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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 푸른숲
"죽은 뒤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이 남자는 소설이 시작했을 때 이미 죽어 있다. 화장장에 가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행정 명령이다. 그러나 이 남자는 화장된 뒤에 들어갈 묘지가 없다. 가족도 친척도 없고, 가진 것도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싫어 화장장을 나온 그는 본의아니게 지상을 방황하는 영혼이 된다. 그는 과거를 생각한다. 자신이 죽었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누군가로부터 버려졌던 순간들의 기억이 끊임없이 그를 찾아온다. 단지 회상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죽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물으며 서로의 과거를 맞춰본다. 그렇게 짜맞추어진 현실은 대부분 고통스럽다. 그들의 과거는 현대 중국 사회의 뼈아픈 약점들과 맞물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운명의 형태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사건들'은 이미 끝났다. 그런데 왜 죽은 자들은 서로 만나려 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까. 다 끝나버린 자들의 마음 속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이것은 무엇일까.
강제 철거, 경찰의 시위 위장 잠입, 공직자들의 비리... <제7일>은 한국이라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현대 중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지적한다. 일종의 세태 비판 소설이다. 그러나 위화는 이 비판에 블랙 유머나 신랄한 어조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인공 양페이는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대신에 그는 눈물을 흘린다. 이 눈물이 시대에 매장당한 자들에 대한 애도인지, 아니면 죽고 나서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진 인간성에 대한 것인지는 읽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좋다. 위화는 두 가지 주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표현해 냈으니까. - 소설 MD 최원호
책속에서: 문득 여자아이가 물었다. "우리가 예뻐요?" 나는 난감해져서 눈앞에 서 있는 서른여덟의 해골을 쳐다보기만 했다. 여자아이의 낭랑한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 사람들이 전부 우리더러 갈수록 예뻐진대요."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렇대요." 남자아이가 말했다. (..)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한 나이 든 목소리가 그들 속에서 울렸다. "우리는 화재로 불에 탔어요. 여기 왔을 때는 서른여덟 개의 숯덩이 같았지요. 그러다가 타버린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같은 모습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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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 요시모토 바나나, 윌리엄 레이넨 지음 / 21세기북스
"요시모토 바나나의 힐링 레터" 이 책은 일본의 대표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세계적 영성가 윌리엄 레이넨이 1년 동안 주고 받은 편지글을 엮은 것이다. 윌리엄 레이넨이란 저자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다. 그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여러 유명인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레터들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가족과 아이와 동물을 향한 사랑, 작가가 된 진짜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지혜들을 전한다. 이 책에서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솔직담백한 인간적 면모를 많이 엿볼 수 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책속에서 : '이 책은 특별한 인생을 걷고 있는 윌리엄 레이넨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특별한 길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윌리엄과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럿듯이 더없이 약하고, 더없이 예민하며, 더없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 때로는 힘없이 쓰러져 기다시피 인생을 걸어오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 결정하느냐, 결정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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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 마이클 미칼코 지음 / 끌리는책
"세상을 바꾼 창의적 생각의 비밀" 창의력 전문가 마이클 미칼코의 신작이다. 아인슈타인에서 스티브 잡스까지, 세상을 바꾼 창의적 생각의 비밀을 풀어낸다. 수많은 발명과 발견의 탄생 과정, 자신에게도 창의력이 있음을 깨닫고 처음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사람들, 두려움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의력을 키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이를 발현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통찰을 제공한다. 개념을 뒤섞고, 사물의 상호 연관성을 탐구하고, 관점을 바꾸는, 제목 그대로 생각을 바꾸는 '생각'으로 가득한 책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 과거의 사람들이 생각한 것,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것을 바탕으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배웠다. 일단 답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생각하기를 중단한다. 'answer(답)'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respuesta'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인 'responso'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답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생명이 없는 것에 관한 노래인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과거에 일어난 일을 토대로 답을 안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생각은 죽어버리고 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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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달린다 마크 롤랜즈 지음 / 추수밭
"달리기에서 발견한 '속삭임의 사유'" 마크 롤랜즈는 전작 <철학자와 늑대>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11년 동안 늑대와 함께 살며 이성과 야성의 만남을 관찰한 기록은 소재의 독특함뿐 아니라 늑대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해낸 통찰력으로 많은 독자에게 신선함을 전했다. 이번 책 <철학자가 달린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달리기에 대한 체험과 생각을 풀어낸다. 그는 중년에 이르러 마라톤을 시작하는데, 달리기에는 ‘무엇을 위해’라는 도구적 가치가 아닌 그 자체로 앎이기도 하고 삶이기도 한 독립적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를 깨닫는 달리기의 과정이자, 달리는 과정에서 돌아본 삶 전체 그리고 동일한 달리기 위에 섰던 수많은 철학자에 대한 회상이다.
사실 마크 롤랜즈의 글과 사유는 똑 부러지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굳이 가까운 말을 찾는다면 ‘속삭임’이라고 해야 할까. 공기의 진동으로 전해진다기보다는 곁에서 온기로 전해지는, 하지만 들으려 귀를 기울이면 이미 흩어져버리는, 그렇게 불현듯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의 사유’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한 쉼 없는 달리기, 우리도 그 안에서 생각이 사유로 변하는 순간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 달리기 시작한다면 말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 이 마지막 몇 시간과 42.195km가 왜 중요한가? 그럴 만한 가치가 정말 있는가? 의미가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묘미이다. 가치 있는 것들이 있는 곳은 삶의 의미와 목적이 멈추는 곳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