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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당신은 도덕적 인간입니까?"
누군가 “당신은 도덕적 인간입니까?”라고 묻는다면, 큰 죄를 짓지 않고 살아왔으면서도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대답했을 때 상대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것 같아서일까, 아니면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도덕적이지 않은 인간으로 오해받을 것 같아서일까. 미국에서 화제를 모은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은 이렇듯 개인의 윤리적 문제나 착한 성격으로 이해되던 도덕을 인간의 판단과 집단 행동을 결정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옮겨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인간과 집단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

우선 도덕적 판단은 직관적이며 감정적이고 이성은 이 직관에 이유를 찾아낼 때 작동하기 때문에, 도덕은 발현되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도덕에 덧씌워진 선한 겉포장을 벗겨낸다. 더불어 도덕은 한두 가지 기준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자유, 충성, 권위, 고귀함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우파가 이 가운에 특정 영역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 투표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마지막 세 번째 원리는 집단과 개인의 문제인데, 이 책은 인간의 ‘바른 마음’을 개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영장류의 마음과 단결력과 협동성으로 승리를 경험해본 벌의 외피에 비유하며, 인간은 이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지만 그 이타주의는 대부분 자신의 속한 집단으로 향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제 진실이 드러났으니, 이 옹졸한 도덕심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도덕적 인간'이라면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이 책은 사회를 존속시켜 나가는 데 필요한 품위와 도덕적 감정을 우리가 본래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에드워드 윌슨, <통섭>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현존 심리학자 그 누구보다도 창의적인 사람이다. 진보-보수, 무신론-종교, 선-악에 대해 가졌던 기존의 사고방식이 뒤집히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인다.(폴 블룸,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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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좋은 사람
정이현 지음, 백두리 그림/마음산책

"잠시 홀로인 이에게, 정이현 짧은 소설"
정이현의 소설은 대체로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직장 여성의 분투기를 발랄하게 이야기한 <달콤한 나의 도시>가 그랬고, 반포 소년소녀의 성장담을 말한 <안녕, 내 모든 것>이 그랬다. 고만고만한 살림을 사는 주택가, 서울 서남부 혹은 북동부의 변두리. 주차할 공간도 없이 다닥다닥 붙은 집. 정이현의 말에 따르면 도시는 "수십만 개의, 좁고 좁고 더더 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 도시에서도 문득 홀로인 순간이 존재한다. 정이현은 바로 그 순간을 말하고 있다.

이야기, 쇼트 스토리, 콩트, 혹은 짧은 소설. 열 한 개의 이야기는 재치있고 예리하고 뭉클하다. 연봉 이천도 꿈만 꿀 뿐인 취업준비생이 개 '이천이'에게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말하는 순간.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던 아내의 페이스북 속 작은 비밀을 발견한 순간. 채 일 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이복 언니가 지은 밥과 감자국과 계란프라이의 맛을 떠올리는 순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골목을 걷는 이들에 관한 정이현의 다정한 시선.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내 시선이 잠시 그녀의 배에 머물렀다. 그녀가 둥그런 배에 한 손을 가져다 대며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3개월쯤 남았어. 아기 낳으면 보러 와, 봄에.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준이가 남긴 사이다를 한 모금 마셨다. 미지근한 액체가 흘러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속이 뜨듯해졌다. 요즘도 공주를 그리느냐고, 이제는 금빛과 은빛 색연필을 샀느냐고 묻지 못했다. 언니처럼 계란프라이의 노른자를 예쁘게 만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언니의 공주들이 아직도 서랍 속에 들어있다고 고백하지 못했다. (....) 마침내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나는 약간 주춤거리며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눈송이 하나, 둘, 셋, 넷, 메마른 손바닥 위에 툭, 툭, 툭, 툭 떨어졌다. 금방 크리스마스네. 새삼 깨달았다는 듯 나는 입속으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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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가족
고은 글, 이억배 그림/바우솔

"대자연의 질서, 생명의 순환, 그리고 가족의 의미"
고은 시인과 이억배 화백, 두 거장이 함께 만든 그림책. 티베트 유목민 가족의 일상을 담았다. 검은 바위산 비탈 밑 천막에서,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어머니, 막내아들 여섯 살배기 텐진이 양떼와 함께 살아간다. 그저께 양 한 마리가 죽었고 오늘은 한 마리가 태어났다. 대자연의 질서, 생명 순환의 이치 속에서 가족의 참된 의미를 묻는 이야기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 또 순수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사람 한사람, 양 한마리의 영혼마저 느낄 수 있을 듯한 살아 있는 그림은 이억배 화백이 티베트를 직접 답사한 뒤 화폭에 담았다. - 어린이 MD 이승혜

추천사 :
이웃 북쪽 나라 초원을 떠돌며 사는 가족을, 고은 시인이 불러왔다. 시인은 왜 이 땅의 독자들 앞에 저 가족들을 내세웠을까? 이들이 가진 화평함은 이 식구들의 밤하늘 별들을 헤다 잠들었다는 잠자리 대목에서 확인된다. 가족이란 한 하늘 아래에서 한 둥지 안에서 같이 사는 목숨들이다. 가족의 재발견이라면 과장일까. 그림 덕에 확인한 텐진네의 건강함, 이 건강함의 뿌리에는 시인이 희구하는 바가 자리한다.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한 가족의 화평함. 대도시의 휘황한 불빛을 잠시 비켜서서 우리네 가족을 잠시 생각할 일이다. – 김현숙(아동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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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쁨 1
롤랑 마뉘엘 지음, 이세진 옮김/북노마드

"사랑하게 되면 그이의 내면이 궁금해지는 법"
그냥 듣기에 즐거우면 좋은 음악이 아닌가?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신나는 리듬은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는 데에는 굳이 이해가 필요 없다. 그러나 좋아하게 되면 더 많이 알고 싶어지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싶어진다. 밤하늘의 별들이 그냥 반짝이는 게 아니라 각종 물리 원칙에 입각해 있음을 알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더 잘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상대를 내 마음 속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려면 상대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내면의 체계'가 눈에 들어오고, 그때부터 진짜 신비와 그에 상응하는 고통이 시작된다. 오직 즐거움만으로 이루어진 사랑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푸가의 구조처럼 거대한 세계는 물론이고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이 어떻게 그토록 생경한 아름다움을 구사하는지조차 그 화성적 기원을 알아내야만이 접근 가능하다. 그렇게 한 걸음씩 더 들어가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더욱 깊고 넓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음악에 대한 사랑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음악은 이미 좋은 것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음악의 기쁨>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을 좀더 깊이 가져가기 위한 도구다. 작곡가나 음악 사조 및 중학교 수준의 음악 이론을 까먹은 입문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음악의 기쁨>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집어들어야 할 책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 교양서들이 음악의 바깥에서부터, 즉 에피소드나 명곡 소개들부터 시작하는 데 비해 <음악의 기쁨>은 독자를 곧바로 음악의 개념 속으로 초대한 뒤에 그 내면에서부터 바깥을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의 발전 과정과 각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 어느새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래서 더 잘 알고 싶어졌다면 이 책이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예술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자, 타그린 씨는 리듬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생각으로는 알 것 같은데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 그럼 확실하게 알고 갑시다. 어떤 인물 사진이 있어요. 그리고 그 사진을 두 배로 확대하거나 축소한 사진이 있다 칩시다. 사진 크기가 달라진다고 인물의 모습, 그 사람의 이목구비가 달라지나요?"
"아뇨, 그렇지 않죠."
"그럼 그림의 비율과 크기는 별개라는 걸 알겠네요."
"물론이죠."
"됐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주 속도가 어떻게 되든 음가들 간의 관계는 변하지 않아요. 바로 이 음가들 간의 관계가 리듬입니다. 속도는 템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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