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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홀로 시간을 견디는 것, 은희경 소설집"
소설은 눈송이 놀이의 풍경에서 시작한다. 풀풀 나는 눈송이 속에서 각자가 하나씩 눈송이를 뽑는다. 먼저 눈송이가 땅에 떨어지는 쪽이 지는 것이다. 딴 눈송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해 내가 선택한 눈송이를 따라간다. 그렇듯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는 때, 은희경의 소설은 그 순간을 날렵하게 포착한다. 짝사랑하는 친구의 남자친구에게 '남쪽 도시에 가본 적이 있는지부터 해질녘 골목에서 울리는 자전거 경적소리를 좋아하는지, 커트머리에 핀을 꽂으면 촌스러운지' 같은 시시콜콜한 질문을 끝내 묻지 못하는 소녀(...단 하나의 눈송이)의 뒷모습이며 한때는 J읍에서 가장 예뻤던 소녀들이 이제는 백발의 노파가 되어 백화점 식당가 위층 극장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풍경 (금성녀) 같은 모습 같은.

더 이상 어떤 수식이 필요하지 않은, 바로 '그' 이야기를 쓰는 작가 은희경의 다섯번째 소설집. 눈송이 연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느슨하게 짜인 직물 같은 여섯 편의 소설이 이 소설집의 마지막 소설 <금성녀>에 이르면 긴밀하게 이어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을 담담하게 견디는 이들의 이야기. 애처롭되 처연하지 않은 의연한 인생들. 당신의 시간, 우리의 이야기.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고독한 사람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오해한다. 그들은 강하지도 않고 메마르지도 않았으며 혼자 있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코코슈카의 잠 못 드는 연인처럼 서로의 고독을 껴안은 채 각기 푸른 파도의 폭풍우 속을 떠내려간다. (... 단 하나의 눈송이 中)

잎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엄마의 말에 아빠는 도마뱀 꼬리가 끊어지는 자리에서 다시 꼬리가 나온다는 건 알겠지만 잎에서 뿌리가 돋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엄마의 특별할 것도 없는 재주를 칭찬했다. 시간이 걸릴 뿐이야. 엄마가 대답했다. 그리고 결국 혼자 해야만 한다는 걸 가르쳐줘야해. 뺨이 상기된 채 유난히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엄마는 모처럼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빠가 첫눈에 반했던 그날처럼 천진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는 건 어쩐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프랑스어 초급과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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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요 네스뵈 지음 / 비채

"해리 홀레, 더욱 커다란 위기에 처하다"
요 네스뵈가 해리 홀레 시리즈 <레드브레스트>를 탈고한 후 '진짜 스릴러'를 쓰고 싶어 작심하고 썼다는 범죄 스릴러. <레드브레스트>와 이어지는 설정이 있으나 독립된 작품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그보다도 '작심한' 요 네스뵈가 펼쳐 놓은 덫이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메시스>에서 해리 홀레는 두 개의 이상한 사건과 동시에 마주한다. 하나는 불필요하게 민간인 한 명을 사살해서 굳이 자신들의 죄를 키운 은행강도 사건이고, 나머지 하나는 해리 홀레 자신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살인 사건이다. 여기에 <레드브레스트>에서 미결 상태로 종결된 살인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도 한다.

혼란스럽게 해리 홀레의 눈앞을 오가는 사건들은 어떤 통일성을 가진다.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감정 또는 의지. 거기에서 자신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해리는 어둠 속으로 좀더 깊이 들어간다. 이미 '반영웅' 캐릭터로 자리잡힌 그가 어디까지 어둠에 몸을 집어넣고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네메시스>는 기어코 시리즈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의 글 : 
겹겹의 사건들과 층을 이룬 단서들. 우아하고 정밀하며 튼튼하게 설계된 소설. -뉴욕 타임스

아무렇게나 흩뿌려놓은 단서들이 그물코를 당기듯 한번에 딸려 올라갈 때의 짜릿함. 바로 이것이 일류의 솜씨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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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고병권 지음 / 천년의상상

"니체와 철학, 고병권과 니체, 고병권과 철학"
철학자 고병권과 니체의 만남, 처음은 아니다. "먼저 니체를 충분히 좋아하라. 떠남은 그 뒤에 판단할 일"이라 말했던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은 훌륭한 니체 입문서로 평가 받으며 많은 독자에게 니체 사상 전반에 대한 이해를 전했고,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니체의 저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리라이팅하며 니체와 고병권을 함께 읽게 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니체>는 고병권의 <서광> 강독이 중심인데, ‘언더그라운드’라는 고병권 고유의 방식으로 니체를 읽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언더그라운드란 모든 근거가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 없음이 드러나는 곳, 그러나 어떤 근거도 그 위에서 세워질 수밖에 없는 곳이라 한다. 니체의 <서광> 도입부에서 마주하게 되는 한 사람과 겹쳐지는데, 이 철학적 광부는 “뚫고 들어가고, 파내며, 밑을 파고들어 뒤집어엎는 사람”이며 “오랫동안 빛과 공기를 맛보지 못하면서도 한마디 고통도 호소하지 않는다.” <서광>은 니체가 깊은 갱도 아래의 지하 세계를 탐사하고 난 후에 제출한 보고서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것이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깊이에 대한 편견마저 사라진 심연, 언더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니체와 철학, 고병권과 니체, 고병권과 철학'에서 시작하는 자의 시선을 마주한다. 서광을 맞이하듯.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우리는 이 책 <서광>에서 심연을 다녀온 고래, 이제 막 올라와 눈은 충혈되었지만 그래도 입에는 웃음을 머금은 고래 한 마리를 볼 수 있다. (중략) 멜빌이 ‘사유의 잠수자들’의 운명처럼 말했던 그 고래를 나는 이 책에서 느낀다. 삶과 죽음, 이성과 광기가 걸려 있는 아슬아슬한 선 위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사상가의 초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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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파워
김종식 지음 / 오우아

"
자신의 답으로 성공을 만드는 사람과 조직의 비밀"
상사의 코칭이나 연봉, 승진 등 외부 자극에 동기를 부여받는 것은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그 자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포춘 500대 기업 중 하나인 미국계 글로벌기업 커민스(Cummins)부터 인도계 글로벌기업 타타그룹(Tata Group)까지, 30여 년간 글로벌현장을 누비며 '신나게' 성공하는 사람과 조직에 대해 고민하고 저자 스스로가 체득한 방법을 풀어낸 책이다. 그 누구도, 다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움직이고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셀프 파워'라고 지칭하며 '힘든 100점'이 아니라 '재밌는 105점', 단순한 '달성'에서 나아간 '도약'에 이르는 법을 조언해준다.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살려면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일한다. 그렇기에 결국은 모두 먹고살기 위해 하는 짓이다. 하지만 밥벌이의 진정한 가치는 이후에 탄생한다. 먹고살기 위해 한 짓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무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개발한 제품이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가 만든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놓기도 한다. 내 배를 채우기 위한 밥벌이, 돈벌이가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다른 사람들의 어떤 허기를 채울 때, 비로소 일은 하나의 완결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에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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