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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와타나베의 옛 친구들에게"
<노르웨이의 숲(또는 상실의 시대)>와 함께 20대 또는 조숙한 10대 시절을 보낸 분들 중에 아직 이 소설의 첫 문장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는지. <노르웨이의 숲>은 이렇게 시작한다. "서른일곱 살, 그때 나는 보잉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여러가지의 색깔과 세기로 빛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풍경과 사물들을 부드럽게 주시하던 '과거'의 자신을 회고하는 이 남자의 나이는 37세다. 아니, 사실 이 작품에서 정확한 회고의 시점은 알 수 없다.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의 일들 뿐, 그 일들을 기술하는 현재의 와타나베가 정확히 언제 어디서 그 회고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단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와타나베는 서른일곱에 길을 잃었다. 현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과거는 오래된 요새처럼 구구절절한 사연을 안은 채 굳건히 버티고 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오래된 요새는 다시 거닐어도 여전히 아름다워서, 방향을 잃고 고립된 남자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돌이킬 수 없음을 향해서만 나아갈 수 있는 이 쓸쓸한 시지푸스는 당신이 열아홉이나 스물 둘 정도에는 알지 못했을 남자다. <상실의 시대>를 읽었던 당신이 다시 <노르웨이의 숲>을 읽는다는 것은 서른일곱의 와타나베와 함께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노르웨이의 숲>은 미래에 대해서는 일말의 힌트도 주지 않는다. 서른일곱에 함부르크 공항에 내린 뒤로는 종적을 알 수 없는 남자의 곁에 서서 각자 스무 살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이 후퇴의 징후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소설은 여전히 아름답고 섬세하며, 나는, 또는 하루키 키드들은 어느새 자신을 복기해야 할 시기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숲>은 당신이 '다시' 만나볼 필요가 있는 소설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고마워. 괜찮아. 우리, 장례식에는 익숙하니까. 그냥 너한테는 알리고 싶었어."
그녀는 한숨 같은 것을 내쉬었다.
"장례식에는 오지 마. 그런 거 싫어. 그런 데서 널 만나고 싶지 않아."
"알았어."
"정말 포르노 영화 같이 보러 갈 거야?"
"물론."
"엄청 야한 거 보고 싶어."
"찾아 놓을게, 그런 거."
"응. 내가 연락할게." 그리고 미도리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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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박완서, 이제야 보이는 것들"
2011년 세상을 떠난 작가 박완서가 그가 살아온 아치울 '노란집'에서 쓴 이야기.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노부부 이야기가 담긴 미발표 짧은 소설이 수록되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는 영감님과 마나님의 단출한 일상이 울림을 준다. 누더기 옷에서 이 잡던 때를 그리워하며 늙고 마른 등을 쓸어주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마주앉아 마시며 뿌듯해한다. 짤막한 소설들 한 편 한 편 속에 생을 다 옮겨다놓은 듯한 이야기들이 이철원 화백의 정겨운 그림과 어우러진다.

"삶은 누추하기도 하지만 오묘한 것이기도 하여 살다 보면 아주 하찮은 것에서 큰 기쁨,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싶은 순간과 만나질 때도 있는 것이다." 말년의 작가가 얻은 깨달음을 오래 곱씹으면, 그리운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연이 놀랍고 아름다운 까닭은 목련이 쑥잎을 깔보지 않고, 도토리나무가 밤나무한테 주눅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천성적으로 겨울을 견디는 법을 알고 있고 봄은 조바심한다고 오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도닥이는 목소리가 곧 시작될 찬 계절, 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마나님의 손바닥은 아직도 그렇게 꺼끌꺼끌 거칠다. 뾰족하지 않은 손톱과 부드럽지 않은 손바닥과, 자신의 체온과 구별이 안 되는 편안한 온기 때문에 영감님은 손자들한테 선물받은 효자손이 집구석 여기저기 지천으로 굴러다니건만 한사코 마누라 손만 바친다. 효자손 대신 마누라 손은 영감님의 유일한 사치다. 무얼 숨기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더기 옷에서 이 잡던 때를 그리워하는 소리를 해도, 그럼 그렇고말고, 맞장구를 쳐줄 수 있는 것도, 궁상스러운 비위생이 좋아서가 아니라 식구들 사이에 체온의 교류가 있었던 시절에 대한 안타까운 추억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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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디의 아이들
캐서린 부 지음 / 반비

"조지 오웰을 잇는 도시 빈곤 르포르타주의 걸작"
인구 2000만의 도시 뭄바이, 세계 최고가 되려는 듯 매일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는 거대한 도시 한편에는 세계 최저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거대 빈민촌 안나와디가 있다. 이 책은 그곳에서 4년을 지내며 기록한 르포르타주다. 이 책이 찰스 디킨스와 조지 오웰을 잇는 도시 빈곤 르포르타주의 새로운 고전이라 평가 받는 까닭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하고 혹독한 삶의 현장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는, 가난과 부가 어떻게 관계를 파괴하고 내면을 무너뜨리는지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웃이 서로 모함하고 빼앗고 죽이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제 목숨 하나 연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이 빼곡히 모여 사는 안나와디. 물론 그곳에서도 각자는 꿈을 꾼다, 극우 정당의 하수인이 되어 이웃의 고혈을 빼거나 이곳을 벗어나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방법으로. 이 책의 말마따나 이게 '팩트'다. 그곳에서건 이곳에서건.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 
찰스 디킨스의 소설 같지만, 도시의 슬럼에 실제로 살고 있는 수억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겪어내는 도전에 대한 생생한 묘사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필독서다. 전례 없이 강렬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언어로 상상되고 이해된 뭄바이 슬럼.(살만 루슈디, 작가)
지금껏 읽었던 경제적 불평등을 다룬 책 중 가장 강력한 고발서다.(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의 배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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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삼국지 세트 - 전10권
이현세 지음 / 녹색지팡이

"삼국지 영웅들의 새로운 얼굴'"
3년 반의 작업, 총 제작 기간 5년을 거쳐 탄생한 이현세 만화판 삼국지는 영웅 개개인의 스토리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다. 이현세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시대를 이끌었던 영웅들 각자의 자질을 밝히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역동적인 연출, 수천.수만가지 감정과 의중을 내포하는 등장인물들의 눈빛, 단 한 컷으로 순식간에 독자를 숨죽이게 하는 노련한 거장의 솜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삼국지와 이현세의 만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한껏 부풀어 올랐을, 그 어떤 높은 기대치도 상회할 만큼 압도적인 재미를 보장한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주 독자층으로 삼고 있는 만큼 십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큰 꿈을 펼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자, 신의와 정의라는 삼국지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당부다. 특정 연령의 독자에게 어렵지도 쉽지도 않을 균형 잡힌 어휘 선택과 삼국지 인물전, 삼국지 역사기행, 삼국지 역사지식 코너 를 통해 보다 더 많은 독자들이 삼국지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작가의 말 : 아직도 삼국지를 처음 읽었을 때 가슴 두근거리던 기억은 잊을 수 없습니다. 저마다 지혜와 용기를 뽐내는 영웅들의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에 얼굴을 묻었고, 그것이 살아가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만화 삼국지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린 삼국지에는 두 종류의 영웅이 나옵니다. 믿음과 의리, 충성과 절개를 지킨 영웅과 그렇지 않은 영웅입니다. 오늘날 어린이 여러분이 친구와 참된 우정을 나누고, 늘 떳떳하게 행동하고,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삼국지의 위대한 영웅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여러분이 세상을 알아 가고 생각을 키워 나가는 데 이 책이 도원결의와 같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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