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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맞추기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현재까지 타율 10할"
계속해서 좋은 평을 받으며 꾸준히 출간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신간. TV 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한 에피소드에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서로 상해를 입혀 함께 시체로 발견된 두 남자와 그곳에서 발견된 잘려진 사진, 그리고 그 잘려진 사진의 다른 부분들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속도를 올린다. 87분서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꽤 친숙해진 형사들이 반가울 것이다. 이번에는 기존 작품들에서 조연으로만 등장했던 흑인 형사 브라운이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인종 문제를 다루게 될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에드 맥베인은 흔해빠진 방식의 전개를 거부한다. 에드 맥베인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미 동등한 인간'이다. 브라운은 다른 인물들과 별 차이 없이 고민하고 행동하고 정의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의 피부색을 멸시하거나 섣불리 동정하는 인간들은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브라운 형사의 성숙한 태도는 작가가 인종 문제를 얼마나 부드럽고 우아하게 다룰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우아함은 87분서의 모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기도 하다. 연극적인 기품.

그러나 이 소설을 오해하는 일은 없으시기를 바란다. 87분서 시리즈는 경찰 드라마 소설 시리즈 중에서 역사상 최고로 꼽히며, 연극적인 등장인물들의 에너지와 범죄 미스터리의 흥미로운 내러티브가 합쳐져 금방 읽어 버리게 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소개된 작품들은 그렇다. 피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의 87분서 컬렉션은 현재까지 타율 10할을 기록 중이다. 주저하실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 
여자는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으로 다가가 채널을 돌렸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사뿐사뿐 그녀에게 다가가 맥주병으로 그녀를 열한 번 쳤다. 두 번은 서 있을 때, 두 번은 바닥에 쓰러졌을 때, 그리고 나머지 일곱 번은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기 시작한 다음에. 그는 다시 텔레비전을 원래 보고 있던 채널로 돌린 다음 45분 후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야 경찰에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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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잡스의 멘토가 잡스의 경영법을 말하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도 2년이 지났다. 많은 이들이 그를 회고할 때 그만의 천재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우선한 그의 사람 경영법을 말한다. 왼손잡이였던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고 이야기하며 함께 했던, 이 책의 저자 제이 엘리엇은 책에서 잡스가 자신을 대신할 인재를 키우는 일과 직원들을 자신의 비전에 동참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해왔다고 강조한다.

사실 잡스의 경영 스타일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기업인들이 지키며 살아온 거의 모든 법칙에 어긋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그는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이고 괴팍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생전, 그와 함께 일했던 이들은 그와의 작업을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일, 다시는 해보지 못할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흥분을 가지게 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책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함께 꿈꾸도록 만든 잡스만의 '마법'을 전한다. 조직의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전념하도록 이끄는 법,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접근 방식을 제안하는 법이 궁금한 리더라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이 책을 통해 스티브 잡스의 철학에서부터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위대한 발자국까지를 경험하라. 스티브 잡스처럼 되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을 읽고 스티브 잡스처럼 살라! -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 <2030 대담한 미래> 저자)


지금의 애플이 있기까지 스티브 잡스가 보여줬던 독특한 매니지먼트 방법과 집요한 사람 경영법을 가장 내밀한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여느 애플 관련 서적들보다 우선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오리진이 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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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세트 - 전10권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길이 열린다, <객주> 30년 만에 완간"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 1984년 아홉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후 삼십 년이 흘렀다. 4년 전 경북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진짜 객주를 끝맺을 수 있겠구나 생각한 작가 김주영이 다시 천봉삼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한 보부상들의 유랑을 따라가며, 경상도 일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 <객주>. 밑바닥 인생이 경험한 근대를 그들이 사용한 풍성한 한국어를 사용해 서술함으로써 한국 역사사회소설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았다. 재담과 육담이 강을 따라 구비구비 흐르고 구성지고 치열한 삶이 이어지는 곳에서 천봉삼의 길이 다시 열린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포주인 윤기호는 오랫동안 패역의 무리와 결탁하여 도둑의 와주로 저잣거리의 풍속을 어지럽히고, 그들의 장물아비로서 서슴치 않고 아보를 저질렀을뿐만 아니라, 우리 원상들을 불학무식하다고 깔보고 상인해물한다고 천대하여 원상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문을 오랫동안 가로챈 악덕을 쌓았으므로 오늘 장문으로 다스려 그 화적들과 결탁한 악덕을 정습시키려 한다. 포주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벌써 멍석말이를 당하게 된 것을 알아챈 윤기호가 대담하게도 바른말 한마디하였다. "양반에 먹히지 않고 아전에 뜯기지 않은 벌이가 따로 무엇이 있겠소. 도적질을 하든 그들과 결탁하는 길뿐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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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잠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퀴르발 남작'의 몰락하는 판타지"
최요섭은 한양대 공대를 졸업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0센티미터에 110킬로그램의 거구. 손등엔 털이 수북하고 메텔의 이미지에 성욕을 느낀다. 아름다운 아내와 유약한 아들과 함께 서울숲이 보이는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다.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는 그는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약육강식의 법칙에 몸을 내맡겼다. 대형로펌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법무법인 '사해(四海)'에서 '피가 묻은 칼을 맡겨도 좋을 팔 안쪽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온갖 구린 일을 도맡아왔다.

손에 잡힐듯 선명한 캐릭터의 삶을 작가는 예정된 몰락을 향해 가감없이 밀어붙인다. 겹겹이 둘러싸인 이야기의 세계를 설계하던 작가의 장기는 여전하다. 탈주범인 '나'가 겪는 불온한 판타지가 꿈의 형태로 이야기의 동력을 제공하고, 뒷돈을 쓰고, 누명을 씌우는 비정한 현실이 이야기를 끌고 달린다. 평행한 두 이야기를 서술하는 경제적인 문장을 따라 이야기를 조합하다보면 절로 뒷목이 서늘해진다.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퀴르발 남작의 성>과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통해 개성적이고 새로운 소설의 세계를 선보인 신뢰할 만한 작가 최제훈의 장편소설. '한국소설에는 최제훈이 있다'라는 띠지 문구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여자애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그의 앞을 막아섰다. 손에는 반토막 남은 캐러멜 묶음을 바통처럼 움켜쥐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갈등하던 여자애는 캐러멜 하나를 빼낸 후 요섭의 손을 당겨 바통을 넘겨주었다. '새콤달콤'. 그가 알록달록한 포장지를 내려다보는 사이 여자애는 아빠와 할머니에게로 다시 쪼르르 달려갔다. 할리우드 휴먼 법정 드라마식의 훈훈한 결말이었다. 억울한 피고인을 구해준 정의의 변호사. 수임료는 먹다 남은 캐러멜로 대신하다. 고독하게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이름은..... 요섭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뚜벅뚜벅 걸었다. 대낮이라 노을은 없었지만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휴고보스 재킷 자락이 유유히 나부꼈다.

요섭은 미처 몰랐다. 그 장면은 영화의 라스트신이 아니라 프롤로그에 불과했다는 걸. 장르도 휴먼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누아르에 가깝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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