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우상의 추락
미셸 옹프레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프로이트에 대한 가장 도발적인 도전"
20세기 사상에 프로이트가 끼친 영향력을 이 자리에서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그의 이름은 니체, 마르크스와 나란히 놓이고, 때로는 코페르니쿠스, 다윈에 이어 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反)철학사>로 잘 알려진 사상가 미셸 옹프레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프로이트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를 섭렵하고 그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본래 이 세상에는 프로이트학파가 단 한 명밖에 없었고, 그 사람은 1939년 9월 23일 런던에서 자신의 침대에 누워 운명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옹프레는 프로이트가 실험결과를 조작하고 철학적 전통과 과학의 영역을 뒤섞어놓으며 정신분석학이라는 자기 만족적인 학문을 날조했다고 주장한다. 정신분석학이란 애초에 한 인간(프로이트)의 자전적 경험에 근거한 학문이고, 그는 자신의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신분석학이란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세계가 점점 커져 지금의 프로이트주의에 이르렀는데, 옹프레는 정신분석학이 근거로 삼은 자료를 활용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 한다. 어떤 부분에서 프로이트를 지지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 프로이트를 허물어야 할지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물론 어떤 세계를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자 책임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나는 이 책을 빌려 프로이트의 생각을 무효화시키거나 할 생각은 없고, 다만 프로이트의 이론이 철저하게 그 개인의 자전적인 존재론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자기 존재를 둘러싼 숱한 고통을 견디며 살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존재론적인 물음에 대한 답, 프로이트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이 반영된 이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34쪽)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눈사람 여관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여관으로 오세요, 이병률 시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찬란> 이병률 새 시집. 시의 풍경엔 눈이 내린다. 길은 막히고,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오도가도 못한다. 홀로된 곳에서 손은 차고 밤은 어둡고 눈이 저 형국으로 닥쳐오는데. 이병률의 시 속, 낯선 여관에서 홀로된 이는 가닥없는 슬픔을 경험한다. 불가능한 슬픔을 쥐고 아낌없는 혼자가 되는 시간, 세상의 나머지가 세상의 모든 것이 되는 순간이 시 속에 있다.

"잠시만 다녀오겠다며 기차 앞 칸으로 가 영영 오지 않는 사람처럼" (그 사람은 중) 떠나버린 이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어쩌면 이토록 한 사람 생각으로 이밤이 이다지 팽팽할 수 있느냐"(몸살 중)고 탄식하는 곳. "잘 살고 있으므로 나는 충분히 실패한 것이다" (음력 삼월의 눈 중)이라고 되새기는 곳. "내 몸 위에는 한 번도 꽃잎처럼 쌓이지 않는 눈."(어떤 아름다움을 건너는 방법 중)이 내리는 슬픔의 처소에 펼쳐진 담담한 서사의 세계로 이병률이 초대한다. - 시 MD 김효선

책 속에서 :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 묻고도 싶은 겁니다
우리가 아프게 통과하고 있는 지금은 어디입니까
우리의 막다른 증거는 쟁쟁합니까

안녕,이라는 이 나라 말만 알아서
그 말이 전부이기도 하여서
멀거니 내 아래에다 인사만 합니다

기차 밖으로 번지는 유난한 어둠이
마음에 닿으려 합니다
큰일입니다
소홀한 마음이 자꾸 닿으려 합니다 (전부 中)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황선도 지음 / 부키

"멸칫국물을 낼 때 머리는 버리지 마세요"
명태, 고등어, 갈치처럼 매일 밥상에 오르는 생선부터 복어, 뱀장어, 홍어 같은 별미까지, 물고기 박사 황선도는 일 년 열두 달 때에 맞는 바다 물고기 이야기를 풍성하게 차려낸다. 생태적 습성은 물론 이름의 유래와 관련한 속담, 맛있게 먹는 법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1월 명태에서 시작한 책이 마지막 12월 꽁치와 청어로 넘어가 있을 정도다. 늘 밥상 위에서만 마주하니 그들이 바다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만큼 몰랐기 때문일 텐데, 해양수산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물고기의 생태와 우리 삶의 관계는 생각보다 깊고 진하다.

또한 각각의 물고기가 지닌 사연 역시 구구절절 한데, 이 책의 제목이 대표적이다. 물고기 귀 속에는 평형기관 구실을 하는 이석이 있는데, 이 단면을 보면 나이테가 있어 삶의 궤적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몇 살인지, 며칠에 태어났는지까지 알려준다고 하니, 말 그대로 블랙박스라 부를 만하다. 그러니 멸칫국물을 낼 때 똥을 없애면서 머리까지 버리지 않길 권한다. 멸치의 온 생애가 기록된 머리를 함께 끓여내야 제대로 된 깊고 진한 국물이 나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 이쯤 되면 실용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훌륭하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뱀장어는 애초 심해어였다가 경쟁을 피해 육지의 담수로 피신해 사는데, 죽을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아 자손을 번식하여 마지막 할 일을 다한다. 모든 것을 쏟아 낸 어미 뱀장어는 몸무게가 5분의 1로 줄 만큼 수척해져서 죽는다. 바다에 살다 강으로 와 알을 낳고 최후를 맞는 연어와는 정반대지만, 어미의 숭고한 사랑은 매한가지다.(150, 151쪽)



자세히 보기장바구니에 담기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신규진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아이가 부모 대신 상담실을 찾는 이유"
저자는 고등학교 과학 교사이며, 25년 교직 생활 중 15년간 4,000여 차례 아이와 학부모 상담을 해왔다. 방문을 닫아 잠그고 부모와는 인사 외에는 하지 않는 아이들이, 스스로 상담실 문을 열고 교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부모와 상담 교사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이를 사랑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큰 만큼, 부모는 무의식중에 아이를 조종하고 싶어하고, 아이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한다. 아이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라고 다그치지만 실제로 아무 말도 들어주지 않는다. 기준치를 만들어놓고 아이가 그에 따라주기만을 바란다. 아이들은 이런 부모 대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 교사를 찾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상담 사례들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법을 알려준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 속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해맑은 모습을 사랑했듯이, 지금도 그렇게 대하면 어떨까요? 성장하노라면 키가 쑥쑥 클 때도 있고 더디게 클 때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가 더디게 크더라도 나를 닮았으니 언젠가는 크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담담하게 기대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매일 자로 재면서 키가 안 큰다고 나무라실 겁니까? 나무라다가 안 되니까 이제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고 선언하실 겁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