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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 문학동네
"이것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졌거든?" 겉보기에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변호사 포트노이는 더이상 자신의 찌질한 생을 참을 수가 없었다. 포트노이는 진짜 괜찮은 남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정신과에 찾아가 상담을 시도한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상담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처음으로 터뜨린 고백이다. 때로는 비명 같고 때로는 냉소적이며, 날카로운 통찰력이 번뜩이지만 그 회전하는 칼날은 자기자신까지 공평하게 상처입힌다. 그는 이 세계와 자기 자신을 모두 비웃는다. 부당하게 제지당한 욕망, 미쳐 돌아가는 사회, 억압으로 이루어진 일생 모두가 그 자신의 비웃음거리다. 필립 로스는 정신 상담이라는 설정을 통해 정상-이라고 믿고 싶은- 사회와 그 안의 구성원들이 마치 프랙탈 도형처럼, 무한히 작아지면서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억압 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도형의 끝, 가장 작은 부분은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 또는 이 세계의 미래일 것이다. 변호사라 그런지 머리도 좋고 말도 잘 하는 포트노이는 거듭된 냉소와 회의 끝에 이 매트릭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는 자유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까? 만만치 않다. 정말로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겪어온 일들과 '외부' 세계를 통렬히 비판하던 그가 결국 자신과 직면하게 되었을 때, '세계이자 나'와 부딪히는 순간에는 열렬한 갈등이 형성된다. 결국 한 인간을 빌어 세상을 얘기하려나 싶던 이야기는 이것이 다시 한 인간에 대한 것임을 상기시킨다. 미래는 알 수 없고, 따라서 말할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포트노이는 어느 순간 달리기 시작했다. 오, 신의 축복이 있기를, 포트노이 씨. 나는 진심으로 응원했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우리 귀여운 자두, 세상의 빛, 네 사촌 헤시 기억하지? 그애가 그 여자애 때문에 그애 자신과 가족에게 준 고통을 기억하지? 그애를 광기에서 구해내려다가 하이미 백부가 어떤 일을 겪어야 했니? 기억하지? 제발. 우리가 더 말 할 필요가 있니? 내 말뜻 알겠지, 앨릭스? 너 자신을 값싸게 내버리지 말거라.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빛나는 미래를 버리지 말라고... 너는... 아직 아기야, 앨릭스 너는 세상에 퍼져 있는 증오를 몰라. 우리가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거야. 너같이 똑똑한 아이한테는. 다만 조심해가며 인생을 살아야 해! 생지옥에 몸을 던지면 안 돼! 우리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해, 얼굴 찌푸리지 말고, 고맙구나, 그리고 똑똑한 척 말대꾸도 하지 말고! 우리는 알아! 우리는 살아봤어! 우리는 봤어! 그렇게는 안 된다, 아들아! 그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야! 너를 갈기갈기 찣어버릴 거야! ...무작정 금발 여자애한테 달려들지 마라, 제발! 너한테서 가치 있는 걸 다 빼앗은 다음에 피 흘리는 너를 하수구에 버릴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