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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거인이 우리를 창조했다 "
저명한 고생물학자의 탐사대가 남극에서 초고대문명을 발견한다. 그 문명의 주인은 키가 17미터에 달하는 거인들이었다. 그 거인들은 자신들보다 작은 제2인류, 즉 지금의 인간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들, 즉 제1인류와 제2인류 사이에 어떤 커다란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지구는 지금과 같은 인류가 장악한 상태로 남은 것이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늘 반복되는지, 우리 제2인류는 또다시 어떤 실험을 진행한다. 우리보다 더 작은 인류,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성을 강화해 '창조'한 제3인류를 만드는 것이다. 에마슈라고 불리우는 신인류를 창조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은 어떻게 지구에서 현 인류와 살아가게 될까? 아니면 여기에 어떤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종말론과 각종 과학 이론들을 뒤섞은 베르베르의 특유의 상상력은 이후로도 길게 가지를 뻗는다. 비교적 초현실적인 설정을 가진 유럽 그래픽노블의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게다가 현재의 서구 문명에 비판적인 베르베르의 면모도 발견할 수 있어서 베르베르의 팬들에게는 여러모로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 
우리의 현대판 쥘 베른은 땅거죽에 귀를 갖다대고 지구의 탄식와 신음을 들으며 인류의 진화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그만의 방식으로. -르 파리지앵 베르베르는 모든 나라의 신화와 전설, 더없이 대담한 과학 이론, 종말론적인 공포를 경탄할 만한 솜씨로 한데 버무린다. 그럼으로써 한 편의 스릴러처럼 구성된 놀라운 소설을 만들어 낸다. -렉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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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탄생
최정운 지음 / 미지북스

"근대소설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다"
한국인의 기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단기보다 서기가 익숙한 오늘을 보면 단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전근대와 근대가 교차하던 시기, 국가가 없는 세상에서 조선은 모두가 제 한 몸 건사하기에 급급한 삶으로 가득했다. 이 책은 그 시대를 ‘홉스적 자연상태’라 부른다. 한국인의 정체를 탐구하는 시작점을 여기로 설정한 건 저자가 사회과학자이기 때문일 텐데, 재미난 건 이 책이 근대소설을 재료로 당대 한국인의 모습과 한국인이 추구한 삶을 추적했다는 점이다. 홍길동과 성춘향으로 근대 이전 한국인을 드러내고, 신소설에서 앞서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확인하고, 이광수와 신채호, 박태원과 이상, 다시 이광수와 홍명희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인의 표상과 실제를 비교 분석하며,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이어온 역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1930년대를 우리 역사가 나름대로 새로 시작되는 의미가 있는 시기라 평가한다. 정치적으로는 조용했지만, 춘원 이광수와 벽초 홍명희가 각각 우파와 좌파의 입장에서 창조해낸 인물, 즉 <유정>의 최석과 <임꺽정>이 ‘강한 한국인’과 ‘혁명의 주체 민중’이라는 근대 한국인의 영웅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단기와 서기만큼은 아니지만, 이 모델과 오늘의 한국인 역시 차이는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인의 탄생’을 밝히는 작업이다. 오늘 한국인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은 해방과 대한민국 건국 이후를 다룰 다음 책에서 완성될 예정이다. 15년 전, <오월의 사회과학>으로 역사, 문학, 사회과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학문적 역량을 발휘한 최정운 교수이기에, 한국인의 탄생을 잇는 성장의 과정이 벌써 기다려진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우리 근, 현대의 역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그런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간 엄청나게 먼 길을 왔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1백여 년의 역사를 통해 이런 성과를 이루어오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 과업을 망각하였고 결국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는 또 다른 결과를 초래하였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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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학원 미스터리계의 유명 시리즈, 드디어 출간"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드디어 발간됐다. 전형적인 학원 라이트노벨을 연상시키는 설정. 좀 내성적이고 적당히 평범한 남자 주인공(안타깝게도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소년)과 어딜 봐도 당차고 똘똘하고 예쁜데다 심지어 적절한 빈틈까지 존재하는 완벽한 여학생 간의 화학반응이 대폭발! 은 일어나지 않았고 둘은 막 만났을 뿐이지만, 매력적인 두 캐릭터의 조합은 이미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바야흐로 청춘의 떡잎이 무르익을 시기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특별활동 동아리 '고전부'는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미스터리를 심심찮게 대면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부원들이 서로를 믿고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의 어둠마저도 말이다.

<빙과>는 그들의 첫 이야기. 33년 전에 제작된 문집 '빙과' 속 수수께끼 같은 문장의 비밀을 탐구하는 고전부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다. 그 비밀, '모든 청춘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라는 비밀은 달콤쌉싸름한 고전부 고교생들의 앞에 펼쳐진 미래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를 얼른 읽고 싶은 귀엽고 쓸쓸한 미스터리, 다행스럽게도 2권이 함께 출간되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올해도 축제가 찾아왔다. 세키타니 선배가 떠난 지 벌써 일 년이다. 이 일 년 사이에 선배는 영웅에서 전설이 되었다. 축제는 올해도 닷새간 성대하게 거행된다. 그러나 전설에 열광하는 학교 한구석에서 나는 생각한다. 예컨대 십 년 뒤 누가 그 조용했던 투사, 다정했던 영웅을 기억할 것인가. 최후의 날 선배가 명명하고 간 이 <빙과>는 남아 있을까... 모든 것은 주관성을 잃고 역사적 원근법의 저편에서 고전이 되어 간다. 언젠가 현재의 우리도 미래의 누군가의 고전이 되리라. -1968년 10월 13일. 고리야마 요코. <빙과> 2호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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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다"
1913년.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0년 전이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딱히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 물론 세계사에 기록된 사건이 있을 테고, 영원히 이름을 남길 문인과 예술가가 필생의 역작을 쓰거나 그리고 있었겠지만, 이런 지식을 쌓는다고 1913년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은 1913년을 수놓은 수백 명의 인물, 수천 가지 사건을 엮어 1913년이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카프카, 릴케, 프로이트, 융, 피카소, 뒤샹, 히틀러, 스탈린, 아인슈타인, 샤넬 등 같은 시대를 살며 얽히고설킨 인연을 무심한 듯 늘어놓고 자연스레 묶어놓는다.이들이 1913년을 무언가로 채우려 당대를 살진 않았겠지만, 시대와 조응하거나 불화하는, 누군가를 질투하거나 멸시하는, 서로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내밀한 이야기가 수십 년을 응축한 듯 365일 안에 펼쳐지고, 때로는 며칠 만에, 가끔은 수십 년 동안, 대부분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문화 활동이, 과연 한 해 동안 이 많은 일이 벌어졌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풍부하게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등 엄청난 자료로 전에 없던 방식의 문화사를 구현해낸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특히 아주 작은 이야기에 현미경을 들이댔다가 휙 뒤로 물러나 다른 곳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이 둘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를 집어넣어 뜸을 들이며 서로 다른 수십 가지 이야기를 끊긴 듯 이어진 듯 풀어내는 서술은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의 한 장면을 읽는 것 같다.”(가디언)는 알아듣기 어려운 평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한다. 1913년에 대한 평가나 의미 부여는 하지 않아도 좋다. 눈부신 그때를 걷는 것만으로도, 그 좁디 좁은 골목이 서로 마주하는 곳에 서보는 것만으로도, 그 골목을 오가는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100년 전 1913년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히틀러와 스탈린이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달이요, 토마스 만이 커밍아웃할 뻔하고, 프란츠 카프카가 사랑 때문에 미칠 뻔한 달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소파에 고양이 한 마리가 기어든다. 날은 춥고, 발밑에는 눈이 사각거린다. (중략)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는 포츠담 광장의 고급 창녀들 그림을 그린다. 러시아 조종사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네스테로프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중제비 비행에 성공한다. 그러나 모두 다 부질없다.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이미 <서구의 몰락>을 집필중이다.(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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