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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문학동네

"아름다움이 하늘에서 쏟아질 때"
카버의 단편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펼쳐지는 사건 한두 가지에 주목한다. 등장인물의 과거는 간략하게 제시되며 그 사건들 이후의 삶 역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인물들은 독자들을 설득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으며, 작가 역시 좀처럼 소설 속의 사건들을 기승전결로 분명하게 제시하는 법이 없다. 독자들은 카버의 단편들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의 단편들 속에서는 낯설지만 딱히 관심은 가지 않는 사람들이 이미 끝나버린 사건을 주워담거나 또는 곧 폭발할 생의 비극을 앞에 두고 숨을 고르는 중이다. 카버는 그 '장면'을 그린다. 존 버거가 사진적 특징을 서술에 이식하려고 했던 포토카피라는 개념은 카버의 소위 '미국식 리얼리즘 단편소설'이 상당 부분 성취해냈던 것이다. 카버는 묘사한다. 사건은 마치 사진 한 컷이 이야기를 불러내듯 징후로만 드리워질 뿐이다.

대체로 평균에서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비교적 평범한 인간군상들의 삶 한 부분을 잘라내 봤자 대부분은 씁쓸한 권태를 재생산하는 데 그칠 뿐이다. 실제로 거기에 만족하는 작품들도 있다. 아니면 드라마를 단편 내에 집어넣어 서사를 확충하고 독자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신비로운 장치도 없는 카버의 단편들이 빚어내는 감동은 평범한 순간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축복받는 순간 같다. 카버의 소설 속 어떤 날도 특이한 날은 아니었으나, 그 순간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 배경에 우연히 찾아든 사물들이 마치 준비되었던 것처럼 프레임 속으로 찾아들어 강렬한 신호를 쏘아보내는 것이다. 각 단편들 속의 소재와 인물들을 조합하고 배치하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넘겠지만, 수백 컷의 사진에서 한두 컷을 건질 때처럼, 단 하나의 조합법만이 그토록 밝게 빛날 수 있다. 카버의 단편들이 발표된 판본 이외에도 수많은 전개를 가진 사본들이 많다는 점은 그 증거가 아닐까. 그는 연극 연출가처럼 배경과 인물을 재배치하기를 거듭하면서 아름다움이 그 어딘가로부터 쏟아지는 순간을 포착하고야 만다. 이 집념이 찾아낸 빛, 아무것도 없는 삶 위에 아무 이유도 전조도 없이 아름다움이 쏟아질 때의 놀라움은 그런 별 의미 없는 기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길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카버는 리얼리스트 이상이다. 그의 단편에는 어떤 신화를 다 깨뜨리고 난 뒤의 껍질 같은, 기기묘묘함이 담겨 있다. -LA타임스
그 풍경 속에 자신의 성격을 담은 에드워드 호퍼처럼 카버는 시간의 흐름이 우리 삶을 배신하는, 푸른 그늘이 드리워진 그 얼어붙은 세계를 묘사한다. -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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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작가 미스트랄의 클래식 그림책 세트 - 전4권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음, 김정하 옮김, 팔로마 발디비아 외 그림/풀빛

"2014 라가치 상, 유네스코 베스트 북디자인상 수상작"
생생한 묘사와 독창적인 표현, 탁월한 비유와 리듬감을 보여주는 새로운 명작 그림책. 중남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빨간 모자>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다시 썼다. 작품 하나 하나가 한 편의 신비로운 ‘시(詩)’다.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김경연의 표현대로 ‘꿈속처럼 평화롭고, 생크림처럼 포근한 느낌이 온 몸을 감싸 안는다’. 그녀가 1924년 발표해 아직도 많은 중남미 어린이 들이 즐겨 외우고 노래로 부르는 동시집의 제목도 <부드러움>이었다.

널리 알려진 줄거리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과감한 생략과 뜻밖의 결말을 제시하는 새로운 얼굴의 고전이다.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문장 속에 신비롭게 흐른다. 북커버의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핸드메이드 인쇄.제본도이 소장 가치를 높여준다. 2014 볼로냐 국제 도서전 라가치 상, 유네스코 베스트 북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가엾은 신데렐라는 혼자서 부엌에 남아 있었어요. 너무나 가고 싶어서 문 쪽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요정 대모가 도착했어요. 요정은 다시 신데렐라를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별이 수놓은 밤처럼 찬란한 아름다움이 드러났어요. 생쥐들과 푸른 도마뱀들과 날쌘 호박으로 이루어진 마차가 다시 한 번 빨리 달렸어요. 신데렐라는 왕자에게 나아갔어요.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왕자의 떨리는 마음이 손에서 느껴졌어요. 순수한 마음이었어요. - <신데렐라> 2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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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어떤 꽃이 신에게 허락받은 겁니까?"
조용히 혼자 살아가던 노인이 살해되었다. 현장에서 사라진 물건은 노란 꽃이 피어 있던 화분이다. 하필 화분일까, 기이한 도난품을 알아보니 과연 기이한 물건이었다. 에도 시대 이후 멸종했다고 알려진 노란 나팔꽃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평범한 노인이 홀로 멸종한 꽃을 키우고 있었던 것일까? 만약 노란 나팔꽃이 존재한다면 훔쳐갈 만 하겠으나, 정말로 그런 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는 갑자기 부풀어 오른다.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비교적 단순한 플롯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몽환화>는 생각보다 다양한 그물이 사건의 진상을 덮고 있다. 범죄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사정, 그 각자의 사정의 배후에 존재하는 시대와 역사의 압력이 뒤얽혀 묘한 감흥을 안겨준다. 특히 원자력 발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함께 물질주의에 물든 일본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면서 한때 사회파 미스터리의 역작을 쏟아냈던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어떤 꽃이 신에게 허락받은 겁니까?”
그렇게 물은 이는 리노였다. 다하라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모르네. 생존을 계속하면 허락받은 것일까. 있는 것은 있는 대로 둔다는 게 내 생각이야. 거꾸로 말하면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도록 둔다는 거지. 어떤 씨앗이 사라졌다는 것은 사라질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야. 노란 나팔꽃이 사라진 것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에 대해 다하라 씨는 지론을 갖고 계시나요?” 소타가 물었다.
“없네. 그러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
“무슨 얘기입니까?”
“노란 나팔꽃은 금단의 꽃이라는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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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의 정석
박신영 지음, 박혜영 그림/엔트리(메가북스)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안 풀리는 당신, 뭐가 문제일까?"
직장인이 가장 갖고 싶은 업무 능력 1위이자 성과와 직결 되기에 중요한 '기획'과 '보고'. 더욱이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고'가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공모전 23관왕으로 또, 베스트셀러 <기획의 정석> 저자로 잘 알려진 박신영의 신작이다. '보여 주는' 일이 대부분인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실무밀착형 노하우를 170여 개의 그림과 함께 누구나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일하며 상사로부터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피드백,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림이 안 그려지는데?' 이 책은 열심히 아이디어를 제안하지만 번번이 보고에서 미끄러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머릿속에 있는 걸 꺼내 보여주고 싶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보고서 차례만 수십 번 바꾸며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하는 생활인들에게, 이 책은 상투적인 동기부여를 넘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한눈에 꽂히는 아이디어 표현법과 결과로 연결하는 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실제 성공으로 이끈 프로젝트에서 적용한 노하우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 속에서 :
보고서를 '읽는' 사람은 보고서를 쓴 사람뿐이다. 대개는 보고서를 '본다'. 그것도 휙휙 넘기면서 본다. 읽으라고 쓴 소설과 논문은 사람들이 꼼꼼하게 읽지만, '보고서 좀 봐주세요'라며 보낸 문서는 보여야만 보게 된다. 보라고 쓰는 보고서, 보이게 쓰자. 당신의 보고서가 한눈에 보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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