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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체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정남영 외 옮김 / 사월의책

"자본과 국가 너머의 세상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국>, <다중>을 잇는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3부작의 결정판이자 종합편 <공통체>는 근대를 이끌어온 두 방향, 그러니까 시장과 국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라는 선택지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적 조직화의 가능성을 기획하고 제안하고 탐구한다. 철학적, 역사적 탐구를 바탕에 두고 현실 사회에 대한 정치, 경제적 분석을 더해, 근대의 지배적 제도 '국가'를 대체할 정치적 대안체제의 원리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폭넓고 세밀하게 찾아내려는 시도다.

물론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2008년 금융위기라는 현실 상황 속에서 '소유'에 기반한 근대정치체제의 한계를 폭로하고 ‘공통적인 것’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할 전망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기존의 시스템으로 지금의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실험을 바탕으로 가능한 정치체제를 찾아보자는 이들의 제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건을 정의하고자 할 뿐 아니라 대초원을 불사를 불씨를 포착하고자 한다.”는 그들의 말처럼, 이 책을 이해하는 일 못지않게 각자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 정도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나 역시 그렇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 
<공통체>는 이제까지의 모든 좌파 정치이론에 대한 강력하고도 야심찬 재전유다. 이 책은 오늘날 일어나는 저항과 그 가능성들을 하나로 종합해낸다. 정치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매우 활력 넘치는 성취다.(프레드릭 제임슨, 듀크 대학 교수)
‘사회주의는 실패했고 자본주의는 파산상태다. 다음에 올 것은 무엇인가?’ 네그리와 하트는 그 답을 제시한다.(슬라보예 지젝, 철학자)
‘공산당 선언 2.0’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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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신선한 설정의 중세 미스터리를 읽는 즐거움"
중세를 배경으로 오컬트적인 설정을 적절히 섞은 작품들을 생각해 보면 <사형집행인의 딸>이 꽤 재미난 설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망나니, 그러니까 사형집행인이 주인공 가족에게 '주어진' 직업이다. 사람의 목을 치는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대단히 정형화되어 있다. 그러나 <사형집행인의 딸>의 주인공 야콥 퀴슬(실존 인물로 작가의 먼 선조라고 한다)은 풍부한 감수성과 함께 각종 민간 의학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수도사나 학자나 귀족이었던 다른 중세 미스터리에 비하면 그는 자격 없는 탐정이다.

최하층 천민이 중세의 욕망과 계급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이야기는 기존의 중세 미스터리들보다 더욱 복잡한 사태를 초래한다. 게다가 배경은 무차별한 마녀사냥 이후 30년, 즉 대중의 공포가 무고한 인간들을 죽이는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법 권력의 작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야콥 퀴슬은 이러한 불리한 환경에서 살인사건을 추적해야만 한다.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명민한 지성을 갖추었지만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진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 '어쨌건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들은 수수께끼를 푸는 즐거움 이외에도 작은 감동을 전한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사형집행인의 짐마차가 포석이 깔린 광장 안으로 들어서자 음악이 끊겼다. 누군가가 고함쳤다. "어이, 사형집행인! 칼은 잘 갈아뒀나? 혹시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은 거 아냐?" 사람들이 좋아 죽겠다는 듯이 아우성을 쳐댔다. 사형집행인이 범죄자와 결혼한다면 그 범죄자가 사형을 면할 수 있는 관례가 숀가우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하네스 퀴슬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고, 그의 아내인 카타리나 퀴슬은 딱히 다정하고 친절한 여자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악명 높은 사형집행인 외르크 아브리엘의 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피의 딸'이라거나 '사탄의 아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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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세계사 3
김계영 옮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휴머니스트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세계 문제 해설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펴내는 단행본 시리즈 <르몽드 세계사>는 국제관계의 변화상을 2, 3년마다 새로운 관점에서 담아낸다.(개정판이 아니라 새로운 단행본으로 말이다.) 앞서 나온 1, 2권은 복잡한 통계 수치와 국제 사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깔끔하게 정리해낸 인포그래픽, 간결하게 사태의 핵심을 짚고 깊이 있는 전망을 곁들인 기사로 호평을 얻었다. 특히 2권부터 시도된 한국어판 특별 기사는 국제 문제에 관심이 적은 한국 사회에서 나름의 고민과 시선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3권은 미국의 쇠퇴와 그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신흥 세력의 복잡다단한 갈등과 상호작용을 풀어낸다. 더불어 동중국해 영토 분쟁,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원자력 산업, 역사 교과서 갈등 등을 한국어판 특별 기사로 다루면서 한국 사회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동시에 국제 사회를 흐름을 함께 짚어낸다.

문득 <르몽드 세계사>란 한국어판 제목을 결정할 때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말 그대로 ‘오늘의 역사’를 다루는 책에 ‘세계사’를 붙이는 게 온당한지, 독자가 ‘세계사’에서 기대할 내용과 어긋나지는 않은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세 권의 한국어판이 꾸준히 출간되고, 이를 통해 냉전 이후 국제사회의 역학 관계와 변동의 흐름이 정리되면서,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사’라 이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가장 가까운 세계사이자 가장 절실한 세계사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사로서 일독을 권한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르몽드 세계사 3>은 헌팅턴류의 독선과 후쿠야마류의 논리 비약, 그리고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을 거부한 채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풍부한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열린 세계’를 향한 지정학적 문제의식을 제기한다.(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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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이동진 지음 / 예담

"왜 <스토커>는 <올드보이>의 친척인가?"
영화감독과의 인터뷰는 영화 비평문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인터뷰에서 비평은 질문의 형태로 제시되며, 감독은 그 해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반대하거나 놀라거나 (그제서야) 수긍한다. 그러나 비평과 인터뷰는 닮은 꼴이기도 하다. 비평이 그 자체로는 대답이 주어지지 않는 질문의 형태를 가진다면, 인터뷰는 그 질문(의 형식으로 던져진 해석)을 더 치열하게 선별하는 과정이다.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의 수수께끼는 해소되지만 끝내 물음표로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두 종류의 질문이 있다고 가정하고 읽으면 재미있다. 하나는 해소되는 질문으로, 이 밝혀진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는 데 도움이 될 더 많은 정보와 가십을 읽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답을 구하지 못한 채 남은 질문이다. 예컨대 이동진은 박찬욱에게 <스토커>와 <올드보이>가 서로의 구조를 교환하는 씬에 대해 말했고, 표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박찬욱의 <박쥐>나 <친절한 금자씨>와도 연결되는 일종의 '박찬욱 월드'에 대해 접근하고자 한다. 그러나 박찬욱은 자신의 영화들이 가진 공통된 정서를 어느정도 표현할 수는 있으되, 거의 무의식적인 세계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질문은 남겨진 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영화비평가' 이동진의 책에서 딱 하나를 배워야 한다면 그 물음표일 것이다.

그러나 책이 어렵지는 않다. 해소되지 않는 질문들이라고 해서 곧 어려운 이야기라는 뜻은 아니다. 이동진은 대중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 영화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어간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접하다 보면 이 두툼한 책을 금방 읽게 될 것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꺼리를 남기는 좋은 인터뷰집이다.
  예술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이동진: 영화계 사람들이 아닌 친구 분들과 만나게 되면 감독님께 어떤 걸 가장 많이 물어봅니까.
박찬욱: 글쎄요. 이영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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