 선택의 상당수는 서로에게 박수치며 자축하는 '일치단결'의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안주하고 있는 우리를 흔들거나 우리가 좁은 시야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불화와 갈등의 순간에 탄생한다. ...자기 이익을 위해 우리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가장 원초적인 반응과 욕구를 끌어내기 위해 더욱더 교묘한 수단을 사용하는 시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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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 좋은 방
용윤선 지음/달

"일흔여섯 가지 커피와 삶의 이야기들"
‘우연히, 커피 볶고 내리는 사람’ 책에 소개된 저자 용윤선의 이력은 간결한 이 한 줄뿐이다. 바로 이어지는 일흔여섯 가지의 커피와, 그 커피에 얽힌 일흔여섯 가지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녀가 바리스타이자, 커피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문학과 여행을 사랑하는 여자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저자는 정성을 다해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와, 가정에서, 커피교육 현장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따듯하고 뭉클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일흔여섯 가지의 커피만큼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보다 보면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 듣고 싶어져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렵다. 커피와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면서 살아온 삶의 고백이기에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잔잔한 울림이 오래도록 남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 속에서 :
혼자 커피를 만드는 시간, 혼자 책을 읽는 시간,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없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 시간에서 만들어지는 힘으로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곧 다시 돌아와 혼자 있어야 한다. 혼자 망설이는 시간이 길고 많아 결과도 없이 아무 일도 못하는 인간이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 그 말을 듣고 며칠 분노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니 글감을 찾아 사냥꾼처럼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목적이 없다. 쓰는 행위만으로 이 삶은 감사하다. 커피로 인해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 한 잔의 커피로 사람과 사람이 머무르는 순간을 침묵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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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정재민 지음/나무옆의자

"2014 세계문학상 수상작"
"선배 어머니의 손가락은 류마티스 환자의 손가락 모양이 아닌 것 같은데." 우연한 한 마디에 일상은 악몽이 된다. 소도시 신해시에서 초임판사로 근무를 시작한 주인공은 류마티스 진단 이후 독한 약을 복용하다 위암으로 사망한 어머니가 실은 류마티스가 아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과잉진료로 인해 신해시 인구의 10%가 류마티스 진단을 받고 필요하지 않은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

불의한 의사 우동규를 경찰에 고발한 이후 주인공은 의료, 종교, 사법, 언론, 정치 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시작한다. 이익에는 민감하고 진실에는 둔감한 시대를 상대로 그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현직 판사이기도 한 소설가 정재민의 전문성이 이야기의 전개를 한층 치밀하게 만든다. <살고 싶다>와 함께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제가 인정하겠습니다."
"뭘 인정하겠다는 건가요?"
"류마티스가 아닌데 류마티스라고 한 것을요."
마침내 그가 실토를 한 것이었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뜨거운 물을 급하게 들이켠 것처럼 분노가 식도를 타고 끓어올랐다. "당신 부모님이 구 년 동안이나 류마티스의 공포에 떨면서 필요없는 독한 약을 매일 먹다가 암에 걸려서 죽으면 기분이 어떨 것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나의 목소리가 휘청거렸다.
"이해해주십시오. 저희도 좁은 도시에서 먹고살려면 쉽지 않습니다. 정부의 의료보험 수가체계가 엉망이거든요. 그대로 하면 도저히 먹고살 수가 없어요. 의료보험 수가체계를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 말에 관자놀이에서 맥이 펄떡거렸다.
""지금! 그게! 할.......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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