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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불온열전
정병욱 지음 / 역사비평사

"불온한 사회보다 불온이 없는 사회가 더욱 나쁘다"
사상이나 태도가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불온’은, 권력 관계 속에서 의미가 생겨나며 권력을 가지지 못한 쪽이 권력을 가진 쪽에 대항하는 지점에서, 또한 권력을 가진 쪽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쪽을 억압하는 지점에서 겉으로 드러난다. 한반도에도 이런 불온이 일상화되어 온 사회를 뒤덮은 때가 있었다. 바로 식민지 시기다.

<식민지 불온열전>은 일제에 대해 불온한 언동을 했다는 이유로 검거되고 처벌받은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경성 유학생, 경기도 자소작농, 서울 근교 하층민, 강원도 산간벽지 소학교 학생 등 서로 다른 처지에 있던 이들은 개인 수준에서 독립운동 10년 계획을 세운다거나, 학교 칠판에 일제를 비판하고 독립을 바라는 낙서를 남기는 등 불온한 언동을 했다는 이유로 검거되고 처벌받았다. 권력은 이들의 작은 언동을 꼼꼼하게 추적했고, 저자는 이를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권력에게는 불온이 없는 불온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목표가, 저자에게는 불온한 사회였지만 불온이 없는 사회가 아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있었을 터, 불온한 사회보다 불온이 없는 사회가 더욱 나쁘다는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 식민지 시기 불온한 이들의 이야기를 오늘 다시 곱씹어볼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역사 MD 박태근

추천의 글: 
그 시대의 억압과 고통을 알고 싶다면 저항의 디테일을 확인해야 한다. 디테일은 개인의 삶을 통해야만 목격되고 웅변된다. 모든 추억이 그러하듯 시간은 폭력적으로 기억을 해체해버린다. ‘식민지 시기’를 기억하는 디테일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윤태호, 만화가)

이 책은 두 가지 이유로 사학사에서 오래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하나는 역사학의 서사적 전통을 복원하고자 노력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보통 사람들을 역사적 서사의 주인공으로 세운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글쓰기의 나아갈 노정과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이고 표지판이다.(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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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간다
편혜영 지음 / 창비

"편혜영의 비밀, 은밀한 희망"
편혜영의 네 번째 소설집. 동인문학상 수상작 <저녁의 구애>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내는 눈은 여전히 예리하지만, 그 방법이 한층 섬세해졌다. 폭력보다 공포스러운 비밀을 안고 사는 이들의 삶. 정돈된 일상을 그러쥐기 위해 그들이 희생해야 할 것들을 경제적인 문장으로 그려낸다.

허름한 술집에서 삶을 파괴할 만한 치명적인 사건에 연루된 후, 평생 비밀을 안고 살아가야 할 남자는 그 비밀 때문에 외로워진다고 말한다. (밤의 마침) "일생 이해할 필요도 없고 딱히 이해 못할 것도 없는 가족으로 존재"하기 위해 눈이 멀어가는 여동생을 요양원에 맡기는 노년의 남자의 마음은 얼마나 서늘한가. (비밀의 호의) 그럼에도 일상의 비밀을 쥔 채 소설 속 인물들은 살아갈 것이고,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일상이 품은 은밀한 희망 역시 비밀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 
아이가 가진 유일한 증거가 하필이면 실증할 수 없는 감각인지, 아이는 왜 직감을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는지, 침착하고 단호한 거짓말의 내면이 무엇인지, 거짓말의 결과로 그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비밀을 유지하면서 끝내 지키고 싶었던 게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그것들을 제대로 지켜냈는지.
깊은 지하의 전철역으로 들어가며 그는 다짐했다. 누구에게도 오늘 밤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리라고. 그를 지목한 비밀의 문장에 대해, 그를 아이에게 내몬 양심의 충동에 대해서 말이다. 낯선 성기의 감각을 잊지 않고 있는 아이와 그 아이가 들어간 연립주택의 어둠, 그가 돌아나온 좁은 골목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을 내내 비밀로 품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직 그만이 그리고 좁은 골목과 어두운 밤만이 노인이 될 때까지 비밀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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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프로젝트
정재승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야구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나는 타이거즈 팬이다. 그래서 요즘 기운이 없다. 그럼에도 4할 타자 얘기라면 할 말이 있다.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이종범 때문이다. 1994년 그가 기록한 3할 9푼 3리의 시즌 타율은 100경기 이상 시즌 기록 가운데 역대 최고다. 이 기록이 빛을 잃는 순간은 유일하다. 유일한 4할 타자로 기억되는 백인천의 시즌 타율 4할 1푼 2리 앞에서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불멸의 기록이 있고, 불가능한 기록도 있다. 물론 그 기록 역시 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4할 타자는 미국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일본에서는 전례가 없는 기록이다. 이쯤 되면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에 야구의 비밀이 숨어 있는 게 아닐지 의심해볼 만도 하다.

과학자 정재승은 4할 타자 실종의 비밀을 풀고자 ‘백인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야구를 사랑하는 자, 통계분석에 능통한 자, 그도 아니라면 <머니볼>을 재미나게 본 사람도 좋다. 모두 모여 가능한 방법을 논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통계를 분석하여 나름의 결과물을 만들어보자는 내용이다. 물론 여기에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라는 지도가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책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직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모여 치고받고 헤매다 도달한 결론, 아니 그보다는 그 과정에 주목한다. 4할 타자보다 그 목표를 위해 땀 흘리는 수많은 타자의 노력이 야구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듯, 야구와 과학이 열정 가득한 집단지성과 만나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4할 타자 실종의 비밀보다 더욱 감동적이다. 오늘도 역전패를 눈앞에 두고 멘붕에 빠지는 야구팬이라면 자격은 충분하다. 한국 야구학의 출발점에 당신을 초대한다. - 과학 MD 박태근

책속에서 : 
4할 타자는 왜 사라졌을까요? 투수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규정이 투수에게 유리해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저서 <풀하우스>에서 “선수 기량 안정화로 너무 잘하는 선수도, 너무 못하는 선수도 사라지게 된 분산의 감소 가설” 제시. 우리 확인해 봐요!(정재승, 백인천 프로젝트 제안 당시 올린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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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샤이
케빈 홀 지음 / 연금술사

"마음에 밑줄을 긋게 하는 단어들"
오스트리아 빈의 뒷골목, 우연히 한 선물 가게에 들른 저자는 인도인 가게 주인으로부터 '겐샤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된다. '겐샤이'는 고대 힌디어로 '누군가를 대할 때, 그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 우연한 만남, 이 우연한 단어로부터 시작된 단어의 진정한 의미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여정을 담았다.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겐샤이'라는 단어로부터 이 여정을 함께 할 '길잡이', 언어학자 아서 왓킨스와의 만남 그리고 이후 둘이 함께 했던 수년에 걸친 일상과 이야기, 생을 담은 단어 수업들이 이어진다.

이 책이 대표로 뽑은 중요한 11개의 단어들 그리고 그 단어에 연결된 또 다른 수십 개의 '마음에 밑줄 긋게 하는' 단어들은 스티븐 코비의 추천사처럼 우리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조금 더 의미있는 삶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 자기계발 MD 채선욱

책속에서 :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뉴스를 통해 마하트마 간디가 인도의 거리에서 두 손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그가 사람들에게 한 인사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간디가 답장을 보냈다. "나마스테입니다. 이 말은 '나는 온 우주가 거하는 당신 내면의 장소에 절합니다. 빛과 사랑, 진리와 평화 그리고 지혜가 깃든 당신 내면의 장소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이 하나의 단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영향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 당신이 날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한다면. "나는 당신 안의 신에게 절합니다. 나는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타고난 재능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독특함과 특별함에 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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