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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그 빗소리, 아름다움, 김연수 소설집"
'원도 한도 없어서 그 사람 부인에게 맞아 죽어도 좋았겠는' 사랑을 서귀포에서 했다. 서귀포시 정방동 126-2번지 함석지붕집,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던 빗소리가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갔다. 고작 두 계절에 걸쳐 진행된 사랑이 끝나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 찬란한 청각의 기억은 영원히 계속된다. 그날의 햇빛, 바람, 구름, 젖은 나뭇잎의 냄새 같은 것들.

김연수는 자폐아를 둔 한 가족을 이런 식의 문장으로 서술한다. "구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확하게 얘기하자. 지금 태호는 깊은 우물 속에 빠져 있다. 우리 목소리는 거기까지 가 닿지 않는다."(깊은 밤 기린의 말 中)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은, 그 상황이 아무리 비참하고 너저분할지라도 아름다움의 기척을 놓치지 않는다. '실제 이 세상에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소설가, 그렇듯 누구보다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하는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집.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비롯한 열한 편의 소설이 실렸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이모의 꿈은 소박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죽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모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들 이모보다 먼저 죽었다. 너무 너무 너무 많은 고통과 너무 너무 너무 많은 눈물로 범벅이 된 이모의 얼굴을 보면서. 이모가 병상의 폴에게 읽어준 그 시는 원래 이모가 출연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읽어달라고 했던 시였다. 제일 먼저 그 사람이 죽었고, 그다음에는 이모의 뱃속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빛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폴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이모에게는 죽어가면서 봐야 할 얼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거기에, 자기 삶에. 엄마의 얼굴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아기처럼, 폴이 숨을 거뒀을 때, 이모는 처량하고 불쌍한, 말하자면 고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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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괜찮은
마가 지음 / 불광

"불교계 대표 멘토 마가 스님의 힐링 메시지"
스님들의 에세이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한 권의 스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공주 마곡사에서 자비 명상 템플스테이를 시작하여 마곡사를 템플스테이 대표 사찰로 이끈 마가 스님의 자전적 에세이집. 스님의 마음 수업을 담은 이 책은 자살기도와 출가, 아버지와의 화해 등 아픈 개인사와 수행 이야기, 명상을 지도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 독서와 생활에서 발견한 깨달음의 기록이다.

출가한 이후에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슴 속 깊은 상처를 온전히 지우지 못한 스님은 수행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를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발견하고, 내면의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었다. 스님은 자신의 이런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 자비의 마음으로 타인을 대해야 하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치유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에세이 사이 사이에 명상법을 실어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한 슬픔과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저마다 삶 속에서 공감하고 있는 상처와 고민과 아픔이 있습니다. 스님은 이 책에서 우리 시대의 가슴 아픈 현실을 돌아보며 피멍든 마음들을 맑은 물 부어 씻어주시길 원하고 있습니다. ‘밥퍼’에 오셔서 봉사하실 때 곁에서 보았던 그 부드러운 미소와 온기로 말입니다. 자비와 사랑이 춤추는 아름다운 세상을 더불어 함께 만들어가길 원하면서……. _최일도 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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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컬처그라퍼

"겨울 아침처럼 선연한 글, 겨울 볕처럼 따뜻한 사진"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그 두 번째 책이다. 첫 책에서 사진을 담당했던 관조 스님이 여전히 사진을 담당할 예정이었으나, 스님은 책에 실릴 모든 사진을 담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고보니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 처음 나온지도 10년이 넘게 지났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아직 가보지 못한 사찰들이 많았다. 이 두 번째 책에는 선운사처럼 유명한 사찰도 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더 많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유명세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건물들을 찾아가 어디가 어떻게 인상적인지를 꼼꼼히 살펴 적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이 안겨주는 사색까지 함께 넣었다. 예를 들어 영주 부석사의 빽빽하고 화려한 창살은 건축학적으로나 미적으로나 늘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저자는 이 창살이 절이 만들어질 당시 민중의 소망을 반영한 모양이었음을 들어 과연 어떤 판단이 옳았을까라고 다시 묻는다.

건축가의 냉철한 관찰력과 깊이 있는 사색, 그리고 편안한 사진들이 어우러진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는 이 장소들을 실제로 답사하건 아니건간에 좋은 독서를 제공할 것이다. 읽기 쉬우면서도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언뜻 지나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그만큼 세상이 넓어지니, 당장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기쁜 일이 아닐까.
- 예술 MD 최원호

저자의 말 : 
이번에도 우리의 사찰 건축을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을 설명하고, 거기에 숨겨진 의미를 벗겨 내어 해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대상들이 내게 던지는 물음들에 스스로 답을 할 뿐이다. 또한 그 답들마저 틀리지 않았는지 끝없이 의심할 뿐이다. 스스로를 우선으로 하는 글이 되다 보니, 일목요연한 흐름도 찾기 어렵고, 화려한 수사도 사라지고, 목적을 가진 설득도 없어졌다. 오로지 사유의 깊이와 문장의 솔직함에 만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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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씩씩하게 슬프게, 김소연 시집"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김소연의 새 시집에 소연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하나를 부쳤다. "너의 지금은 네가 가장 깊은 슬픔로 짠 시간이기에 슬프다. 슬픔만이 진정으로 씩씩한 것을 만든다는 이 아이러니가 슬프다." 김소연의 시는 슬프기에 씩씩하다. 서늘한 중에 애틋함을 읽어내고 적막의 가운데서 빛을 밝힌다.

"도시에서 변두리의 반대쪽을 알아채기 시작했을 때 지구에서 변두리가 어딘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반대말 中) 시인은 슬픔을 발견했고, 그 슬픔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벌거벗은 사람이 되어 부끄럽게 서 있던 그 자리에 더 벌거벗은 한 사람이 나타나 오랫동안 당당하게 울었다" (평택 中) 그리고 슬픈 곳에선 슬피 울었다.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경멸합니다 나는 장미의 편입니다" (주동자 中)라고 단단하게 선언해보기도 했다. '단정한 선분'처럼,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 처럼, 수학자가 상상하는 수의 세계처럼, 슬퍼할 것을 슬퍼한 뒤엔 틀림없이 어떤 정결한 세계가 찾아온다. 김소연의 세계는 이렇듯 우리에게 온다.
-
시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할 수 있는 싸움을 모두 겪은 연인의 무릎에선 알 수 없는 비린내가 풍겨요, 알아서는 안 되는 짐승의 비린내가 풍겨요. 무서워,라고 말하려다, 무사해,라고 하지요, 숟갈을 부딪치며 밥을 비빌 때 살아온 날들이 빨갛게 뒤섞이고 있어요, 서로의 미래가 서로의 뒷덜미에서 창끝처럼 날카롭게 반짝여요, 아슬아슬해,라고 말하려다, 아름다워,라고 하지요,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초라해질 때, 두 사람이 더디게 몸을 바꾸며 묵직한 오후를 지나가고 있어요... (격전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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